중국은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만큼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생태환경을 급속히 파괴하여 대륙 전체를 몸살 나게 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모습은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자신마저 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3차례에 나누어 살펴본다. <편집자 주> | ▲ 갓 입항한 어선에서 꽃게를 실어 나르는 어민들. 만선에도 불구하고 얼굴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 ⓒ 모종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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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200㎞ 이내 근해에는 물고기 씨가 말랐어요. 멀리 황해나 푸젠(福建)·광둥(廣東)성 앞바다에나 가야지 어류 떼를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저장(浙江)성 앞바다에 있는 섬 저우산(舟山)의 선자원(沈家門)항. 선자원은 작년 개항 600주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항구다. 선자원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척의 고깃배들이 분주히 오고 가고 수천 톤의 해산물이 거래된다. 부둣가에 갓 입항한 저우산 131942호 선장 량샤오위의 얼굴에는 웃음기를 찾아 볼 수 없다. 량 선장은 "먼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와야 하니 한 번 출어에 소모되는 경유 값이 만만치 않다"며 "이번 조업도 겨우 손해를 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선자원은 중국 제일의 어항이었다. 저우산 주변에 어로 활동이 가능한 해역은 2만8000㎢에 달했다. 어민들이 잡아들이는 어획량은 중국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러시아의 쿠릴어장,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어장, 페루의 페루어장과 함께 세계 4대 근해어장으로 명성을 떨칠 정도였다. 과거 저우산어장에서는 조기, 갈치, 오징어, 꽃게,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사시사철 풍부했다. 1989년 문을 연 선자원항 저우산해산물도매시장에서는 가장 호황세를 보인 2001년의 경우 각종 수산물이 130만 톤이나 거래되었다. 량 선장은 "꿈결같이 지나간 옛 추억일 뿐"이라며 "지금은 근해의 오염이 너무 심해 물고기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 ▲ 한때 중국 제일의 어항이었던 선자원항. 금세기 들어서는 급락하는 어획량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 ⓒ 모종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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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해에 사라진 어족 자원으로 인해 저우산 어민들은 200㎞ 밖에 떨어진 황해나 푸젠·광둥 앞바다까지 나가 조업을 한다. | ⓒ 모종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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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1/4로 줄어든 어획량 저우산군도는 항저우(杭州)만과 동중국해 사이에 139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면적이 1440㎢에 달해 난하이(南海)군도 다음으로 중국에서 큰 연해 군도다. 가장 큰 섬인 저우산은 전체 면적이 469.3㎢에 달하고 해안선 길이가 85㎞나 된다. 넓은 해양 영토에다 긴 해안선으로 근해 어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5, 6년 전만 하더라도 선자원항에서 근해에 출항하면 만선을 이뤄 되돌아오곤 했다. 저우산 근해에서 잡힌 수산물은 질이 좋고 신선해 전체 물량의 30%가 한국, 일본, 동남아, EU 등 30여개 국가로 수출됐다. 저우산 중부 다이산(岱山)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상하이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이렇듯 번영을 구가했던 저우산의 수산업은 지금 침체일로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지난 2001년 130만 톤에 달했던 어획량은 2005년 98만 톤으로 줄어들었고, 작년에는 38만 톤으로 1/4토막이 났다. 해산물도매시장에서의 거래액도 43억 위안(한화 약 7095억원)으로 2001년의 1/3 수준이다. 어민 수도 2001년 25만 명에서 2008년 18만 명으로 감소했다. 잡히는 어족 수도 대폭 감소했다. 과거 조기, 갈치, 문어와 더불어 저우산어장의 4대 수산물로 꼽혔던 참조기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작년에는 문어의 수도 줄어들어 시장에서는 500g 이상의 문어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저우산의 특산품이었던 꽃게도 2008년에 비해 거래량이 15%나 줄어들었다. | ▲ 저장성 근해 수질 상황도 | ⓒ 저장성해양환경공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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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장성 해역 적조 위성사진 | ⓒ 중국해양재해공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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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이 살기 힘든 썩은 바다로 변한 황금어장 중국 최대 근해 어장이었던 저우산이 쇠락의 길을 걷는 이유는 갈수록 악화되는 해양오염 때문이다. 작년 2월 저장(浙江)성 해양어업국이 발간한 <저장성해양환경공보>에 따르면, 저우산어장은 전체 해역의 95%가 4도 이상의 오염상태를 나타냈다. 이는 2000년의 53%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환경 오염상태를 1도에서 5도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하는데 4도는 두 번째로 높은 단계다. 겉으로는 4도로 구분했을 뿐 해양생물이 살기 힘든 썩은 바다라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3월 중국 국가해양국이 발표한 <중국해양환경질량공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저우산 일대에서 채취된 패류의 납 함유량은 정상치보다 50%나 높고, 카드뮴과 살충제의 DDT 함량도 4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은 인간의 중추 신경계를 파괴하여 다량 섭취할 경우 혈액과 뇌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DDT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살충제로, 상당히 위험한 물질이다. 중국 정부는 저우산어장의 오염 원인을 해저 송유관과 케이블의 부설 증가로 지목했다. 20세기 말부터 항저우만과 저우산 해저에는 송유관, 광케이블, 전선 등이 무수히 놓여졌다. 중국 정부는 법률로 송유관과 케이블의 2㎞ 이내에 어로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해양오염을 가속화시킨 것은 여과 없이 방출되는 산업 및 가정의 오폐수다. 세계적 공업단지인 상하이, 항저우, 닝보(寧波), 자싱(嘉興) 등 양쯔강 하류 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폐수는 그대로 바다에 버려져 저우산어장을 궤멸시켰다. | ▲ 주자젠에 있는 양식장들은 해마다 줄어드는 꽃게 생존율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 ⓒ 모종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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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적조만 47차례... 엎친 데 덮친 격 황톳물도 줄어들어 해양오염에 따른 독성 해조류 증가로 적조도 빈발하고 있다. 2008년 저우산어장과 동중국해에서는 무려 47차례의 적조가 발생했다. 오염 면적도 1만2070㎢에 달해, 1990년대에 비해 4배나 넓어졌다. 적조는 오폐수, 비료, 차량 방출물질, 산업 폐기물 등을 먹는 조류로 인해 발생한다. 조류 하나가 단 2~3주만에 100만 번을 넘는 놀라운 자기복제로 바다를 뒤덮어 모든 생명체를 질식시킨다. 판유에(潘岳) 중국 국가환경보호부 부부장조차 "적조는 인체를 마비시키는 독소를 지니고 있다"며 "외관상 화려하게 보이지만 수중 생명체를 죽게 해 결국 수산업에 큰 피해를 끼치는 등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불청객이 늘어났다. 양쯔강 상류에 건설된 싼샤(三峽)댐과 양쯔강의 물을 황허(黃河)로 돌리는 남수북조 사업이 그것이다. 양쯔강은 한강의 80배가 넘는 초당 8만 톤의 황톳물을 바다에 쏟아 붓는다. 양쯔강에서 나오는 담수와 1백여 가지의 미생물은 동중국해의 영양분을 제공했다. 저우산 남부 주자젠(朱家尖)에서 꽃게 양식장을 운영하는 리청밍은 "5년 전만 하더라도 꽃게 생존율이 70~80%에 달했는데 지금은 30~40%에 불과하다"며 "줄어든 황톳물과 해양오염이 그 주범"이라고 말했다. 양둥팡(楊東方) 저장해양대학 교수는 "중국은 지난 7년간 어업 생산량과 수산물 수출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며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중국 소비자의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는데 갈수록 고갈되는 어족 자원으로 중국은 머지않아 수산물 수입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