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일본

일촉즉발 위기 한·일관계 조속히 진화해야

화이트보스 2019. 1. 25. 14:27


일촉즉발 위기 한·일관계 조속히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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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 P-3 초계기가 23일 우리 해군 대조영함에 불과 540m 거리까지 접근해 30분간 원을 그리며 위협 비행을 했다. 대조영함이 20번이나 “접근 말라”고 경고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본 초계기는 지난 6일간 3차례나 이렇게 위험한 도발을 했다. 적대국 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 상황이다. 
  

일 초계기 미증유의 잇따른 위협 비행
일 책임 크지만, 갈등부담은 우리가 커
정상간 소통으로 ‘윈윈’할 해법 모색을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의 일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으로 촉발된 한·일 군사갈등이 한 달 내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먼저 일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그동안 우리 함정이 레이더를 겨냥했다는 ‘증거’라며 동영상과 전자파 접촉 음을 제시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결정적 물증은 될 수 없었다. 그러더니 지난 22일 돌연 실무협의 중단을 선언하고 양국 간에 백해무익한 ‘저공 위협 비행’ 도발을 개시한 것이다. 
  
미국을 매개로 동맹관계나 다름없는 한국에 대해 과도하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의 저의가 뭔지 우려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급락한 지지율을 만회해서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승격시키는 헌법개정의 빌미를 만들려는 속셈이거나,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한국에 대한 감정이 폭발한 결과란 얘기가 나온다. 사실이라면 아베 내각은 국면 전환을 위해 외교를 내치에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외교의 대응에도 문제가 많다. 연일 일본의 ‘도발’을 강한 톤으로 비난만 할 뿐, 우발적 신경전을 국제분쟁 수준으로 부풀리는 일본의 의도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갈등을 해소하려는 내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선 한 술 더떠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까지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또 전임 정부에서 위안부 협상에 관여했던 외교부의 ‘재팬 스쿨’ 관리들은 ‘적폐’로 몰려 줄줄이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 이는 일본 외무성 내 친한파 관리들의 입지를 좁혔다. 
  
북한 비핵화가 한치도 전진하지 못한 가운데 한미관계도 방위비 분담금 갈등으로 휘청대는 마당이다. 여기에 한·일 관계까지 무너지면 나라의 외교 근간이 위태롭게 된다. 
  
한·일 갈등이 심해질수록 손해가 큰 쪽은 우리다. 당장 주한미군부터 일본에 전개된 미군기지의 지원·보급이 없으면 꼼짝을 할 수 없다. 북핵 문제 역시 일본을 원군 삼지 않으면 스텝이 꼬이기에 십상이다. 하향세의 경제성장률과 불안정한 금융환경을 봐도 일본의 대한 투자와 통화스왑 재개가 필수다. 매해 800만 한국인이 일본을 찾는 현실만 하더라도 한·일은 협력하고 같이 가야 하는 운명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민의 감정적 대응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겨 일본과의 원심력을 부채질하는 양상이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는 사이 아베 내각은 한국을 동남아보다 뒷순위에 두고 중국과의 관계를 전격 개선, 동북아 정치판도를 뒤흔들어 우리만 고립이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지금의 한·일 갈등은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위안부 해법을 놓고 한·일이 충돌한 이명박 정부, 양국 정상이 3년 넘게 만나지 않고 각을 세웠던 박근혜 정부 시절의 10년 갈등이 쌓이고 쌓인 끝에 곪아 터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양국이 비상한 각오로 갈등의 뿌리를 직시해, 장기적 관점에서 냉철한 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두 정상이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당면한 군사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진전시킬 방안을 구해야 한다. 되돌릴 수 없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시비를 거는 일본의 잘못된 행동은 똑 부러지게 비판하되 다른 현안에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있을 것이다. 또 취임 1년 반이 넘도록 존재감을 발휘 못하고 있는 현 주일대사 대신 외교력 있는 인재의 기용도 검토할 때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일촉즉발 위기 한·일관계 조속히 진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