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향후 상황이 부정적으로 바뀔 경우 우리 대비 태세가 대북 조기경보와 눈 깜박 않는 감시를 제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며 “이 두 시설은 전력 방어보다는 원칙적으로 지휘통제와 지속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의 지하 사령부가 CP 탱고다. 주한미군은 여기서 두번째 한국전쟁을 지휘한다. 그런데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탱고와 함께 군산 격납고의 전략적 가치도 함께 지목했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그레이 이글(MQ-1). [사진 제너럴 애토믹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3/29/934070e3-be7e-4152-a251-ae3eb3a9f92e.gif)
주한미군에 배치된 그레이 이글(MQ-1). [사진 제너럴 애토믹스]
격납고가 완공되기 전이지만 그레이 이글은 이미 군산에 배치됐다. 주한미군은 2015년 그레이 이글을 예하 2사단에 배치하기로 하고 지난해 2월 그레이 이글 중대 창설식을 열었다. 동시에 신형 격납고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12대로 이뤄진 그레이 이글 1개 중대를 수용하기엔 군산 기지의 기존 시설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군 관계자는 “수용 공간은 물론 정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운용 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현재 그레이 이글은 평택 미 공군 기지와 군산을 오가며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격납고가 만들어지기 전 기체부터 배치한 건 그레이 이글이 그만큼 한반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미 의회에서 밝힌 "대북 조기경보와 눈 깜박 않는 감시"를 위해서 핵심적인 전력이다. 그레이 이글은 정찰 능력이 뛰어나다. 길이 8m, 날개폭 17m의 중고도 무인기로 최대 30시간 동안 최고시속 280㎞로 비행할 수 있다. 최대 30시간 연속 비행과 고화질 감시 능력을 갖춰 한반도 전역을 작전 반경으로 삼는 게 가능하다.
그레이 이글은 공격력도 갖추고 있다. 8㎞ 떨어진 적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를 각각 4발 장착할 수 있다. 북한 주요 표적에 대한 직접 타격이 가능해 한반도 배치 당시 북한 지휘부 참수작전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지역에서 실제 특수부대와 유사한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측은 “한반도의 그레이 이글은 공격보다 정찰 위주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산 격납고 건설 예산이 미·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으로 전용되면 그레이 이글의 정상 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창설식 당시 주한미군이 “그레이 이글의 완전한 작전 운용 시기는 내년(2019년) 4월”이라고 밝힌 것도 올해 격납고 완공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선 “격납고 완공이 미뤄지면 반쪽 운용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