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원 전 국무총리. 조선DB.
2016년 11월 17일.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탄핵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를 지냈던 정홍원 전 총리는 이날 언론에 개인 입장문을 배포했다.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박 대통에게 무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는 일시적 분풀이이며 마녀사냥"이라는 게 주 내용이었다.
" 박근혜 정부 출범 4년차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 국민들도 좌절을 느끼셨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제가 갖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대통령이 최순실과 가깝게 지냈고 최순실이 이를 이용해 국정에 개입, 사익을 도모했다는 정황이 적지 않다는 점인데 그것만 해도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 가져온 기대가 좌절로, 애정이 분노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와 주장 또한 결코 법 앞에 평등이 아니다. 그것은 일시적 분풀이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그러면 국정이 일방적으로 경직되기 쉽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외부의 조력이 없이는 판단도 제대로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일부의 주장은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일방적으로 추궁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박근혜 정부의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 자숙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 그동안 침묵했지만 모두들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침묵하는 게 오히려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최악이었다. 정 전 총리의 발표문을 접한 네티즌들이 “지금 탄핵 찬성 여론이 74%란걸 알고나 하는 말이냐 (oero*******)” “마녀사냥이라니 국정파괴를 진정으로 모르고 떠드는 어느 미친 (rtr556********)”“아주 마지막 발악들을 하는구먼 국민들이 바보인줄아나 (bmr955********)”등의 반응을 보인 이유다.
지난 대선 때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원의 보석(保釋·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결정으로 풀려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불에 데인 듯한 통증을 안고도 감옥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발생하고 있는 이런 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댓글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있는 사람도 풀려나는데 돈 한 푼 받은 것이 입증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은 왜 감옥에서 고통 받고 있느냐는 여론이 점차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발 맞춰 과거 정 전 총리의 글도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용기 있게 맞는 말만 잘 썼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당시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과거에 모셨었다는 한 정치인이 종편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은) 늘 결정을 못 할 때 어디로 전화를 했다. 세종시 수도 이전 문제 때 결정을 못하기에 전화라도 해 보세요라고 했더니 진짜 구석에 가서 전화를 하더라'라고 마치 박 전 대통령이 문외한 (門外漢)인 것처럼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글에도 나왔듯 박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인지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정 전 총리는 검찰 고위직 출신이지만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행은 애초부터 접었다. 전관예우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공직자로 명예를 얻은 사람이 돈까지 추구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요즘 보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위해 무료 강의나 없는 돈을 쪼개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보수의 웃어른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요즘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자금을 대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며 웃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