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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안에 반발, 문무일 1년전 짐까지 쌌다

화이트보스 2019. 5. 4. 11:19



'답정너'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 문무일 1년전 짐까지 쌌다

입력 2019.05.04 00:30

[수사권 조정 갈등]
文검찰총장, 수사권 문제로 취임 이후부터 靑·법무장관과 갈등
당시 검사들 만류로 사퇴는 안했지만 "우리 의견 무시당해" 불만
기자간담회 등 열어 대응할 듯… 검찰에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

지난해 6월 문무일 검찰총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만났다. 검찰 인사(人事)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박 장관은 문 총장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 최종안"이라며 서류를 건넸다고 한다. 조정안에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사 종결권은 경찰 자체 판단으로 무혐의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충돌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충돌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박 장관이 3일 경기 수원시 수원고검 내 문서보존실을 둘러보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 3월 29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는 문 총장. /법무부·연합뉴스
문 총장은 격분했다고 한다. 수사권 조정을 한다면서 '공룡 경찰'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자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사권 진행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식으로 연락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 패싱' 문제를 제기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를 두고 "그런 논의가 가능한지 이해가 안 간다.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다"며 박 장관과 조 수석을 겨냥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 이후 검찰 의견을 개진했는데 그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 총장이 박 장관에게 항의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오찬을 겸한 자리였는데 문 총장은 밥도 안 먹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고는 "내 짐을 싸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사표를 던지겠다는 뜻이었다. 참모들이 만류하면서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정부는 6월 21일 수사권 조정안을 그대로 발표했다.

검찰은 이후 국회를 상대로 검찰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문 총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출석해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것은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검 참모들도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이 점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에 들어가기 얼마 전부터는 여당 의원들이 대검에 "안 만날 테니 국회로 찾아오지 말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이 해외 출장 중인 지난 1일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입장문까지 내가며 반대 입장을 밝힌 데는 이처럼 정부, 국회로부터 검찰이 소외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도 3일 본지 통화에서 "나는 그동안 이 문제를 국회와 정부, 언론에 계속 얘기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에까지 오르자 검찰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해외 출장 중에 입장문을 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수원고검 개청식에서 "시대 상황은 변했고 국민의 시각과 의식도 달라졌다. 검찰의 수사 관행은 물론이고 권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도록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개청식에 어울리지 않는 언급을 한 것은 이런 문 총장과 검찰의 반발 기류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 장관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조직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장관은 그동안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청와대와 같은 편에 서 왔다. 그의 발언엔 청와대 의중이 실린 것으로 검찰은 받아들이고 있다.

상당수 검사는 박 장관 발언에 대해 "어느 부처 장관인지 모르겠다"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검찰청도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대응을 자제하는 데는 여론이 검찰에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수사권 조정안을 포함한 검찰 개혁안은 그동안 검찰이 대통령 충견(忠犬) 노릇을 하고 그 대가로 무소불위 권력을 누렸다는 비판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국회와 대놓고 충돌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검찰에 더 큰 부 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문 총장이 4일 귀국한 뒤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의 수사권 조정안 반대 입장 표명으로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조정안의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3/20190503032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