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자이한(Peter Zeihan) 켄터키대 패터슨 스쿨, 국무부, 스트랫포 분석 담당 부사장,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등의 저자
피터 자이한(Peter Zeihan)
켄터키대 패터슨 스쿨, 국무부, 스트랫포 분석 담당 부사장,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등의 저자

미국 정부가 세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라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 무역’ ‘국제 질서’ 모두 미국이 구축한 개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유라시아를 보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분쟁으로는 소련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의 해결책은 소련과의 냉전 기간에 누구에게든 뇌물을 줘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방법은 세 가지였다. △모든 동맹국의 영토를 보장하고 △누구든 언제든 어떤 상품이든 거래할 수 있도록 교역의 자유를 부여하고 △미국 시장을 모든 동맹들에 개방하는 것이었다. 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탄생한 이 ‘약속(commitment)’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세계를 창조해 냈다.

그러나 냉전은 1989년 끝났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에 해온 ‘약속’으로부터 얻는 것이 별로 없게 됐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약속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됐건 그는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게 돼 있었다. 트럼프는 그 임무를 정중하다기보다는 쾌활한 모습으로 맡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적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첫째, 미국은 세계로부터 거의 완전히 철수하고 있다. 더 이상의 ‘전 지구적인’ 관심사는 없다. 여기엔 향후 10년 내로 한국 영토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도 포함된다.

둘째, 미국은 자신들이 원할 때 언제든 원하는 곳에 개입할 것이다. 동맹국의 이익이나 체제 안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독립까지 하게 되면, 미래 미국의 군사 개입은 파괴적일 뿐만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갖고 진행될 것이다. 미국은 북미를 제외한 경제에 대한 노출도가 크지 않다. 그래서 다른 나라 경제에 파괴적인 일이 있어도 미국의 기업 대부분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예컨대 세계 에너지 위기는 중국, 독일 등 여러 나라의 경제를 멈추겠지만, 미국 경제에는 그 어떤 부정적인 영향도 없을 것이다. 맞다. 극악무도하다. 하지만 효과적이다.

셋째, 미국의 동맹국 명단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면 글로벌 동맹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미에 국한된 질서 유지에는 동맹이 필요 없다. 미래 미국의 동맹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나라가 될 것이다. 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나라, 미국의 요구 사항을 존중하는 나라, 무엇보다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적은 나라가 동맹이 될 것이다.

이런 요소를 고려했을 때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미미하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상대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충돌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다. 충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식 세계 질서에 가장 많이 기대는 나라 중 하나다. 국제 사회에 미국의 활발한 개입이 없었다면 중국의 현대화도 없었을 것이다.

의문은 ‘중국이 세계적인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중국과 미국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가 아니다. (물론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중국은 미국의 허용하에 통일된 국가로 계속 존재할 수 있다’다.) 중요한 점은 ‘미국 없는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추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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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자이한 ‘21세기 美의 패권과 지정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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