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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필리핀 쓰레기 수출, 알고보니 해외 도주범 기획

화이트보스 2019. 6. 30. 16:52



'국제망신' 필리핀 쓰레기 수출, 알고보니 해외 도주범 기획

최모란 입력 2019.06.30. 15:21 수정 2019.06.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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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쓰레기를 불법 수출해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중국의 폐합성수지 수입 규제 등으로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자 헐값에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쓰레기 수출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에서 반송된 폐기물을 살펴보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오른쪽)과 정장선 평택시장. [연합뉴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이동언 부장검사)는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과 관세법 등 위반 혐의로 폐기물 수출업체 G사 대표 A씨(41) 등 4명을 구속기소 하고, M사 대표 B씨(40) 등 7명을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이들이 운영한 관련 법인 3곳을 같은 혐의로 기소하고 필리핀에서 도주 중인 총책 C씨(57)를 기소중지 조치했다.

A씨와 C씨 등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재활용할 수 없는 일반 쓰레기 등이 포함된 폐기물 1만6413t을 재활용할 수 있는 합성 플라스틱이라고 속여 필리핀으로 불법으로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등에 허위로 작성한 수출입관리폐기물 신고서를 제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필리핀 현지에서 불법 수출된 한국산 폐기물이 적발돼 국내로 반송되는 등 논란이 일자 평택세관과 한강유역환경청 등은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검찰도 지난 3월 해당 기관에서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에 나섰다.


필리핀 도주한 총책이 진두지휘
불법 폐기물 수출은 폐기물 공급업체와 국내 폐기물 수출업체, 필리핀 현지 폐기물 수입·통관업체의 합동 작품이었다.
2017년 1월 전 세계 폐합성수지 상당량을 사던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수입을 규제하면서 국내 폐기물 처리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폐기물 매립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각종 환경 규제 등으로 소각 등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폐기물 처리 비용 가격도 비쌌다.

폐기물 수출업체인 G사의 실제 운영자이자 총책인 C씨는 이런 점을 노렸다. 2015년 다른 사건에 연루돼 필리핀으로 도주한 그는 국내 폐기물을 필리핀으로 들여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016년 필리핀 현지에 폐기물 수입·통관업체를 세웠다.
[자료 수원지검 평택지청]
[자료 수원지검 평택지청]

국내에 있는 G사 대표 A씨 등은 폐기물 중간처리업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폐기물을 처리해주겠다"며 접근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합성수지의 경우 세탁과 건조, 분쇄 작업을 거쳐 압축한 뒤 수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수출입관리폐기물 신고서엔 정상적으로 처리한 폐기물이라고 써 놓고 재활용할 수 없는 생활 쓰레기 등을 함께 압축해 필리핀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엔 C씨의 친동생(54·구속기소)도 가담했다.
필리핀 관세청은 최근 유해 폐기물 등에 관한 규제법 위반 혐의로 총책 C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폐기물 중간처리업자들은 제주도와 경기도 고양시, 경북 성주군 등에서 배출한 폐기물을 t당 15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수집했다. 이후 "폐기물을 처리해 달라"며 G사에 t당 10만원씩 주고 넘겼다. G사는 이를 필리핀으로 모두 보냈다. 8500여t은 필리핀으로 실제 수출됐고, 7800여t은 수출 과정에서 반송되는 등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수출 쓰레기 일부 국내 반송
G사가 불법 수출한 폐기물 8500여t 중 1200여t은 올 2월 국내로 반송돼 소각됐다. 하지만 현재도 5100t의 쓰레기가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남아있는 상태다.

국내로 반송된 필리핀 수출 폐기물은 환경부 관계자가 살펴보고 있다. [사진 환경부]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A씨 등이 폐기물 중간처리업자 등과 짜고 평택이나 전북 군산 등의 물류창고에 폐기물 1만8700여t을 불법 보관한 사실도 밝혀냈다.
환경부가 전국 불법 폐기물을 전수조사한 결과 해외 불법 수출을 위해 항구에 보관된 폐기물만 3만4000t에 이른다. 방치 폐기물(83만9000t)과 불법 투기 폐기물(33만t)의 상당량도 불법 수출을 목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에 접수된 폐기물 수출 신고만 700여 건에 이르지만, 담당 직원은 1~2명 정도이고 현행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무허가 처리업자의 행위만 환수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