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김재관 소장의 집수리로 환생한 집 두 채. 환히 불켜진 곳들이다. 저 너머 북한산이 보인다.[사진 무회건축]](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27/5c879fd9-a427-4d98-92ba-135447ee9300.jpg)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김재관 소장의 집수리로 환생한 집 두 채. 환히 불켜진 곳들이다. 저 너머 북한산이 보인다.[사진 무회건축]
'집수리 업자' 김재관 건축가
구기동 폐가 수리 프로젝트
이런 요즘에 ‘집수리 업자’라고 스스로 칭하는 건축가가 있다. 업계에서 드물게 설계를 하고 수리도 한다. 김재관 무회 건축사사무소 소장이다. 지금까지 15채의 집을 수리했다.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시한부 판정'을 받거나 생명을 다한 집을 환생시켰다. 김 소장은 “집수리의 역사가 끊긴 한국에서 나는 각혈하는 환자(집)를 살리는 외과 의사”라며 웃었다.
![김재관 소장. [사진 무회건축]](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27/03f10b11-e079-49b5-a0da-32e59805569a.jpg)
김재관 소장. [사진 무회건축]
![환생한 일명 '두꺼비 집'. 남쪽으로 난 천창으로 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사진 무회건축]](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27/64e5a96c-5c4c-4dd3-9102-cd0afce81fa9.jpg)
환생한 일명 '두꺼비 집'. 남쪽으로 난 천창으로 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사진 무회건축]
의뢰인은 ‘예진이네’ 건축주다. 예진이네는 김 소장이 수리한 부암동 집으로,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리모델링)을 받았다. 이 집의 건축주가 이 구옥들을 매입해 김 소장에게 또다시 수리를 맡겼다.
“폐허 같은 집이 김 소장의 손을 거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에 재미 들었다”는 건축주의 제안에 건축가는 “정말 아무도 못 고치는 집을 고쳐보고 싶었다”며 화답했다. “가치 있게 만들어서 팔아보자”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을 보고서 동네 사람들은 “고수 아니면 바보”라고 수군거렸다고 한다.
첫인상(진단)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본 공인중개사가 인근에 집 한 채가 더 매물로 나와 있음을 알렸다. ‘두꺼비 집’이다. 어둡고 낮게 웅크리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첫 집보다 상태가 더 처참했다. 김 소장은 “웬만한 병원은 다 다녀온 환자 같았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살 의지가 없는 환자였다”고 회고했다.
대신 가격이 시세보다 훨씬 저렴했다. 수많은 공사업자가 집을 보러 왔지만 포기하고 돌아갔다. 집 상태도 엉망이고, 공사를 위한 폭넓은 길도 없었다. 두 사람 눈에는 이 배척받은 땅에 희망이 보였다. ‘자연과의 관계’였다. 집 뒤가 인왕산이라 고요했다. 두 집 모두 마당에 서면 북한산이 보인다. “장소의 고유성을 살려 수리해보자”는 진단이 나왔다.
![파란지붕 집이 수리 전의 두꺼비 집의 모습이다. [사진 무회건축][사진 무회건축]](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27/fb69bf76-85cb-405b-9dfc-ff5a31a17c9a.jpg)
파란지붕 집이 수리 전의 두꺼비 집의 모습이다. [사진 무회건축][사진 무회건축]
![두꺼비 집의 내부. 지붕이 무너져내리고 있다.[사진 무회건축]](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27/a8fb2f1c-e0a7-4ed3-b35b-c3ce187ea34e.jpg)
두꺼비 집의 내부. 지붕이 무너져내리고 있다.[사진 무회건축]
![일명 '암자'의 외부. 전 주인이 원래 두 채인 공간 사이를 내부처럼 막아 썼다(까만 샷시 부분).[사진 무회건축]](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27/7daea464-256e-417b-a9c2-f5a92e4111cb.jpg)
일명 '암자'의 외부. 전 주인이 원래 두 채인 공간 사이를 내부처럼 막아 썼다(까만 샷시 부분).[사진 무회건축]
맞춤 수리(처방)
두꺼비 집의 경우 빛과 바람의 수리였다. 북향의 집의 남쪽에는 옹벽 같은 바위가 있다. 집은 토굴처럼 어두웠다. 김 소장은 이미 허물어져 쓸모없는 벽을 정리하고, 새로운 벽을 세웠다. 집의 중요한 구조체이면서 책장처럼 만들어 수납할 수 있게 했다. 수납 벽이 가리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 불투명 또는 투명 유리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천창을 내 집 안으로 빛을 끌어들였다. 천창 아래 공간을 내부 정원으로 만들었다. 밖에서 내려다볼 수 없는 환한 은둔의 정원이다.
![수리한 두꺼비 집.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본 모습. 마당에 채마밭을 뒀다.[사진 무회건축]](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27/ae15b059-02c4-4911-97bf-555a338b03b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