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31 10:46
고갯마루와 고원에서 즐기는 선선한 여름 산행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해 전 국민의 이동이 시작된다. 피서철 혼잡이 극에 달하는 시기다. 많은 이들이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기 위해 바닷가로 떠나거나 산중의 계곡을 찾는다. 하지만 오히려 어떤 이들은 높은 산을 오르기도 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는 한여름에도 바람이 서늘해 더위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폭염 속에 산을 오르는 자체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는 점. 특히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긴 산행은 피하는 것이 답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예 차를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산행을 시작하면 더위를 피하며 산도 즐길 수 있다. 백두대간의 높은 고갯마루나 고원지대를 피서산행의 베이스캠프로 삼는 방법이다. 물론 이런 지역은 대부분 접근이 쉽지 않다. 산 위의 오지이거나 도로 사정이 열악한 곳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한여름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산행방법이다.
피서산행 기점으로 삼을 만한 고갯마루로는 대관령, 만항재, 댓재, 진고개,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죽령, 도마령, 운문령, 이화령, 배내고개 등을 꼽을 수 있다. 큰 산을 끼고 있어 조금만 오르면 높은 산의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해발 1,000m 이상 되는 고원지대도 피서를 겸한 산행이나 트레킹에 적합한 장소다. 정선 청옥산 육백마지기나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 강릉 안반데기 고랭지채소밭 등이 그런 곳이다.
1. 만항재와 함백산
야생화 가득한 산길로 정상 올라
만항재(1,330m)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혈동 사이에 있는 고갯마루다. 백두대간이 태백산(1,567m)과 장산(1,409m)을 거쳐 함백산(1,573m)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자동차도로가 지나가는 가장 높은 고개로 드라이브를 즐기려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이곳을 통해 함백산을 오르거나 시원한 고원에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여가를 보낼 수 있다.
만항재에서 태백선수촌과 연결되는 도로를 거치는 백두대간 길을 따라 함백산 정상을 갈 수 있다. 영월 상동 방향으로도 능선을 따라 옛길이 연결되어 있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 관련 기사 바로 보기(Click!)2. 대관령과 선자령-> 관련 기사 바로 보기(Click!)
바람 많은 선자령에서 더위 날려
대관령은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영동과 영서지방을 넘나드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라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길목이라 산행기점으로 유명하다. 대관령에서 연결되는 산길을 이용해 선자령(1,157m)이나 능경봉(1,123m)을 오를 수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방향으로 6.2km 지점에 임도삼거리가 있는데, 오른쪽 임도를 따라 역방향으로 돌아가면 선자령 정상으로 가는 산길이 나온다. 능경봉은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서 도로 위 다리를 지나면 보이는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들머리다.
3. 진고개와 노인봉-> 관련 기사 바로 보기(Click!)
오대산 중심을 가로지르는 고갯마루
오대산 노인봉(1,338m)과 동대산(1,434m) 산행기점으로 알려진 진고개의 고도는 해발 960m로 상당히 높은 고갯마루 중 하나다. 게다가 고개 정상에 휴게소와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어 서늘한 고지대의 공기를 만끽하며 쉬어갈 수 있다.
진고개에서 다녀오기 가장 좋은 산은 노인봉이다. 산정에서 일출을 보기도 하고 숲길을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진고개에서 출발해 다시 진고개로 돌아오는 왕복 코스가 적합하다. 조금 긴 산행을 원하면 청학동 소금강으로 내려서는 코스를 권한다. 하지만 산행 거리가 길다. 노인봉에서 청학동 매표소까지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2시간 소요.
4. 댓재와 두타산
완만한 백두대간 따라 두타산까지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의 댓재는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고갯마루다. 해발 800m 고도로 한여름에도 흐린 날에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댓재를 기점으로 하는 산행지로는 두타산頭陀山(1,352.7m)이 대표적이다. 산행거리가 약 6.1km로 만만치는 않지만, 산길이 부드러워 아무래도 부담이 적다.
두타산에서 하산로는 여러 방향으로 잡을 수 있다. 삼화사 쪽으로 내려가려면 북릉을 따라 30분쯤 내려서다 갈림목에서 왼쪽 길을 따르도록 한다(삼화사까지 약 3시간). 오른쪽 길은 쉰움산을 거쳐 천은사로 이어진다(약 2시간30분). 박달령에서 박달골과 쌍폭~무릉계를 거쳐 삼화사로 내려서는 이들도 많다.
-> 관련 기사 바로 보기(Click!)5. 이화령과 조령산
-> 관련 기사 바로 보기(Click!)험난한 바위산을 맛볼 수 있어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고갯마루인 이화령은 해발 548m로 고도가 아주 높은 고개는 아니다. 하지만 백두대간이 백화산(1,063m)에서 조령산(1,025m)으로 이어지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의 높은 산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지막한 곳이라 옛날부터 많은 이들이 다니던 통행로다. 지금은 이화령터널이 생겨 차량 통행이 잦지 않다.
이화령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 조령산 구간은 바위가 많은 곳이다. 고정로프와 계단이 많아 제법 난이도가 높다. 이화령에서 조령3관문까지 10㎞ 거리이며, 산행시간은 7~10시간가량 소요된다. 바윗길이 험하므로 초보자는 조령산만 산행하고 문경새재 마당바위 방면이나 연풍 절골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6. 육백마지기와 청옥산
정상부에 야생화단지 조성해 관광객 몰려
강원도 평창군 청옥산 정상부의 육백마지기는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지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발 1,256m인 청옥산 정상 바로 밑까지 찻길이 나 있고, 정상부 사면에 넓은 야생화 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고랭지 배추재배단지와 풍력발전기로 유명하다. 특히 한자리에서 일출·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고 고원의 운해와 밤하늘 별빛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시원한 바람과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서, 특히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린다.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원활한 차량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탐방객이 늘었다.
7. 안반데기와 고루포기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눈 많아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에 위치한 안반데기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이다. 1965년에 고랭지채소 재배를 위해 개척된 지역으로 해발 1,100m의 고원지대다. 고루포기산(1,238.3m)과 옥녀봉(1,146m)을 잇는 능선 동쪽의 구릉지에 조성되어 있다.
국내 최대의 고랭지채소 경작지로 고도가 높아 한여름에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이면 많은 눈이 쌓여 산악스키를 타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능선을 따라 여러 대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대관령 목초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안반데기’라는 지명은 떡메로 떡쌀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처럼 지형이 평평하게 생긴 것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