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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임명' 밀어붙이려는 靑·與...호남·중도층 민심 이반 신경 쓰이네

화이트보스 2019. 9. 8. 09:34



'조국 임명' 밀어붙이려는 靑·與...호남·중도층 민심 이반 신경 쓰이네

입력 2019.09.08 06:00 | 수정 2019.09.08 08:25

조국 임명 반대 호남 여론, 8월 30일 31.3%→9월 3일 35.5%→9월 5일 43.1%
찬성 여론이 더 높지만…"조국 임명하면 민주당 지지율까지 낮아질 수도"
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文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중도층, 조국 임명 강행시 지지 철회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요구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9월6일)까지 국회가 보고서 채택을 하지 못하면서 조 후보자 임명 문제는 문 대통령 손에 넘어갔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이제 국회 동의 없이도 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금명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더 높은 조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일 경우 정권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문재인 정권을 떠받쳐왔던 호남과 중도층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점이 문 대통령이나 여권으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이 주요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사안에 따라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호남·수도권의 비판적 지지층과 부동층 성향의 중도층 이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신(新)민주당 지지층'이라 부르는 20% 안팎의 유권자들의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與 조국 임명 강행 시 호남·중도층 일부 등 돌릴 가능성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찬성·반대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표본오차 ±4.4%p), 찬성한다는 응답은 40.1%, 반대는 56.2%였다. 리얼미터가 그 이틀 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찬성이 51.5%, 반대는 46.1%였다. 5.4%포인트에 불과했던 찬·반 격차가 2일만에 16.1%포인트로 커진 것이다. 두 조사가 이뤄진 시점 사이에 조 후보자 딸이 받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조 후보자 측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민주당 김두관 의원 등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는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새로 불거진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현 정권 핵심 지지층인 호남 민심 추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실시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는 47.8%였으나, 호남은 66.3%로 전국 평균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리얼미터가 최근 4차례 실시한 조 후보자 찬반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의 반대 여론은 점점 높아져 지난 5일 기준 43% 수준까지 올라갔다.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는 지난달 28일과 30일, 이달 3일과 5일 등 총 4차례에 걸쳐 조 후보자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4차례 조사에서 조 후보자 반대는 54.5%(8월28일)→54.3%(8월30일)→51.5%(9월3일)→56.2%(9월5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호남 지역에서는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줄곧 높았다. 다만 반대 여론이 31.9%(8월28일)→31.3%(8월30일)→35.5%(9월3일)로 높아지다가 지난 5일 조사에선 43.1%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 발언으로 호남 유권자가 결집할 만한 이슈가 있었지만,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논란이 불거지면서 호남에서도 반대 여론이 계속 높아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통상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찬성 여론은 대통령 지지도만큼 나와야 한다"며 "조 후보자의 경우 그렇지 못한데 그만큼 지역 주민들이 부적격이라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호남 지역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6%인데 비해 조 후보자 찬성 여론은 그보다 14%포인트 낮은 52%에 그쳤다. 더구나 최근 4차례 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떨어지고 반대 여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호남에서도 '조국 리스크'가 지지층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대안정치연대 소속 한 의원은 "호남 지역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자 임명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더 높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많이 다르다. 반대가 찬성 못지 않다"고 했다.

 동남아 3개국 순방 후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6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 3개국 순방 후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6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보수정당에 등을 돌리고 현 정권 지지로 돌아섰던 중도층 상당수가 현 정권에서 이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조 후보자가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57%였다. 그런데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사람 중 60%가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했고,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의 62%가 반대했다. 중도·무당층의 조 후보자 반대가 전체 평균보다 더 높았다. 김형준 교수는 "이념적 성향이 중도인 사람들은 개혁과 도덕성을 중시한다"며 "조 후보자가 그동안 개혁성을 보여왔지만 각종 의혹이 제기돼 '위장된 개혁' ''비(非)도덕성'이 불거지면서 중도층이 조 후보자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총선 승리 방정식 흔들릴 수도

호남과 중도층에서 나타난 '조국 반대' 여론을 감안하면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은 민주당이 상정한 '총선 승리 방정식'을 허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진복 정책연구실장이 지난 4월 발간한 '대한민국 중심 정당의 혁신적 포용노선'이란 보고서에서 이런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실장은 이 보고서에서 민주당 지지층을 크게 세 부류로 분류했다. △오래 전부터 민주당을 지지해 온 '원(原) 민주당 지지층' △'촛불 혁명'과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새롭게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 '신(新) 민주당 지지층'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잠재적 지지층인 '대통령 지지층' 등이다. 이 중 '신민주당 지지층'은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현 여권(與圈)을 찍지만 평소에는 지지하지 않는 20·30대, 수도권·호남에 거주하는 '비판적 신 민주당 지지층'과 보수 진영에 실망한 50대와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 중심인 '보수 진영 이탈 신민주당 지지층'으로 나뉜다. 이 실장은 전체 유권자 중 △원 민주당 지지층이 25%, △비판적 신 민주당 지지층이 10% △보수진영 이탈 신민주당 지지층이 10% △대통령 지지층이 20%라고 봤다. 모두 합치면 65% 정도 된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비판적 신민주당 지지층에게 '그민찍(그래도 민주당 찍을 거잖아)'의 오만을 부리고, 보수진영 이탈 신 민주당 지지층에게 '그자찍(그래서 자유한국당 찍을 거야?)의 독선을 부리는 것은 정권심판을 자초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이후 문재인 정권을 뒷받침한 새로운 지지층의 뜻을 거슬러 '하고 싶은 것 다 한다'는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조 후보자가 갖가지 의혹에 휩싸이는 와중에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하려는 듯한 태도를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호남의 전폭적 지지가 일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보수 진영에서 이탈했던 중도층이 다시 보수 진영에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지난 한 달간 조 후보자 논란을 겪으면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20·30대와 호남·수도권의 비판적 신 민주당 지지층과 보수진영에서 이탈했던 신 민주당 지지층 등 20%의 유권자층의 이반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연구원이 펴낸 '대한민국 중심정당의 혁신적 포용노선' 보고서에서 분류한 민주당 지지층.
민주연구원이 펴낸 '대한민국 중심정당의 혁신적 포용노선' 보고서에서 분류한 민주당 지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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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8/20190908000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