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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과 함께 한국 지킨 프랑스 용사… 내겐 66명 모두 아버지와도 같아요" 조선일보 파리=손진석 특파원 음성으로 읽기기사 스크랩 이메일로 기사공유

화이트보스 2019. 10. 30. 11:24


선친과 함께 한국 지킨 프랑스 용사… 내겐 66명 모두 아버지와도 같아요"

입력 2019.10.30 03:01

생존 노병 돕는 로제 캥타르씨 "한국은 제2의 祖國 같은 나라"

로제 캥타르(69·사진) 프랑스 6·25전쟁참전용사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참전 용사였던 선친과 함께 한국을 위해 싸운 노병들을 돕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했다. 그는 1997년부터 참전용사협회 일을 돕기 시작해 2009년부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올해로 10년째다.

로제 캥타르 프랑스 6·25전쟁참전용사협회 사무총장
/손진석 특파원
캥타르씨는 참전용사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생존 노병 66명에게 '아들' 노릇을 하고 있다. 90세 전후가 된 참전 용사들이 아플 때 찾아가 위로하거나 말동무를 해준다. 프랑스 내 9개 참전용사협회 지부 모임에도 개근하며 노병들을 만난다. 1년에 한 차례 만드는 협회 소식지도 혼자 만든다. 매년 10월 파리 개선문에서 여는 6·25전쟁 기념행사 준비에도 열정을 쏟는다. 캥타르씨는 "66명의 참전 용사들이 모두 내게는 '아버지' 같다"며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노병들이 하나 둘 저세상으로 떠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 로베르 캥타르(1927~ 1995)씨는 1951년부터 1년간 강원도에서 중공군과 싸웠다. 캥타르씨는 "아버지는 생전에 늘 한국을 그리워하며 도서관에서 한국 역사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다른 노병을 도와주라는 유언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늘 6·25전쟁 이야기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참전 용사들과 함께하는 일이 운명이라고 느낀다"고 했다. 캥타르씨도 18년간 직업군인이었으며, 전역 후 배관공으로 일하다 지금은 연금을 받아 생활하며 참전 용사들을 돕는 일만 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6·25전쟁에 약 3500명이 참전해 268명이 전사했다. 캥타르씨는 프랑스군이 파병 군인 대비 전사자 비율(7.6%)이 참전 외국 군대 중 가장 높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참전 용사들은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는 2017년 "한국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긴 참전 용사 장 르우씨의 유해를 한국에 가져가 강원도 철원군 프랑스군 참전비 앞에 안장하기도 했다. 이때를 포함해 한국을 모두 일곱 번 방문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44명의 프랑스 전몰용사 무덤을 둘러봤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나에게 '제2의 조국'"이라고 했다. 한국 음식 중 불고기를 특히 좋아한다는 캥타르씨는 "파리 시내 한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30/20191030000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