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보수 확장성 보완할 야권서 몇 안 되는 정치인
'대통합'서 역할 하고 백의종군해 후일 도모를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1월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의 계곡 속에서 모진 풍파를 맞고 있지만 언젠가 꼭 희망의 새봄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한 지 2년이 되던 날이었다. 바른정당은 이후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된다. 유승민에게 '새봄'이란 독자적인 중도(中道)의 영토를 확보하는 것이었을 테고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승민의 새봄'은 오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남은 건 앞날이 불안한 7명의 자파(自派) 지역구 의원과 '황교안이 주저앉으면 유승민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주변의 기대 정도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선보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극단적인 좌우(左右) 대립의 구도에 애당초 중간 지대는 없었던 셈이다.
이런 유승민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보수 대통합' 제안으로 전기(轉機)를 맞았다. 머뭇거리던 황 대표는 '리더십 위기'의 돌파용으로 전격적으로 그 카드를 꺼냈다. 황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이른바 '유승민의 3원칙'을 모두 받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예상 밖이었다. 직전까지의 교섭 과정을 지켜봤던 한 인사는 "정치 경험이 없는 황 대표가 처음부터 다 내주겠다고 한 것은 협상 기술상 아쉬운 부분"이라고까지 했다.
한국당이 교섭팀을 꾸리자 바른미래당 '변혁'(유승민·안철수계 모임)의 대응은 '독자 신당 추진'과 '한국당 혁신 요구'였다. 유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3원칙'에 대한 황 대표의 '확답'이 없으면 '보수 통합 추진팀'을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간 쌓인 불신의 감정이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를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고, 변혁 내부 사정도 복잡해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협상을 계속 끌고 가려는 것은 유승민이 수도권과 20~30대 등에서 한국당의 취약한 확장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대표도 있지만 일단 개문발차(開門發車)하고 합류 여부는 추후 안 전 대표의 선택에 맡길 것이라 한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한국당이나 유승민 측 모두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 통합·연대의 흐름 자체를 돌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런 '닥치고 통합'의 성패(成敗)는 결국 인적 쇄신에 달렸다. 국민은 그들이 얼마나 물갈이를 하느냐로 보수 통합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이다. 특히 보수층은 '탄핵 프레임'에 발목 잡힌 기존의 야권 판 자체를 갈아엎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러자면 '탄핵'과 무관한 신인의 전면적 수혈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교체 요구가 높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중진 교체, 일부 전략 공천 지역을 뺀 대부분 지역에서의 국민경선 실시 등을 기본으로 신인에게 유리한 공천 룰이 보수 통합 과정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유승민도 이런 요구에 자유롭진 않다. 조국 사태를 경험하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유승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들이 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