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고향이 그리워도 가서 만날 사람이 없다면 슬픈 일일 것 같아요." 지난달 중순 경북 봉화군의 한 중학교에서 만난 2학년 여학생은 자기가 태어난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열네 살인 이 학생을 만난 학교는 봉화군 내 4개 면에 있던 중학교를 통폐합해 만든 학교였다. 이 학생은 이날 하루 종일 봉화군에서 취재를 하면서 만난 가장 어린 주민이기도 했다.
봉화군 인구는 2014년 3만4023명에서 지난해 3만2843명으로 줄었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가장 많은 70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주는 지역이다. 하지만 저출산과 인구 감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봉화군에서 출생신고는 153건 있었지만, 사망신고가 482건이었다. 올해도 10월까지 출생신고가 118건 있었던 반면 사망신고는 408건이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14일 '제20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100곳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20~30대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으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소멸위험지역은 2013년 75개에서 지난해 89개가 됐고, 올해 10월 기준 97개까지 늘었다. 지자체에서 수백만~수천만원의 지원금을 주는데 지방 소멸의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 등 저출산 전문가들은 "지역 사정을 잘 알아서 육아·의료 인프라 개선에 나서야 할 지자체가 현금 복지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죽음'이 '탄생'을 압도하는 지방 소멸의 양상은 대한민국 인구 감소의 예고편이다. 2014년에는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16만8000명가량 많았지만, 지난해엔 그 차이가 2만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사망자가 더 많아져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요즘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전체가 자포자기한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이 0.98명까지 추락한 이후 정부와 정치권부터 저출산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단계적으로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13세 미만까지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