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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보 작심비판 "그들 민주주의는 전체주의"

화이트보스 2019. 12. 9. 17:02



최장집의 한국 진보 작심비판 "그들 민주주의는 전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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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한국의 민주ㆍ진보파가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뿐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 체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9일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다. 위기의 본질은 한국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라며 진보 세력을 맹비난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9주년 학술회의-김대중과 한국민주주의’ 기조 강연을 통해서다. 그는 “(집권 세력이) 민주화 이전으로 회귀해 역사와 대결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적폐 청산 열풍은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관으로 회귀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 위기의 상징적 장면으로 10월 ‘조국 사태’ 당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있었던 조국 찬반 집회를 꼽았다. 그는 두 집회를 종교전쟁에 빗대면서 “두 집회의 군중들 사이의 진리는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격렬한 정치 갈등의 조건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공정한 사법적 결정이 가능할 수 있을지 실로 의문”이라고 했다. 법원 판결이 내려져도 어느 한쪽이 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갈등이 심화했다는 의미다.

 

“민주주의 위기의 시작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최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비교적 최근 벌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1987년 제도적 민주화를 이룬 뒤 김영삼(YS)ㆍ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을 거치면서는 민주주의가 공고하게 다져졌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이해하고 가치나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현실 속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부 형태로서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런 관점에서 최 교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DJP 연합’이다. 그는 “DJP 연합은 단순한 정치연합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다. 정치연합의 상대가 군부독재의 원조(김종필 전 국무총리)”라며 “DJ는 과거 갈등을 되풀이하는 게 더 큰 갈등을 불러들이는 것 말고 얻을 게 없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꿰뚫어 봤다”고 했다. 또 “햇볕정책 추진, 금융위기ㆍ노동문제ㆍ한일관계 등 각종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연합으로 인한 넓은 정치적 기반의 역할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했다. YS의 3당 합당을 두고도 “민주화 운동론을 민주적 통치론으로 대체했다”며 높게 평가했다.

 
“위기의 시작은 이명박(MB) 정부 때부터”라는 게 최장집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MB정부가 앞선 진보적 두 정부(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기본 정책들을 전면적으로 뒤엎는 정책을 폈을 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검찰수사가 패자(敗者)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다”고 봤다. 그러자 “진보파들은 제도권 밖 시민사회를 조직ㆍ동원하는데 사활을 걸었고, 문성근의 100만 민란운동 등 ‘좌파 포퓰리즘 운동’이 분출됐다. 이러한 흐름이 문재인 정부를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다원성보다 선악 구도 집중하는 운동론적 민주주의관”

최 교수는 “민주화를 주도했던 운동세력들의 다수가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의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동권 학생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다”며 "현실의 경험적 생활세계를 뛰어넘어 이성적으로 정치와 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정서적 급진주의를 내면화한 ‘최대 정의적’(maximalist) 민주주의 이해방식을 발전시켰다"고 했다. 군부 독재라는 ‘절대악’이 분명했던 과거 경험에 따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선과 악 등의 대립 항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념의 형태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와 함께 "자유주의적ㆍ헌법주의적 전통이 약한 대신 ‘인민민주주의’적 민주주의관이 강한 한국 민주화의 특성"에도 함께 주목했다. 이같은 맥락이 더해지면 현재 진보세력 내에서 언급되는 ‘직접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유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다원적 통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가 누락되고 직접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모든 인민을 다수 인민의 ‘총의’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틀은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체제"라고 경고했다.

 
사례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대담집 ‘진보 집권플랜’에 드러난 정치관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진보 대 보수, 개혁 대 수구 등 확실한 구분과 치열한 투쟁, 권력 쟁취를 지향하는 경향이 독일 정치철학자 칼 슈미트의 정치이론과 깊숙이 접맥된다"고 봤다. 칼 슈미트(1888~1985)는 전체주의적 국가 ㆍ 정치관을 주장해 나치에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거로 악명이 높은 학자다. 
 
또 최 교수는 청와대가 앞장선 2018년 헌법개정 시도도 비판했다. "대통령이 한국사회를 민주ㆍ개혁파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개혁의 조타수로 이해하는데, 이는 운동론적 민주주의관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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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최장집의 한국 진보 작심비판 "그들 민주주의는 전체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