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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장의 세계] ⑥입주 10년됐는데 청산 안하는 조합… "

화이트보스 2020. 2. 13. 17:45


재건축 조합장의 세계] ⑥입주 10년됐는데 청산 안하는 조합… "단물 빨다 구속되기도"

입력 2020.02.13 06:00 | 수정 2020.02.13 10:19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헬리오시티) 조합에선 집행부가 아닌 조합원들이 주축이 된 ‘조합청산TF(태스크포스팀)’가 발족했다. 헬리오시티는 2018년 12월 입주했는데, 조합이 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단지 내 지하 연결 통로를 만들겠다며 추가분담금을 늘리고 조합 청산 시기를 늦추자, 반발한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모인 것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 /조선DB
TF는 지하 연결통로 공사비가 적정한지 따져보고, 연내 조합 해산을 목표로 삼았다. 가락시영 재건축엔 비대위도 있다. 하지만 TF는 비대위와 달리 조합장 해임에는 반대한다. 최대한 빨리 조합 청산·해산을 한다는 목표가 1순위다. 조합장을 해임하고 새로 선출하면 그만큼 시간이 더 들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TF는 최근 조합 추천 3인과 조합원 추천 6인으로 ‘조합 조기해산TF’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청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합이 얼마나 조합원에게 눈엣가시가 됐으면 이렇게 청산을 서두르는 것일까.

◇조합청산 늦추다 구속까지… "13년간 월급 더 타가"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을 마치면 조합은 청산 작업을 통해 그동안의 비용을 결산하고 추가이익을 나누거나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을 요구한다.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주업무를 마친 만큼, 조합은 최대한 빨리 해산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장은 지위와 판공비 등을 유지하기 위해 조합 청산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간다. 불필요한 소송을 걸면서 소송 대응을 핑계로 조합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매달 조합 사업비가 늘어나 조합원 모두 손해를 본다.

조합 청산·해산을 의도적으로 늦추다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힌 사례도 있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구 황금주공(황금캐슬골드파크) 재건축 조합장 서모(63)씨를 구속했다. 서씨는 2006년 아파트 입주 이후 13년이 지났는데도 조합을 청산하지 않고 조합비 7억6000여만원을 월급 등으로 받아 사적으로 쓴 혐의(특가법상 횡령)를 받는다.


부산에서도 동래구 사직동 삼환나우빌 조합장 이모(51)씨가 2016년 같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삼환나우빌은 2010년 입주했지만, 이씨는 6년째 조합을 청산하지 않았다. 이씨는 조합원 몰래 동래구를 상대로 부당이익금반환 소송을 제기해 17억7000만원을 돌려받고 이 돈을 자신의 월급과 차량 리스비 등 사적으로 썼다. 매달 1200만원, 총 9억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 이후인 2012년 자신의 급여를 기존 316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되레 인상했고, 상여금도 2달에 105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렸다.

◇서울에만 준공 이후 1년 넘게 해산 안 한 조합 48개

김종무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서울시내 준공 이후 해산하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총 48개다. 5년 넘게 해산하지 않은 조합은 14개였고, 이 중 10년 넘게 해산하지 않은 조합도 6개나 있었다. 48개 조합 중 13곳이 소송을 이유로 조합 해산을 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 강동시영2차 재건축(프라이어팰리스) 조합은 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고 채권채무 관계가 일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조합을 해산하지 않았다. 용산구 한남연립729 재건축(한남파라곤) 조합은 재건축분담금 부과 처분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2011년 준공 이후 10여년째 조합 해산을 하지 않았다.

종로구 무악연립제2구역 재건축(인왕산2차아이파크) 조합은 시공사와 사업비 정산이 지연됐다며 2015년 준공 이후 5년여째 조합 해산을 하지 않았다. 동대문구 회기1구역 재건축(회기 힐스테이트) 조합도 2011년 준공 이후 10여년째 "조합 임원이 사퇴했다"며 해산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비용도 그동안 계속 나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의회는 이같은 장기 미해산 조합 탓에 조합원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난해 9월 김 의원이 발의한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합정관에 정할 사항’에 등기 절차와 청산금 징수, 조합 해산을 위한 총회 소집 일정을 추가하고, 조합 청산·해산을 위해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해야 한다는 권고 조항을 신설했다.

김종무 의원은 "조례 개정 이후 서울시가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소송이 남았다는 이유로 사업비를 몇십억원 남기면서 조합 해산을 해버리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가는 일부 조합이 조례 개정 이후 발생해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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