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25 18:10
지금 한국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공약한 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살고 있다. 화요일 현재 18개 나라에서 입국을 배척당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이다. 세계가 열광하는 방탄소년단을 배출시킨 나라에서 급전직하해서 이제는 ‘한국 기피’ 현상, ‘코리아 포비아’ 현상을 보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국회와 법원까지 멈춰서는 나라가 됐다. 우리 국민은 아프리카 섬나라와 베트남과 이스라엘에서 입국을 금지당하고, 이미 들어가 있는 우리 국민이 1000명씩 쫓겨나고 있는 나라가 됐다. 현 정권의 ‘공약’이 ‘저주’가 된 탓인지 정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30명이던 감염자 수는 어떻게 1주일 만에 800명을 넘겼을까?’ 영국 BBC 방송이 어제 내보낸 뉴스다. 우리도 정말 궁금하다. 아무리 신천지 대구교회가 슈퍼 전파지 역할을 했고, 청도대남병원도 그런 의혹을 받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확진 환자가 30배 가까이 폭증할 수 있었을까. 여기서 도표를 하나 보여드린다. 우리 정부는 날짜별 확진자수 추이를 도표로 보여준 적이 없다. BBC 뉴스가 정리한 도표는 이렇다. 2월 20일쯤부터 꺾은선 그래프가 말 그대로 수직으로 치솟는 것을 볼 수 있다. 30명 안쪽에서 관리되던 확진자가 불과 1주일 사이에 800명 이상으로 치솟는 그래프다.
그 사이에 대통령과 청와대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국민들을 바이러스와의 전쟁터에서 그 최전선에 무방비로 노출시켜 놓고 있었을까. 우선 떠오르는 장면은 지난 20일 목요일, 문 대통령 부부가 봉준호 영화감독을 불러다 청와대에서 ‘짜파구리’로 점심을 먹으면서 목젖이 보이도록 박장대소를 하는 장면이다. 우리 애청자들께서 가장 많이 분노하고,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던 장면이다. 우리는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영화감독과 대통령이 오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온 국민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오찬 날짜를 연기하든지, 아니면 차분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든지, 오찬 장면을 비공개로 하든지 해야 했다. 그날, 대통령 부부가 짜파구리를 먹으면서 박장대소하던 그날, 그날은 코로나 감염자가 104명을 기록하면서 폭증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날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사실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은 코로나 위험과 국민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방역에 성공했다면서 총선용 광고를 어떻게 내보낼까 들떠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날, 확진 100명 넘긴 그날 문체부는 "영화 한 편 보시라"는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감염자 수가 하루 만에 104명으로 급증하고 있었고, 대통령 부부는 박장대소를 하고 있던 날, 아니나 다를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들어서 내보내고 있는 정부 선전 영상에서도 "극장에서 영화도 한 편 보시고, 공연장도 찾아가 보시고, 식당에서 외식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고 있었다. 바이러스와 전쟁터에서 사투를 벌이는 국민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그 다음 날인 21일, 지난주 금요일, 바쁜 경제인들을 또다시 불러다 놓고,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이 역시 바이러스 전쟁터에 나선 지휘관이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소리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방역’에 성공하면 ‘경제’는 저절로 정상을 찾아갈 수 있을 터인데, 대통령이 성급하게 ‘경제’도 함께 잡으라고 주문을 한 것은 방역 전선에 올인하던 국가 인력과 에너지를 주춤하게 만든 것이다. 우선순위를 가릴 줄 모르는 무능의 소치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그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코로나 사태가) 곧 종식될 것"이라고 했던 대통령이니 할 말 다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20일 오후 중국 시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다"이라고 했다. 그때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이미 73만 명을 돌파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이탈리아·이란 세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바로 중국 경유자를 막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과 국경선을 맞댄 몽골은 확진자가 제로(0)이고, 역시 국경을 맞댄 베트남은 확진자가 16명에서 멈췄고 모두 완치됐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초기부터 중국 경유자를 철저히 막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복지부 차관은 어제 "중국인 입국 금지는 현 수준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중국에 조공으로 바치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영국 BBC 뉴스가 제목으로 뽑은 궁금증, 1주일 사이에 코로나 감염자가 30명에서 800명이 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청와대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시청자 여러분이 다 결론을 내리셨을 것으로 믿는다. 문재인 정부의 발표를 무시하지는 말되, 그렇다고 믿지도 마시라고 말씀 드린다. 정부는 대구·경북에 ‘최대한의 봉쇄조치’를 시행한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기 전에 이미 대구 시민들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대구로 이동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오늘 조선일보는 아주 의미 있는 제안을 국민들께 내놓고 있다. ‘1주일, 1주일만이라도 외출 안하기, 그리고 (서로서로) 2미터 이상 거리 두기’, ‘사내식당에서도 혼자 밥먹기, 다같이 ‘왕따’가 되자’고 제안하고 있다. 우리 건강은 문재인 정부가 지켜주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지켜야 한다. 오늘부터 일주일, 다같이 ‘왕따’가 됩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