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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 1700조원 첫 돌파 "회계기준 안바꿨으면 1800조"

화이트보스 2020. 4. 7. 16:15



국가 부채 1700조원 첫 돌파 "회계기준 안바꿨으면 1800조"

입력 2020.04.07 10:00

지난해 국가 부채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 돌파
물가·임금 상승률 기준 변경 없었으면 1800조원 넘었을 듯
기재부 "회계원칙상 적합" 해명…부채 적어보이게 '꼼수' 부렸단 지적도

지난해 국가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결산을 하면서 회계 기준을 변경해 부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도록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총 1743조6000억원으로 전년(1683조4000억원)에 비해 3.6% 늘었다. 국가 부채란 중앙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 채무와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부담(연금충당부채) 등을 합한 것이다. 지난해 국가 채무는 중앙정부 채무 699조원과 지방정부 채무 29조8000억원 등을 합해 총 728조8000억원이었고, 연금충당부채는 944조2000억원이었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군인 연금은 국가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국가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힌다.

◇90조원 안팎 늘던 연금충당부채 2019년엔 4조원만 늘어나…이유는?

연금충당부채는 재직 중인 공무원·군인, 퇴직한 공무원·군인에게 미래에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한 뒤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①미래에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하고, ②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2단계의 작업이 필요하다. 연금충당부채는 2016년 752조6000억원부터 2018년 939조9000억원까지 3년간 연평균 93조원씩 늘어났는데, 기획재정부는 그간 두 번째 단계인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내려가면서 연금충당부채가 늘었다고 설명해왔다. 할인율은 최근 10년간 국채 평균 금리를 이용하는데, 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연금의 현재 가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빌린 돈으로, 정부가 갚아야 할 빚, 연금충당부채는 퇴직 공무원·군인에게 연금으로 줄 돈,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에 연금충당부채 등을 더한 가장 넓은 범위의 나랏빚/자료 = 기획재정부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빌린 돈으로, 정부가 갚아야 할 빚, 연금충당부채는 퇴직 공무원·군인에게 연금으로 줄 돈,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에 연금충당부채 등을 더한 가장 넓은 범위의 나랏빚/자료 = 기획재정부

그런데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4조3000억원 느는데 그쳤다. 금리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할인율이 전년에 비해 더욱 낮아졌기 때문에 연금충당부채는 전년과 비슷한 상승폭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도 상승폭이 전년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는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거치는 2단계 중 첫 번째 단계인 미래에 지급할 연금액 추정치가 줄었기 때문이다. 연금액 추정치는 물가와 공무원·군인 임금 상승률에 따라 결정된다. 2018년 결산까지는 2015년 장기재정전망의 물가·임금상승률 추정치를 기반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2019년 결산 때는 2020년 장기재정전망의 물가·임금상승률 추정치를 토대로 연금 추정액을 계산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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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원칙상은 맞지만…부채 줄어 보이게 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기재부는 이에 대해 “올해 2월 초 정부와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장기재정전망협의회에서 2020년 장기재정전망상의 물가·임금상승률 추정치가 확정됐다”면서 “저성장·저물가 기조 등으로 2015년의 물가·임금 상승률 추정치가 최근 경제현실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최신 추정치를 활용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장기재정전망에서는 2016~2019년 물가상승률을 2.5%로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물가상승률은 2016년 1.0%, 2017년 1.9%, 2018년 1.5%, 2019년 0.4%에 그쳤다. 공무원 임금 상승률도 5%가량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2017년 3.5%, 2018년 2.6%, 2019년 1.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정부의 회계기준 변경은 일단 회계원칙상으로는 맞는다는 입장이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최신의 데이터가 있다면, 그것을 쓰는 게 회계원칙상으로는 맞는다”면서도 “임금·물가·할인율 등 거시지표들에 따라 변동이 심한 연금충당부채를 국가 채무와 같은 무게를 두고 발표하는 것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회계원칙상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202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임금·물가상승률 추정치만 쏙 빼서 갖다 썼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장기재정전망을 5년마다 한 번씩 하는데, 2020년 장기재정전망은 올해 하반기 정부가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발표될 예정이다. 2015년 장기재정전망을 바탕으로 2019년 결산을 했다면, 임금충당부채는 전년보다 100조 5000억원이 늘어난 1040조 4000억원이 된다. 이를 국가 채무와 더하면 전체 국가 부채는 1800조원을 넘어선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비판이 나 오는 가운데 국가 부채가 1700조원도 아닌 1800조원을 넘으면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회계 기준 변경에 고려된 사항이 아니냐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재정건전성에 악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표가 좀 나아졌다고 낙관하지 말고, 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7/20200407006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