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려 심판 받은 통합당,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곽우신 입력 2020.04.1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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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곽우신 기자]
▲ 사퇴한 황교안 "총선 결과 책임지겠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뒤 나서고 있다. |
ⓒ 남소연 |
"TK(대구·경북)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나와서 뭐하겠나."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정진석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5월에 한 말은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은 '보수 야당'을 심판했다. 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세 번의 큰 선거를 내리 졌다. 2016년 새누리당 간판으로 치른 20대 총선에서 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긴 때부터 보면 무려 네 번의 선거에서 연속으로 패배했다.
16일 오전 4시 현재, 통합당은 지역구 85석,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 가량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석수만 헤아리면 개헌 저지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수도권 격전지에서 대부분 패배하며 지지 기반이 대구·경북 지역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며 부산·경남 지역 일부를 탈환하는 등 선전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여론조사 불신하며 혁신 기회 놓쳐... 막말 등 리스크 관리 실패
사실 통합당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코로나19가 총선판을 장악하며 '이슈 블랙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방역 관리에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통합당은 대안 세력이 되는 데 실패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을 중심으로 '반(反)문재인'의 깃발을 들었지만, 코로나19 정국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부·여당의 일부 실정을 집중적으로 공격도 해봤지만, 자신들의 이슈로 가져오지는 못했다. 오히려 '반대만 하는 당' '발목 잡는 당'으로 낙인만 찍힌 셈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치솟았고, 민주당 지지율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은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으로 지지율이 밀렸다. 그러나 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론조사 불신론'에만 불을 지폈다.
보수 혁신 실패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는 통합당의 패배 정도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라며 "통합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큰 요인은 촛불 민심이 요구한 보수의 성찰과 쇄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단순히 통합당만 심판한 것이 아니라 가치와 담론 등 보수의 A~Z까지 모두 심판했다"고 지적했다.
▲ 투표 참여 호소한 김종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통합당은 태극기로 대표되는 강성 보수에 휘둘렸다. 이는 '막말 논란'과 같은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데서 여실히 드러났다.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막말이 터졌을 때, 김종인 위원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당 윤리위는 제명 대신 한 단계 낮은 탈당 권유를 택했다. 열성 지지자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차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자, '태극기'에 상당한 지분이 있는 차 후보가 본선까지 뛸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준 선택이었다.
차 후보의 입은 결국 선거 막판 통합당 최대 악재가 됐다. 당이 태극기 세력의 눈치를 보는 동안 수도권 격전지의 구도가 변하고, 중도층의 민심 이반이 심화됐다. 황교안 대표는 급하게 "당의 공식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라며 최고위원회를 열어 그를 제명했으나, 절차상 문제로 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5일 KBS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에 출연해 "보수층은 상당히 결집했는데 수도권 중심의 젊은층, 중도층까지 접근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이번 선거가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3년 간 정권 실정에 대한 심판이 반영되지 않았고, 중간에 막말 논란 때문에 중도층과 젊은층 표심을 잡지 못했다"고 실책을 인정했다.
▲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한 홍준표 대구 수성구을 후보.(자료사진) |
ⓒ 조정훈 |
황교안 대표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대표직을 사퇴했지만, 통합당 내부에서는 이번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이석연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민의 선택에 절망했다"라며 "이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한테 되돌아올 것"이라며, 선거 패배의 책임을 유권자들에게 돌렸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통합당의 혁신은 지난한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통합당에서 온건 보수를 지향하는 중도 후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출마했고, 금배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반면 여전히 '친박' 성향을 보이거나, 강경한 보수 성향의 후보들은 전통적 지지 기반에 출마해 여의도로 돌아온다.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더라도 보수 혁신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이다.
통합당은 당장 리더십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수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황교안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당장 빨간 불이 들어왔다. '황교안 리스크'라고까지 불리는 설화 끝에, 본인 선거뿐만 아니라 당 전체가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가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당장 이를 대체할 만한 중진 의원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15일 MBC <2020 선택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해 "통합당에 전통적으로 대표, 원내대표 하던 분이 대부분 불출마하거나 출마하고도 낙선했다"라며 "차기 대선주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앞으로 치열한 당권 투쟁, 당권 경쟁도 있겠지만 새 인물을 찾는 일을 해야되지 않을까"라며 "야당발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리더십 공백을 비집고,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들의 복귀가 예상된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 전 경남지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 등 중진급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주자급으로 꼽히는 홍준표, 김태호 후보가 당에 복귀할 경우 당권 경쟁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윤태곤 실장은 이들 4명을 두고 "통합당에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연구소장 역시 윤 실장과 같은 방송에 출연해 "통합당은 대선 후보군이 상당히 왜소화되고 축소됐다,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라며 "당에 살아서 돌아오는 이들이 당을 접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면서, 당의 분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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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당이 100석 넘은게 한심한일.
경상도 자민련
얘네 천막당사로 가겠지! 얘네들은 예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