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5.07 18:35 | 수정 2020.05.07 22:45
"30년간 속을만큼 속았고, 당할만큼 당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실제 주인공, 위안부 피해자
"증오와 상처 가르치는 수요집회 참석 안하겠다" 선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7일 “28년간 이어온 수요집회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이제부터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참여 중단 의사를 밝혔다.
할머니는 “참석한 학생들이 시간을 내서 오는 데도 단체(정의기억연대)에서 학생들에게 점심 한 번 사 먹인 적이 없다”며 “이 데모를 마치고 일본 한국 간 젊은 사람들이 왕래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집회를 없애더라도 (일본에 받아야 할) 사죄와 배상은 백 년이고 천 년이고 가도 받아야 한다”며 “데모를 그만두는 대신 대구의 역사관을 교육관으로 만들어 학생들을 교육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8년간 국내외에서 위안부 피해에 대해 증언해온 대표적 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집회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식 명칭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인 수요집회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요구하는 상징적인 집회다.
1992년 1월 8일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 방한 때 항의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날이 수요일이었다. 이후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를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지난 6일까지 총 1438차를 맞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또 지난 4월 선거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미향 前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에게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함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 간사를 맡으면서 30년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했다. 이 할머니는 “내 첫 (위안부) 피해 신고 전화를 받은 게 바로 윤미향씨였다”며 “함께 이 문제 해결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 측에 대해 “30년간 속을만큼 속았고 이용당할만큼 당했다”고 비판했다. 정의기억연대가 받은 기부금의 사용처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할머니는 “집회 때 돈없는 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기부하지만 내가 벽시계 하나 사달라해도 안사주더라”면서 “성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는데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기부금이 투명하게 쓰였다는 입장이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기부금은 할머니들의 생활 지원을 위해 쓰이고 있다”면서 “지난 2016년 정의기억재단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사업 당시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 할머니들께 성금 1억원을 드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용수 할머니께선 국제적 활동이 많으신 분이라 비행기 티켓값 등을 지원했고, 지금도 많은 할머니들과 통화하며 마스크, 음식 등 필요 물품들을 성금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 사무총장은 “집회를 통해 들어온 성금 등 회계상황 역시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지난 2007년 미국 워싱턴 하원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당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이 일화를 토대로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영화 ‘아이캔스피크’가 개봉됐다. 영화에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나옥분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 이용수 할머니다. 현재 국내에는 위안부 할머니 열여덟 명이 생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