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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 코로나

화이트보스 2020. 7. 11. 09:14

북한 내 코로나

조선일보

 

 

 

 

 

 

입력 2020.07.11 03:18

2014년 북한의 명목상 국가 수반이던 김영남이 러시아에서 안과 치료를 받고 귀국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비행기는 평양이 아니라 200㎞쯤 떨어진 신의주에 내렸다. 김영남은 3주 격리된 뒤에야 평양으로 돌아갔다. 그 무렵 '2인자'라던 최룡해의 귀국길도 마찬가지였다.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다며 북이 모든 입국자를 격리 조치했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 때는 평양~베이징 노선부터 끊었다. 북·중 관문인 신의주 세관도 닫았고 달러 벌이 수단이던 금강산 관광마저 62일간 중단했다. 2015년 메르스 때는 박근혜 정부와 사이가 나빴는데도 방역 물자를 달라고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북한 경제가 그런대로 돌아가던 1980년대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다. 현대 의학과는 동떨어졌지만 '호(戶) 담당 의사' 수만명이 130~140가구를 맡아 돌며 주민 건강을 챙겼다고 한다. 그러나 90년대 핵 개발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 의료 시스템은 경제와 함께 완전히 무너졌다. 병원에는 약이 없고 의사는 '장마당에서 약 사라'는 처방만 한다. 지방에선 맥주병으로 링거를 주사하고 수술 침대는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돈 없으면 약도 없고 그나마 가짜 약이 많다.

 

▶콜레라·장티푸스처럼 오염된 물이 원인인 전염병이 북에선 여전히 창궐한다. 상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우물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우물은 비료로 쓰려는 각종 분뇨(糞尿)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북에는 '비대면 산업'이 없다. 모내기와 가을걷이도 사람들이 모여 해야 하고 공장도 노동 집약형이 많다. 주민 영양과 위생까지 나쁘다. 전염병이 퍼지기 좋은 환경이다.

▶최근 북에서 코로나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수백 명인지 수천 명인지 북한 스스로도 모를 것이다. 이달 초 김정은이 코로나 방역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치명적 위기"라고 한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5~6월 모내기 동원과 6월 개학이 맞물리면서 코로나가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질식 직전인 북 경제를 생각하면 봉쇄했던 국경을 열어야 하지만 방역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특히 핵·미사일 부대 에 코로나가 퍼지는 것이 김정은에겐 최대 악몽일 것이다.

▶사스·에볼라·메르스는 오래가지 않았다. 북한도 몇 달만 문을 잠그고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는 끝을 알 수가 없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고대 로마는 말라리아, 중세는 페스트, 남미 잉카와 아즈텍은 천연두가 몰락을 부채질했다. 북한 김씨 왕조가 코로나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궁금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0/2020071004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