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찬양노래 만든 작곡가, '미화' 논란 이어져
19세 때 중국 건너간 정율성
중공군 참전, 서울까지 내려와 북한·중공 軍歌 만들어 김일성 표창 받기도
"KBS가 균형 잃어…", "인물 조명은 필요한 일" 네티즌들 찬반 대립

KBS 1TV가 지난 15일 한·중 수교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영한 'KBS스페셜―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 편을 놓고 "공산주의자를 일방적으로 미화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율성<사진>은 1914년 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19세 때 중국으로 건너가 공산주의 항일운동을 했고, 주로 중국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다 1976년 사망했다. 정율성은 해방 이후 북한에서 5년여 동안 머물며 조선인민구락부 부장과 조선음악대학 작곡부장, 황해도당 선전부장 등을 지냈다. 이 기간 그는 김일성 정권과 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의 '해방행진곡' '동해어부' '두만강' 등의 노래를 만들었고, 김일성은 48년 정율성에게 표창장을 줬다. 그는 1949년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만들어 김일성에게 바쳤으며 이 노래는 지금도 북한에서 공식 군가처럼 불리고 있다. 그가 앞서 1939년 중국에서 만든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정부가 '인민해방군가'로 이름을 바꿔 공식 군가로 채택해 부르고 있다.
정율성은 6·25 전쟁 때는 중공군으로 참전해 서울까지 내려왔으며, 전쟁 기간 '조선인민 유격대 군가' '공화국 기치 휘날린다' '우리는 탱크부대' 등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노래들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그런 그를 한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신(新)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했다. 그러나 KBS는 이번 방송에서 정율성의 공산당 활동이나 김일성 정권 찬양 행적은 거의 다루지 않은 채 오페라·서정가곡 등의 작곡 활동과 항일운동 부분만을 집중 부각시켰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KBS 부장급 이상 직원들의 노조인 '공영노동조합'은 16일 성명을 발표, "KBS스페셜이 정율성의 실체가 불분명한 항일 행적과 인간적인 면만을 장황하게 나열해 미화한 뒤 방송 말미에 김대중 정부 당시 정보분야 책임자의 입을 빌려 '이런 분도 외면하지 말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자'고 했다"며 "(제작진은) KBS를 속히 떠나 재야 운동가로 나서라"고 했다. 우파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18일 일부 신문에 '공산주의자 정율성을 미화한 방송 책임자를 파면하라' 제목의 광고를 내고 "방송 자막의 KBS 마크만 없다면 조선노동당 평양방송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KBS스페셜' 홈페이지 게시판에선 "KBS가 김일성 찬양가를 만든 역적을 보호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의견과, "이념의 옳고 그름은 둘째치고 그 사람 자체를 조명하는 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제작진이 애초 한·중 수교 20주년 기획 차원에서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한 정율성을 택한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는 어느 정도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측 시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국감 등에서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제작진이 충분히 수정·보완했고 사내에서도 '전반적으로 이념의 치우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방송을 결정했다"고 했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2005년부터 '정율성 국제음악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페스티벌 오!광주―정율성 축제'라는 이름으로 5일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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