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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새 대표 이재명, 책임 있고 성숙한 야당 될 수 있나

화이트보스 2022. 8. 29. 13:50

민주당 새 대표 이재명, 책임 있고 성숙한 야당 될 수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22.08.29 03:16
 
 
 
 
 
이재명(가운데) 당대표 후보가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 연설회에서 투표 결과 발표가 끝난 뒤 당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 지역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새 당대표에 선출됐다. 지난 3월 대선에서 패한 지 5개월도 안 돼 의원직에 이어 당대표까지 오른 것이다. 대선에서 진 후보가 이처럼 빨리 정치 전면에 복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당권과 함께 2년 후 총선 공천권을 쥐고 5년 뒤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혁신과 민생 개혁의 성과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고 유능함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 삶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정부·여당에 협조하겠지만, 역사를 되돌리는 퇴행과 독주에는 결연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최대치로 협력하겠다”며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전체의 77.8%를 득표해 박용진 후보(22.2%)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계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친명 성향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 승리 뒤에 드리운 그늘도 있다. 득표율은 압도적이었지만 투표율은 30%대로 저조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대안 부재론과 “잇단 선거 패배에도 당이 바뀌는 게 없다”는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또 친명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기소돼도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을 밀어붙인 것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거센 비판을 불렀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를 넘어야 한다. 현재 성남 대장동·백현동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불법 사용,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나와 무관하다”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주변 인사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구속·기소됐다. 그래서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고자 당까지 끌어들여 극한 대치 국면으로 이끌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먼저 나서서 의혹을 해명하고 수사에 임하는 게 옳다.

향후 정국이 ‘윤석열·이재명 재대결’로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마다 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면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국정이 좌초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밝힌 대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협치할 줄 아는 유능한 정당’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개인의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성숙한 야당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그의 큰 꿈을 이루는 길도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