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요금 10배 폭등…한국도 30~40% 올리며 절약 나서야”
[김기훈의 경제TalkTalk]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 ②/②

☞ ①/②편에서 계속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과의 대화는 한국의 에너지 요금이 결정되는 구조와 이번 에너지 전쟁에서 한국이 승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어졌다.
—전기요금은 어떻게 결정되나?
“한전은 여러 발전소에서 1 kWh 당 220원의 비용을 들여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120원에 판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그래서 한전의 적자가 올해 1년 동안은 원료 가격 폭등으로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가스공사의 경우 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올랐는데 가정에 공급하는 도시가스 가격은 제한되어 있어서 올해 적자(미수금)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을 규제하기 때문이다.”
—외국은 어떤가?
“프랑스와 독일은 내년 1월부터 전기요금을 10배 올리기로 했는데, 그것도 그나마 정부가 규제를 해서 그 정도만 올린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올해 전기요금 11%, 도시가스 요금은 10% 올렸으니 한전과 가스공사가 버틸 수 없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민간 발전기업도 정부의 요금 규제를 같이 받고 있나?
“SK GS 포스코 등 민간기업들은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들여와 발전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판다. 한전은 전력거래시장에서 1kWh 당 200원씩 주고 사온다. 그리고 송전망과 배전망 등 시설을 운영하는 비용이 20원 정도 든다. 그래서 생산 원가가 220원이 된다. 민간 기업은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도 발전 사업에서 손해가 나지 않고 그 손해를 한전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이다.”
빚더미 한전
—한전이 무한정 빚을 떠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해결책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하지만 현 정부는 물가안정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전략은?
“올해 일단 한전 빚이 늘더라도 나중에 발전 원료 가격이 하향안정화되면 빚을 줄일 수 있으니 한전이 회사채를 발행해 빚을 늘려가면서 기다려보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가 법에 명시 되어 있다. 조금 있으면 그 한도가 차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빚을 후손들에게 계속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는 방안은?
“정부가 한전 지분의 51%를 갖고 있다. 나머지 49%의 민간 주주 중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늘리면 기존 주주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한전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부 지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한전의 올 한해 적자가 30조원으로 예상되는데, 정부 입장에서도 한해 예산의 5%에 달하는 이 막대한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막막할 것이다. 결국 전기료를 올리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규제에 묶인 도시가스
화제를 전기요금에서 가정용 도시가스로 바꿔 질문을 이어갔다.
—가정용 도시가스는 어떤가? 민간기업이 국제 시세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도시가스 요금이 오를 수 있지 않나?
“민간기업이 소매용 도시가스를 해외에서 들여와 가정에 직접 팔 수는 없다. 법에 묶어 놨다. 이것을 풀어야 한다.”

—왜 묶어놨나?
“초기에는 가스공사만이 민간공급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고 있었다. 이제는 기업들이 배송시장에 진출해 가스공사에서 도시가스를 공급받아 민간에 공급하고 있다. 가스공사 뿐 아니라 다른 민간 수입업체에서 가스를 받아서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데 가스공사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만약 이 규제를 풀어준다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도시가스 요금도 올라가는 것 아닌가?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은 지자체, 예컨대 서울시가 허가를 해줘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올릴 수는 없다. 민간 수입업체가 도시가스사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천연가스를 비싸게 들여와도 경쟁으로 인해 결국 가스공사 가격 수준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언제 내릴까?
원유와 천연가스의 현재 동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원유 가격 전망은?
“당분간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다. 약간 낮아질 수도 있다. 경기침체 전망이 나오고 있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원유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 그래도 대체로 100달러 수준은 유지가 될 것 같다.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사우디 아라비아가 감산에 나서면서 가격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면 유가는 언제쯤 예전 수준으로 하락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고 관련 생산시설이 복구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석탄과 우라늄도 나는데, 이것이 석유와 대체역할을 한다. 이 생산시설들을 러시아가 이번에 공격했다. 이 시설들이 복구되어야 한다.
전쟁이 끝나서 시설이 복구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복구가 되더라도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운동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화석원료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화석에너지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더구나 에너지 기업들은 경기침체를 우려해 화석연료 투자를 더 꺼리고 있다.”
천연가스 시장의 복병 중국
—천연가스 시장의 전망은?
“액화천연가스(LNG)의 동북아시아 지역 JKM 가격이 지난주 1 MMBtu(천연가스 거래 단위) 당 71달러를 찍었다. 연말이 되면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이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서 천연가스 확보전에 아직 뛰어들진 않았는데, 중국도 겨울을 나야 하므로 9월에는 뛰어들 것으로 본다. 9월에 매입계약을 해야 11월과 12월에 현물이 들어온다. LNG 공급량은 전세계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뛰어들어 LNG 확보에 나서면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다. 유럽의 액화천연가스 가격인 TTF가 지난주에 93달러를 찍었다. 이 영향을 받아 전세계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100달러로 수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중국은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체 형태의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지 않은가?
“관의 용량이 좁아서 들여올 수 있는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입 파이프라인이 없어서 전량을 액화천연가스 형태로 수입하고 있다.”

—천연가스 기체와 액체의 가격 차이는?
“천연가스의 액화 과정과 운반비가 비싸기 때문에 액체의 가격이 기체보다 훨씬 높다.”
최대 피해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언제쯤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낮아질까?
“첫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빨리 끝나야 한다.
둘째, 유럽과 러시아가 협상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국가들이 결국 자세를 낮춰서 러시아와 타협할 것으로 본다.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면적으로 대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U(유럽연합) 의회는 벌써 EU 집행위원회에 러시아와 잘 지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을 자국 화폐인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유럽국가에 요구하고 미국은 응하지 말라고 하지만 유럽국가들은 루블화로 결제하고 있다. 미국도 지금 상황이 그렇게 불만스럽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유럽국가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나?
“그렇다. 유럽이 가장 피해가 크고, 이어 동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가 부족해 고통을 받고 있다. 한국, 대만, 일본은 에너지 확보를 위해 미국의 말을 들어야 하고, 중국은 러시아와 친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 ESG 경영은 유럽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에너지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는 언제 그 말이 나왔나 싶게 사라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유럽 국가들은 화석연료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에너지 전쟁 대응책은?
—에너지 전쟁 상황이다. 해결책은?
“전쟁이 끝나고 공급망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버티면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을 올려서 가스공사와 한전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져야 한다.
또 에너지도 비축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당장 해외로 나가서 석탄과 가스를 사와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석탄 발전소가 60개나 있어서 석탄 발전 비중이 35%나 되기 때문에 석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올 겨울에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호주에서 천연가스와 석탄을,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을 사오는데 두 나라가 자국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출 금지를 선언했다. 그래서 석탄과 천연가스를 지금 당장 확보해야 한다. 석유 메이저들이 감량권을 행사해도 문제가 없도록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유럽은 어떤 해결책을 쓰고 있나?
“전기요금을 10배나 올려서 수요를 엄청나게 줄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야기하며 설득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코로나 지원금처럼 전기요금 보조금을 저소득층에게 주고 있다.”
전기요금 얼마나 올려야 하나?
—한국은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려야 한다고 보나?
“유럽처럼 전기요금을 10배나 올리면 국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고 수출업체들의 부담도 커진다. 더구나 정부가 올해 출범했는데 지지율도 낮은 상황에서 물가만은 확실하게 잡겠다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낮게 틀어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경고음을 주지 않으면 올 겨울에 큰 일이 날 수 있다. 옷을 더 두껍게 입고 난방 온도도 낮추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기요금을 30~40% 정도 올려 부담을 주면서 아껴쓰게 해야 한다.”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을 30~40% 올리면 서민들의 고통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선진국 독일이 온수를 끊었고 유럽의 멋진 야경도 전기 부족으로 볼 수 없는 ‘에너지 전쟁’ 상황이다. 월 전기요금이 우리는 가구당 4만원 수준인데, 유럽은 가구당 200만원으로 뛰어 올랐다. 그래서 유럽 각국의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보조금을 전기요금만큼 줄 수는 없다. 그러니 결국 서민들이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전기를 아끼는 수 밖에 없다.
우리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에너지 절약’ 메시지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매월 10%씩 올리면서 경고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제발 아껴 써달라고 대통령이 직접 호소해야 한다. 서민들에게는 에너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한전과 가스공사는 회사채를 발행해가며 늘어나는 적자를 버텨야 한다.”
원전 확충이 대안이 될까?
시계가 오후 5시 6분을 넘어가고 있다. 유 학장은 에너지 정책 전문가답게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전쟁’의 현황, 원인, 전망, 대책을 쉽고 명쾌하게 제시했다. 동시에 그가 제시한 정책 대응책이 다른 정책 목표와의 충돌과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인터뷰를 끝낼 시간이다. 마지막 질문으로 시각을 좀 더 넓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방안에 대한 장기 전략을 골랐다.
—원전을 더 늘리면 이번과 같은 화석연료 에너지 위기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내년부터 2030년 사이에 수명이 다하는 원전 10기를 수명 연장해 10년 이상 더 사용하기로 했다. 중단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도 재개할 것이다. 원전이 늘어나면 상황이 훨씬 낫지만 문제도 있다. 원전은 짓는데 13년이 걸린다. 그래서 지금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수명 연장이 최고이다. 신한울 3~4호기도 지금 착공하면 2030년까지는 가동이 안된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가 원전은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서 더 늘리기 쉽지 않다. 현재 원전 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28%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비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원전을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경직성 전기이다. 원전은 정지 후 가동하면 전기를 생산하는데 3일이 걸린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발전은 낮 12~ 오후 5시까지만 생산이 가능하다. 풍력 발전은 유럽의 경우 하루 시간 중 50~60%는 가동되지만, 우리는 가동 시간이 하루의 25%, 즉 6시간 정도 밖에 안된다.
이에 반해 전기는 저장이 불가능하고,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경우 송전선과 배전선이 과부하로 폭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수요량에 맞춰 생산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정 역할을 천연가스 발전과 석탄 발전이 담당하게 된다. 원할 때 생산이 가능하고 생산량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을 경우 석탄 발전과 천연가스 발전량을 줄이면 된다. 전체 에너지 공급을 원전과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환경친화적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데도 이번에 이렇게 난리가 나지 않았나?”
바람직한 ‘N분의 1′ 정책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은?
“‘N분의 1′ 정책이다. 석탄 발전 25%, 천연가스 발전 25%, 원전 25%, 재생에너지 발전 25%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같은 경직성 발전의 비중이 50% 이상 가면 그것도 문제가 된다. 그러니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을 합쳐서 50% 정도 가져 가면서 글로벌 메이저 회사들과 협상을 잘해 15~20년의 장기 계약을 맺고 낮은 가격에 원료를 들여와야 한다.”
—원자력의 원료인 우라늄은 충분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주로 들여오는데 2년치를 비축해 두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안된다. 다만 이번에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다.”

유 학장은 인터뷰를 끝내면서 다시 한번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과 절약을 강조했다.
“11월부터 북반부, 즉 유럽 미국 중국 등이 일제히 난방에 들어간다. 그러면 전세계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발전 원료를 못사오거나 사오더라도 매우 비싼 값에 사오게 된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에너지 전쟁’ 중이다. 여기서 이겨야 한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줄이면서, 꼭 필요한 에너지 자원은 안정적으로 사와야 한다. 사오려면 기업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못 사온다. 그러니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는 수 밖에 없다. 요금을 올려서 원자재도 확보하고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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