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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중 배우자가 진 수천만원에 이르는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줬다면 이혼 후 그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할까.

화이트보스 2022. 10. 19. 15:40

결혼 생활 중 배우자가 진 수천만원에 이르는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줬다면 이혼 후 그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할까.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변호사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YTN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도박 중독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어 5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직장인 A씨는 입사 전 친구들 모임에서 알게 된 남편과 2년 정도 만남을 이어오다 5년 전 결혼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없다고 한다.

 

A씨가 처음 남편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된 건 결혼식을 올리고 2년쯤 지난 후다. 그는 “남편이 불법스포츠 도박을 하는 것을 봤다”며 “당시에는 금액이 몇 십 만원 정도였고 술, 담배, 취미생활도 하지 않는 남편이라 화를 내긴 했지만 용서했다”고 했다.

A씨는 “1년 후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하길래 왜 그런지 물어보니 도박으로 빚을 졌다는 거다”라며 “제가 아끼고 아끼며 모은 3000만원으로 빚을 갚아 줬다”고 했다. 그는 “그 뒤엔 도박으로 여기저기 끌어다 쓴 돈이 2억원이 넘었고 제가 5000만원 정도는 해결해 줬다”면서 “이후에도 남편의 도박은 계속됐다”고 했다.

A씨의 남편은 개인회생 절차를 밟았고 심지어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도 받았다고 한다. 대부업체의 이자 독촉에 A씨는 또 남편 대신 2000만원을 갚았다고 했다. 그는 “도박빚에 더해 시댁 형편이 어려워 100만원, 200만원씩 보낸 것도 여러번이다”라며 “남편에게 드는 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남은 거라곤 지금 살고 있는 집 월세보증금 5000만원이 전부고 이것도 제가 마련한 것”이라며 “더 이상 남편을 믿을 수 없고 도박중독이면서도 큰소리치는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다. 남편은 이혼을 하자고 하면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혼소송을 해서라도 관계를 끊고 싶다”며 “그런데 남편 대신 갚아준 돈은 이혼 후라도 돌려받고 싶은데 가능한가”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안미현 변호사는 이혼 및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안 변호사는 “단순히 도박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100% 이혼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도박 중독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고 가산을 탕진하는 게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며 “개선의 노력 없이 계속해서 도박으로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했다. 이어 “민법 제840조 6호에 의한 재판상 이혼이 가능하다”며 “이혼 청구는 무리없이 인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도박에 사용할 줄 알고 돈을 빌려주면 받을 수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게 무조건 도박 자금으로 쓰였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못 돌려받는 거는 아니다”라며 “민법 제746조 단서를 보면 불법 원인이 수익자에게 있는 때에는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성을 비교했을 때 도박자금인 사실을 알면서도 빌려준 쪽의 불법성이 상대보다 낮다면 대여금 청구를 했을 때 돈을 갚도록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남편이 빌린 돈은 부부 공동 생활을 위해서 빌린 것이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아내는 남편 대신에 갚아준 채무에 대해 ‘내가 갚아준 돈을 다시 나한테 돌려줘’라는 보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변호사는 “남편은 이미 채무 초과 상태로 보인다. 그래서 법적으로 받을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추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나중을 위해서라도 남편으로부터 해당 금원에 대한 반환을 약속하는 의미의 각서나 약정서를 받아두시는 게 좋다”며 “나중에 증거로 활용할 수 있고 이혼 후에도 약정에 의한 금원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또 “유책사실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산 분할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자료를 모아야 한다”며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이라든가 아니면 도박 때문에 주고받았던 갈등 섞인 문자메시지, 양가 도움을 요청하는 녹음 자료 등 증거 자료를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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