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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 턱밑 자극하는 러시아

화이트보스 2008. 9. 28. 08:47

미(美) 턱밑 자극하는 러시아

쿠바 레이더기지 복원 추진…

베네수엘라에 폭격기 2대 보내

美 그루지야에 군함 파견·체코와 MD체결에 맞대응

모스크바=권경복 특파원 kkb@chosun.com 

 




미군의 그루지야 사태 개입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신(新)냉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 전략폭격기 Tu(투폴레프)-160 두 대가 10일 남미 베네수엘라에 도착했다. 러시아는 정기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쿠바 루르데스(Lourdes) 레이더기지 복원을 시사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와도 군사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카리브해(海) 반미(反美)국가들을 통해 미국을 포위·압박하는 형국이다.


◆러시아군, 미국 턱밑 카리브해 넘나들어=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미국 본토 인근에 도착한 Tu-160 폭격기는 미국 공군의 B-1 폭격기의 성능을 능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항속거리 1만7400㎞로, 미 본토 전역이 폭격대상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륙하면 재(再)급유 없이 3~4차례 미국을 폭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기탑재량(40t)은 전 세계 폭격기 중 최고이며, 특히 TNT 44t의 위력으로 반경 300m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러시아 진공폭탄(무게 9t)도 이 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11월 베네수엘라와의 연합군사훈련을 위해 '표트르대제(大帝)' 순양함과 '차바넨코' 구축함 등 5척의 전함(戰艦)을 카리브해로 보낼 계획이다. 만재배수량 2만6400t급의 표트르대제함은 세계 최대의 순양함으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300여 기의 지대지(地對地) 및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을 탑재한다. 미국 이지스함보다 공격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구축함 차바넨코는 러시아 최고의 잠수함 격침능력을 자랑한다.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11일 "베네수엘라에 파견된 러시아 전력은 그루지야 사태에 개입한 미군에 대한 맞대응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러시아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 144㎞ 떨어진 쿠바의 루르데스 레이더기지를 복원할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2002년까지 운용해오다 재원부족을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틴(Putin) 당시 대통령이 폐쇄명령을 내렸던 이 기지를 다시 가동하겠다고 한 것. 루르데스 레이더기지는 탐지 범위가 4000㎞ 이상으로, 미 전역은 물론 대서양과 태평양 일부까지 감시망에 넣을 수 있다.


◆러시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 같은 러시아의 카리브해 무력 파견과 레이더기지 복원 시도는 미국이 그루지야에 군함을 보내고 폴란드·체코에 미사일방어(MD)체계를 배치키로 한 데 맞서 똑같은 방식으로 미국 '턱밑'을 건드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 국영 TV에 나와 "만약 카리브해에 인도적 지원이 필요해서 우리가 군함을 보낸다면 미국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