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칼럼]朴지사, 사기업에 ‘거액 투입 검토’ 의도 뭔가 |
논설실장 kimsg@namdonews.com |
입력시간 : 2008. 10.08. 00:00 |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요즘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듣자하니,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한조선에 2천700억원대의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사설’을 통해 전남도민의 혈세를 일개 업자의 사업자금으로 사용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분명히 못 박은 바 있다. 필자가 이토록 목청을 높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전남도의 열악한 재정 규모는 차치하고서라도,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됐을 경우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것은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전남도청 안팎에서 떠돌아다니는 ‘노상(路上) 통신’에 귀를 기울여보면 박 지사의 의중이 ‘공적자금 투입’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좀더 구체화된 정보에 의하면, 박 지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려놓고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재차 강조하건대, 이 문제는 지역적으로 워낙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에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쇄기를 박고자 한다. 도민 혈세를 사기업 사업자금으로 내 주겠다는 박 지사의 발상은 언어도단이며, 도저히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대한조선이 지난 7월부터 전남도가 출연해 설립한 전남개발공사측에 해남 화원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한 뒤 자신들에게 유상 분양하는 방식의 ‘화원일반산업단지 공동분담 시행(안)’을 제안했던 모양이다. 대한조선은 우선적으로 화원일반산단 65만평 가운데 36만평을 조성하는 비용으로 1천554억원을 산출하고, 전남개발공사가 공사채 발행을 통해 시중은행권에서 사업비를 확보한 뒤 ‘산업단지 개발계획 변경승인’ 절차를 거쳐 조성공사를 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남도가 도민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자신들의 사업 자금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다. 대한조선의 요구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더러, 상식적으로도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이 같은 제안을 받은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 측은 자체적으로 사업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박 지사도 사리분별에 밝은 사람인지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섣불리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그것도 전남도민의 혈세를 개인 기업에 투입했을 때의 여론적 저항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박 지사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일 듯 싶다. 하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므로써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도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재정 파탄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개인 기업에 투입해야 하느냐는 지역여론에 대한 부담일 것이다. 현재로썬 박 지사의 의중을 읽을 수는 없으나,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서남권 조선산업 살리기’를 입버릇처럼 되뇌인 바 있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박 지사가 강조한 ‘조선산업 살리기’에 대한 원관념을 이해할 것 같다. 정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이 말이 특정업체를 염두한 개발방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박 지사가 후자를 택했을 경우 특혜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하다. 게다가 최근 금융권의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발급 기피와 대출심사 강화로 도내 서남권 중·소형 조선소들이 모두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타 조선소와의 형평성 시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투입에 따른 리스크도 불가피해 최악의 경우 ‘지방 재정파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열악한 재정으로 도정을 꾸리고 있는 박 지사가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백 번 그래야 옳다. 하지만 이 문제는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내제돼 있다. 박 지사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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