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단풍 plus코스가이드-설악산 공룡릉
국내 최고의 단풍 조망대 조물주가 곱게 다듬어놓은 듯한 암반과 그 위로 흘러내리는 옥빛 계류, 그 물줄기 따라 두둥실 떠내려가는 붉디붉은 단풍잎, 옥빛 계류에 담글 듯 말 듯 늘어뜨린 나뭇가지에 겨우 매달려 있으면서도 화려한 빛을 띤 잎사귀들…. 가을 단풍, 특히 ‘가을 설악’ 하면 떠올리는 풍광이리라.
설악은 이러한 가을 풍광만 지닌 게 아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기암괴봉, 깎아지를 듯 가파른 바위벼랑과 함께 핏빛으로 물든 단풍이 어우러지는 경치 또한 설악을 대표하는 가을 풍광이다. 이러한 가을 설악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코스가 공룡릉이다.
단풍 절경이 아니더라도 설악산을 대표하는 능선을 꼽으라면 적어도 설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공룡릉을 우선으로 들 것이다. 마등령에서 신선대를 향해 줄달음치는 공룡릉은 무엇보다 내외설악을 두루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한봉, 1275m봉, 신선대 등 기암괴봉뿐 아니라 천불동을 향해 내리닫는 수많은 암릉들, 그리고 화채릉이나 서북릉 같은 장쾌한 능선과 용아릉 같은 침봉 능선 등 아름다운 산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능선이다. 게다가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이 시종일관 시야를 벗어나지 않아 등산의 묘미는 한층 더한다.
▲ (좌)신선대 북쪽 암부에서 바라본 공룡릉. 1275m봉 일원에 뭉게구름이 몰려들면서 신비감이 한층 더해간다. /(우)무너미고개에서 공룡릉으로 접어드는 등산인들. 소청과 중청에서 뻗어내린 지릉이 단풍에 물들고 있다. /(아래)1275m봉 정상에서 바라본 내설악.
왼쪽에 우뚝 솟은 봉이 귀때기청봉이고, 오른쪽 능선이 공룡릉이다.
비선대 원점회귀 서둘러야 당일에 가능
산행 방향은 체력 소모가 많은 마등령으로 먼저 오른 다음 공룡릉 산행을 마치고 천불동을 하산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약 40분 정도 넓은 길을 따라 오르면 비선대에 닿는다. 산중 숙박을 원한다면 첫날 소공원에서 20~30분 거리인 청운정휴게소(주간 033-636-7400, 야간 636-9186, 017-377-3111)나 비선산장(033-636-8014)에서 묵도록 한다. 개인용 침낭이 없을 경우 담요 대여가 가능하다(숙박비 1인당 5,000원).
비선대에서 아치형 비선교를 건너 통제소를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으로 꺾어지면 천불동계곡으로 들어서고, 곧장 된비알로 접어들면 금강굴 입구를 거쳐 마등령으로 올라선다. 장군봉 남서벽을 끼고 오르다가 너덜지대를 거쳐 천불동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유선대 안부까지 약 40분 걸린다.
너덜 비탈길이 끝나는 깔딱고개를 두어 번 오르며 1시간쯤 지나면 첫 번째 물줄기(비선대 2.5km, 마등령 1km)에 닿고, 여기서 된비알을 5분쯤 더 오르면 왼쪽에 안부에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 샛길로 빠지면 노송 몇 그루가 자라는 암봉에 올라선다. 그야말로 용이 꿈틀대는 듯한 공룡릉과 천불동 계곡에 꽉 들어찬 첨봉들이 장관으로 바라보이는 곳이다.
이후 암봉 사잇길인 금강문을 거쳐 두 번째 물줄기까지는 약 0.4km. 이후 마등령까지는 0.5km 거리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마등령 정상에서 완경사 내리막을 200m쯤 내려서면 오세암(1.3km)·공룡릉(5.1km)·비선대(3.7km) 삼거리. 공룡릉을 타려면 오른쪽 길 대신 계속 능선길을 따라야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공룡릉은 탈진이나 길을 잃는 바람에 일어나는 인명사고가 간간이 있었으나, 이제는 샛길이 거의 차단되어 길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그러나 굴곡이 심해 체력 소모가 많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나한봉 남쪽 무명암봉 내리막과 1275m봉 안부 오르막, 설악골 갈림지점, 그리고 신선대 바윗길 구간은 체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난구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사 유실이 심각해 돌을 깔아놓은 일부 구간은 지루함과 함께 체력소모를 가중시켜 더욱 힘들게 한다. 나한봉과 1275m봉 사이 무명암봉 남쪽 바윗길에는 로프가 매달려 있으나, 힘이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보조자일로 확보해준 다음 오르내리도록 하는 게 안전하다.
1275m봉 안부(마등령 2.1km, 희운각 3.0km)에 올라섰을 때 시간 여유가 있고 바윗길 산행에 자신있다면 1275m봉 정상에 올라보기를 바란다. 설악의 정점에 올라 신선경을 바라보는 기분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1275m봉에서 신선대 북쪽 안부까지는 내리막과 오르막의 연속으로 기운을 빼내지만 이후로는 신선봉 사면을 가로지르거나 내리막으로 이어져 무난히 무너미고개까지 다가설 수 있다. 신선대 안부에서 바위능선을 타고 신선대에 올라섰다가 무너미고개로 내려설 수도 있으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기존 등산로를 따르는 게 현명하다. 무너미고개에서 희운각대피소는 5분 안팎 거리이며, 산행 중 식수가 부족하면 1275m봉에서 내려서다 만나는 물줄기에서 채우도록 한다.
무너미고개에서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서려면 왼쪽 길로 내려서야 한다. 약 20분 동안 지루한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오른쪽으로 죽음의 계곡 합수지점을 지나면서 계곡다운 모습을 바뀌고, 이후 천당폭과 양폭 벼랑길에 들어서면서 천불동다운 풍광이 이어진다. 천불동은 이태 전 폭우 때도 비교적 피해가 적어 설악산 내에서도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골짜기다.
양폭대피소를 지나면서 천불동은 한층 화려해진다. 폭포 다섯 개가 연이어지는 오련폭을 내려선 다음 용소골 합수목과 칠선굴 합수목 등 지계곡과 만날 때마다 골짜기 규모는 한층 커지고, 수량도 불어나면서 더욱 웅장한 골짜기 풍광을 자랑한다. 귀면암 안부를 넘어고, 병풍교를 내려선 다음에는 잦은바위골, 설악골에 이어 토막골과 합쳐진 다음 비선대에 이른다. 무너미고개에서 비선대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비선대 기점 마등령~공룡릉~무너미고개~천불동 원점회귀 산행은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해도 10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소공원~비선대 왕복 시간까지 더하면 12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비선대까지는 널찍하게 길이 잘 닦여 있고, 마등령 길 또한 가파르기는 하지만 뚜렷해 어둠 속에서도 걸을 만하다. 따라서 이른 아침에 마등령까지 오르도록 계획을 짜면 여유 있게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소공원 입장시 신흥사 문화재관람료 2,500원을 내야한다.
교통
속초까지는 각 지역에서 운행하는 직행·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www.exterminal.co.kr)에서 30분 간격(06:00~21:00, 심야 23:10, 23:30, 일반 14,900원, 우등 22,000원, 심야 24,200원), 동서울터미널(www. ti21.co.kr)에서 수시(06:25~23:00, 일반 18,600원, 심야 20,400원), 상봉터미널(tm.jamycar.co.kr)에서 1일 7회(06:25~18:00) 운행. 부산 동부시외버스정류장(051-508-9966)에서 1일 12회(06:58~14:02, 36,500원, 심야 22:00~ 23:40, 40,200원), 대구 동부정류장(053-756-0017~9)에서 1일 8회(07:10~15:03, 20,400원), 대구 북부정류장(053-357-1851~3)에서 1일 4회(08:00~18:00, 2,3400원) 운행. 속초 시외버스정류장 전화 033-636-2328, 속초 고속버스터미널(동부고속) 전화 033-631-3181.
물치에서 설악동까지는 시내버스 이용.
숙식
설악동 지구에는 호텔, 모텔, 민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소공원과 비선대 사이에 위치한 청운정산장휴게소(주간 033-636-7400, 야간 636-9186, 017-377-3111)과 비선산장(033-636-8014)에서 숙박이 된다. 1인 5,000원, 매식도 가능하다.
설악산 내 대피소 중 희운각대피소와 수렴동대피소는 11월15일 산불예방기간 직전까지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사용이 불가하다. 따라서 올 가을 설악산 내 숙박이 가능한 대피소는 소청대피소, 중청대피소, 양폭대피소 3개소에 불과하다. 소청대피소와 양폭대피소는 선착순으로 입실시키며, 중청대피소는 인터넷(seorak.knps.or.kr) 예약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1일 이용료 7,000원, 대여료 이불 2,000원, 담요 1,000원.
*개념도는 설악산 가을산행 르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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