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알기 1. 집행위 회의록 들여다보니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며 회의 시작
‘학교 자율화’ 총력 저지 결의… “공교육 지키는 전교조 부각시켜라”
본지가 입수한 자료는 지난 4월 21일 저녁 6시에 열린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회 회의록이다. ‘2008년 서울지부 임시지부 집행위원회’란 이름의 이 인쇄물은 A4 복사용지 71쪽 분량으로 양면인쇄 후 스테이플러로 고정돼 있다. 명단에 기록된 참석 인원은 송원재 서울지부장과 이영주 수석부지부장 등 모두 46명이다.
1쪽에 명기된 식순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일명 ‘민중의례’로 문을 열었다. 민중의례는 집회 등에서 널리 통용되는 회의 시작 방식. 짧은 묵념과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구성된다. 민중의례를 따르는 이들은 국기(태극기)에 대한 맹세와 애국가 제창으로 이어지는 국민의례를 부정한다. 민중의례는 그들 입장에서 일종의 ‘대안의례’인 셈이다.
회의의 주된 안건은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대응 투쟁계획’이었다.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의해 발표된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은 기존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권한을 대폭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과부 발표 직후인 4월 17일부터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학교 학원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뜻을 함께하는 시민단체들을 규합해 대대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회의록에서 서울지부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해 “초·중등 교육을 시장화하기 위한 조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단정 짓고 이를 “교원평가 법제화까지 이어지는 큰 흐름의 일부로 대응해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계획을 철회하게 하려면 “교과부와의 투쟁으로 전선을 집중하는 것”이 긴요하며 “지부별 대응은 도리어 투쟁 전선의 유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진 ‘투쟁 경로 및 계획’ 부분에선 회의 직후인 4월 넷째 주로 예정된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결의대회, 촛불집회 등을 안내하고 지부와 지회, 분회의 행동 지침을 명기해놓았다. 여기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버튼을 학생에게 배포하고 △학교에 관련 현수막을 걸며 △민주노총과 기타 시민단체와 연대해 공동행동을 모색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첨부자료로 제시된 본부정책실의 ‘4·15 학교 학원화 조치 대응방침’ 중 ‘선전 방침’은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학교를 황폐하게 만들어 결국 공교육을 포기하는 정책이란 점을 집중 선전”하는 한편, “교육부 방침 철회를 위해 조직적으로 노력하면서 공교육의 가치를 지키는 전교조의 모습을 부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37쪽부턴 ‘조직국 보고’와 ‘교선국 보고’란 이름의 문건이 이어진다. 조직국 보고는 크게 둘로 나뉜다. 앞부분은 이른바 ‘공무원·사학연금법 개악 중단을 위한 100만 공무원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 뒷부분은 ‘이명박 정권 규탄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표방하는 4·30 문화제 일정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지역별 행진 코스 및 시간 안내’란 자료는 4월 23~30일로 예정된 거리시위 일정을 시간대별로 안내하고 있다. 지역별 시위 주체와 내용도 10쪽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해놓았다.
교선국은 ‘교육선전국’의 줄임말이다. 교선국 보고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강화하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상반기 교육과 선전을 통해 조합원의 인식과 활동력을 높여나간다”는 목적 아래 교선단 연수와 분회장 교선, 분회 교선을 차례로 실시할 것을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6월 초까지 약 한 달간 분회 교선 참가율 70% 이상”과 같은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회의록 말미엔 ‘2008 상반기 교선단 연수 참가 현황’이 첨부돼 있다. 이에 따르면 연수 대상자 62명 중 참가자는 29명. 전교조의 노선과 이념을 전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교선임을 감안할 때 절반에 못 미치는 참가율(46.8%)은 최근 전교조의 내부적 위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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