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신재생 에너지.

그린 에너지, 그 오해와 진실

화이트보스 2008. 10. 23. 18:55

그린에너지 산업, 황금알 낳을까 또 다른 거품일까 저탄소 녹색성장의 경제학

 

 

그린 에너지, 그 오해와 진실

 

유가가 요동치고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이 높은 그린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저탄소 경제(low carbon economy)'와 '녹색 성장(green growth)'이 미래의 국가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다. Weekly BIZ는 에너지 전문 컨설팅회사 코발트스카이(The Cobalt Sky)와 공동기획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결'을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천명했다. 이어 정부는 9월 22일 발표한 차세대 신성장 동력 22개 분야 가운데 에너지와 환경 분야를 최상위 우선과제로 선정했다.


정부는 이 분야에 향후 5년간 99조원을 투자해 현재 부가가치생산액 116조원을 2013년에는 253조원, 2018년에는 576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신규 일자리는 5년간 88만개, 10년간 226만개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 발표처럼 그린에너지 분야는 과연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2000년을 전후해 인터넷 기업이 불러일으킨 닷컴 버블처럼 그린에너지 산업도 순식간에 거품이 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력의 기본단위인 와트(Watt)에 빗대 '와트컴 버블'이라는 비판도 있다.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자.





 ▲ 일러스트= 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1. 그린에너지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단기적 성과 보기 쉽지 않아 애매모호한 테마 내걸고 주가 띄우는 기업 경계해야 


그린에너지(green energy)는 석유, 석탄 같은 화석 연료와 달리 온실가스나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를 말한다. 태양광, 풍력, 수력 같은 자연의 힘을 이용한 에너지는 재생(再生)에너지로, 연료전지나 수소에너지처럼 새롭게 개발한 에너지원은 신(新)에너지라고 부른다. 두 가지를 합쳐 신·재생 에너지라고도 한다.


요즘 '에코(eco)'나 '솔라(solar)'라는 단어를 넣어 이름을 바꾸는 회사가 늘어나고, 에너지와 전혀 상관없는 업종의 회사들이 에너지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을 선언하기도 한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그 회사 주가는 급등했다가 나중에 사업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밝혀지면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이는 정보의 홍수로 인해서, 또는 정반대로 '묻지마 투자'식의 접근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싶다.


2000년대 초 바이오산업 붐이 일었을 때도 요즘의 그린에너지 열풍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10년이 넘게 걸리는 신약(新藥) 개발과정을 이해하지 못해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신약과 거의 제품화 단계에 도달한 신약을 동일시하는 사람이 많았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에서 사전지식이 별로 없는 임원들끼리 'TV에서 본 거랑 다른데…'라는 식의 대화가 오갔던 적도 있다.


사업 초기에 별다른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인터넷 닷컴이나 바이오 회사의 경우 초기 비즈니스 모델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밋빛 청사진에 취해 정밀한 분석 없이 결정한 투자는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반해 실체가 뚜렷한 그린에너지는 굳이 사업모델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전체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어디에 참여할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참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소재나 원료, 중간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 이를 가공·조립해서 완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업이 에너지 분야에 진출한다고 할 경우, 소재 및 특정 기술에 진출한다는 것인지, 최종 생산품인 발전(發電)사업에 진출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성장이 정체된 몇몇 중소기업이 대체에너지를 테마로 주가부양을 도모하지만 이런 애매모호한 테마는 버블을 조장한다. 단언하건데 그린에너지 분야는 중소기업 독자적으로 가치사슬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좁은 분야가 아니다. 기술적으로 단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그런 쉬운 분야도 결코 아니다.


또 사업의 관점이 국내에 국한되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업의 성장을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반드시 세계시장을 목표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전략적 시장이나 사업 분야 같은 구체적 계획 없이 우선 대체에너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만을 밝히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 미국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 /블룸버그

2. 정부가 잘 했나, 기업이 잘 했나?


친환경 에너지시장 선점위해 각국 정부, 초기연구 지원 2015년쯤 산업 경쟁력 갖출듯


현재 전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풍력을 제외하고는 기존 에너지, 즉 화석에너지나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전력 가격에 비해 확실히 비싸다. 그런데도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왜일까? 단지 환경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보다 앞서 있는 미국, 일본 및 유럽의 기업들은 어떻게 했길래 이미 그린에너지 시장의 강자가 되어 있는 것일까?


이들 기업이 혼자서, 알아서 잘했던 게 아니다. 그들 뒤에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래 35년 이상 지속되어 온 선진국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다. 이들 정부는 그린에너지 시장과 기술을 부양하기 위한 '양날의 칼'로 무장했다. 바로 시장조성 프로그램과 연구개발·보급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70년대 후반 및 80년대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투자에 대해 정부 보조금, 세액공제, 세금환급 등의 지원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미국 및 독일의 경우 풍력발전의 초기 연구개발은 정부가 전액 출자한 항공산업이 담당했다. 이는 초기 시장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소비자 의식이 성숙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졌다.



독일은 슈뢰더 전 총리 시절 민관 합동으로 추진한 '혁신 파트너(Partner for Innovation)'라는 프로젝트에서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선정,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및 상용화의 초점은 태양광 발전이다. 작년 에너지분야 투자액 1억3000만달러의 절반 가량인 46%가 태양광 발전에 들어갔다.


독일 정부는 민간기업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차세대 기술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좋은 예가 '태양 집중(solar focus)'이라는 기치하에 추진 중인 산학연(産學硏) 클러스터(복합단지)다. 옛 동독 튀링겐주(州)에 있는 산학연 클러스터에는 태양광 분야 12개 기업과 12개 연구기관이 입주해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세계 태양광 산업 총 매출의 10%를 차지한다.


일본 정부도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한 교토의정서 체결을 주도하는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일본은 1974년에 선샤인 계획, 1978년에 문라이트 계획을 도입해 그린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풍력발전의 '메카'로 불리는 덴마크도 1980년대부터 풍력발전에 대한 보조금을 꾸준히 지급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거대한 가능성을 지닌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점(先占)하기 위해 당분간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에너지 기술 및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대체에너지가 전적으로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산업에서나 고객이 원하면 이에 부응하기 위한 기술 진보가 일어난다. 기술이 발전해서 가격이 낮아지면 고객의 수요는 더더욱 증가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이 몰라서, 또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수요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때 연구개발의 싹이 죽지 않도록 각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2012년, 늦어도 2015년 전후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에너지와 같은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시기가 도래하면 신·재생에너지의 폭발적인 소비가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정부 지원 없이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현재 태양광 발전이 전세계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5%다. 이 비중이 0.5%로 증가하면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수요는 10배, 5%가 되면 100배 증가하게 된다.


세계 인구는 현재 60억명에서 2030년에는 80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45~50%인 도시 거주 비율은 60%까지 증가한다. 이로 인해 2030년의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현재보다 7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3. 국산화 로드맵으로 글로벌 시장 정복?


신·재생에너지 후발 주자… 기술 국산화 고집하기보다 선진기업 제휴·인수 고려해야


우리나라의 그린에너지 정책은 1987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 제정으로 시작됐다. 일본보다 15년 가량 뒤처진 것이다. 1988년부터 2003년까지 관련분야 총 투자액 3000억원 중 정부예산은 1800억원이었다. 일본 정부가 1973년부터 2002년까지 13조원을 쏟아 부은 것과 비교하면 고작 1.4%의 초라한 수준이다.


다른 국가가 3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해온 그린에너지 시장에 우리는 뒤늦게 뛰어들었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취약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기술 국산화라는 대명제 하에 그려진 기술확보 로드맵으로 과연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난 정부는 태양광, 풍력 및 연료전지를 3대 신·재생에너지로 지정하고 많은 정부지원금을 쏟아 부었으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현재 태양광, 풍력 발전 분야의 수입의존도는 각각 77%와 97%이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태양광 발전장치나 풍력에너지용 바람개비가 돌아가고는 있지만, 그 안을 뜯어보면 핵심 원료 및 부품은 다 수입산이다. 정부지원금이 그린에너지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쓰인 게 아니라 대부분 해외로 유출됐다는 뜻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핵심 원료 및 부품의 국산화에 1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비율을 현재의 2%에서 2030년 11%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로 작성된 정부의 국책과제 로드맵은 너무 안일하고 속도가 늦다. 이에 따라 국산화를 추진하면 이미 우리나라 시장은 선진기업에게 잠식당한 이후가 된다. 그때 확보한 국산화 기술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기업들이 국책과제를 기피하거나 별도로 사업화 방안을 추진하는 현실은 명백한 예산 낭비임에 틀림없다.


후발주자로서 기술을 확보하고 우리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미 수십 년의 기술개발 경험을 지닌 선진 기업과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 역량을 확보하거나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도 있다. 포스코의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이 좋은 사례다. 포스코는 최근 연료전지 관련 공장을 준공하고, 핵심 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미국 업체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국산화를 지향하는 국책과제의 목표와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책과제라면 으레 우리나라 기관만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외국계 전문업체의 참여를 당연시한다. 뿐만 아니라 국책과제 평가 및 지속여부 결정도 전문성에서 앞선다면 외국계 업체에게 맡긴다.




4. 원자력은 만병통치약이다?

 

에너지 소비량의 7% 차지 원자력 발전 단가는 낮지만 보상·폐기물 처리 비용 높아  


최근 신문에 에너지 위기의 돌파구를 원자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향후 원자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반박할 생각은 없다. 의문이 드는 것은 '원자력=만병통치약'의 공식이 과연 성립하느냐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2006년 금액기준)을 부문별로 보면 석유 56%, 전력 17%, 석탄 13%, 도시가스 11%, 신·재생에너지 및 기타가 2%를 차지한다. 전력에만 사용되는 원자력의 비중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7% 수준이다.


향후에 원자력이 나머지 93%에 달하는 에너지소비를 과연 대체할 수 있는가? 우선 원자력이 석유 소비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석유 소비 중 발전용으로 쓰이는 물량은 4% 미만이다. 이를 원자력이 다 대체한다고 해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석유 소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54%)과 수송용(37%)은 원자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 건설되어 가동 중인 화력발전소를 모두 원자력으로 대체한다는 가정을 세워도 전체 소비량의 8%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가스의 경우 원자력으로 대체가 어렵다. 전기자동차 대중화 시기는 불확실하다.


이러한 원자력의 한계로 인해 구미 선진국과 일본 등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원자력이 1차 에너지 공급비중의 43%로, 전력 생산량의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프랑스도 이미 2007년 기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7%로 올라왔다. 2020년에는 이를 24%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자력의 최대 장점은 원가경쟁력이다. 발전원가(發電原價)만 놓고 본다면, 원자력이 수력이나 석탄보다 저렴하다. 그것도 대부분 발전설비 투자비의 감가상각 비용이고, 실제 운영비용은 매우 낮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건립 및 폐기물을 처리할 용지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 정부는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기로 결정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게다가 3000억원의 현금이 보상비용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0기에, 건설 및 준비 중인 8기를 합쳐 2016년까지 28기가 가동될 예정이다. 현재 원전 용지 내 임시 저장능력을 확충해도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2017년에서 2030년까지 10기 안팎의 원전을 추가한다고 볼 때, 원자력 발전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 보상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용지 확보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태양광, 연료전지, 청정석탄 등 환경오염이 덜한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가 미래에 더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