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국제공조 통해 북한을 선진화시키는 게 길
- ▲ 하영선·서울대교수·국제정치학
오바마의 보물찾기는 마지막 순간에 "꽝"을 뽑게 될 것이다. 오바마 선거 팀은 대선과정에서 이란 핵문제의 직접대화 해법으로 이란이 핵프로그램과 테러리즘지원을 포기하면 세계무역기구가입, 경제투자, 외교정상화 같은 지원을 하고, 이란이 계속 말썽을 부리면 경제압력과 정치적 고립의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인수팀이 앞으로 마련할 북핵문제 해법도 이 수준을 크게 넘어서기 어렵다.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채찍과 당근" 방식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무지를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협상의 대가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일 선군정치세력의 생사를 마지막으로 지켜 줄 최후의 은장도다. 수령체제의 완전한 보장 없이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선군정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려면 북미평화협정을 통해서 북한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하고 맺어진 한미 군사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북한의 이러한 대북적대시정책의 과잉해석을 오바마행정부는 결코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기대 속에 시작한 북미 직접협상은 선군정치의 안보위협 과잉해석이라는 암초를 만나서 좌초하게 될 것이다.
"햇볕론"의 보물찾기는 지난 10년의 실험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행운상을 숲 속에서 고생해서 간신히 찾을 수는 있었지만 특상인 비핵화나 1등상인 개혁개방 같은 상품을 뽑기는 불가능했다. 오히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으며 경제는 여전히 최빈국상태에 머물러 있다.
"햇볕론"이 남북한관계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소박한 생각은 이제 졸업해야 한다. 북한문제 해결의 핵심은 북한 스스로가 2300만 인민들을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하기 위한 21세기 선진화방안을 마련하고 국제적인 협력 속에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군정치의 21세기 강성대국론은 당면한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햇볕론"은 선군정치 대남위협론의 강도를 부분적으로 완화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의 21세기 선진화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무시론"의 보물찾기도 해답이 되기 어렵다. 북한의 선군정치는 대남위협강화전략을 예상보다 훨씬 길게 그리고 강하게 추진할 충분한 각오와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의 선택은 단기적으로 전술적 승리를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전략적 패배를 의미한다. 그러나 대북정책에 대한 합의기반이 대단히 취약한 한국의 국내정치는 "무시론"의 대북정책을 국내정치 문제화함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정치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명박정부가 이 어려움을 쉽사리 극복하리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보물은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무시론"은 국내정치적 제약 때문에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적극적 대안을 현실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오바마구상의 예상된 "꽝"을 뽑지 않으려면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과의 치밀한 국제공조 속에 "채찍과 당근"대신에 북한 2300만 주민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세계적 규모의 퍼주기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햇볕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선군정치가 구사해 온 대남위협전략의 상대적 완화를 위한 국내수준의 퍼주기가 아니라 21세기 북한선진화를 현실화할 수 있는 세계수준의 퍼주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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