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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이혼하면 벌금 50만원이라는데…

화이트보스 2008. 11. 23. 09:31

북한에선 이혼하면 벌금 50만원이라는데…
[강철환의 북한 엿보기]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북한당국은 부부가 이혼하면 벌금 50만원(한 달 근로자 평균 월급 3000원)을 내도록 하는 새 규정을 선포하고 최근 전국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벌금 낼 돈이 없는데 꼭 이혼하겠다면 강제노역 6개월을 각오해야 한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이혼하고 싶어도 법적으로 이혼하지 못하는 부부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이러한 엉뚱한 규정을 내놓은 배경에는 전통적인 결혼문화가 무너지면서 강제노역 6개월을 각오해야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올 9월 북한은 주민들을 상대로 한 강연회를 통해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무너뜨리는 행위를 근절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신행위나 매춘행위, 딸과 같은 나이의 여자를 데리고 사는 남자들에 대한 문제가 집중거론됐다고 한다.

최근 국경을 넘은 한 탈북자는 "북한 당국이 이혼할 경우 벌금형을 과하게 매기는 것은 북한에서도 이혼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이혼율이 높아진 것은 '남조선 드라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중 국경을 통해 물밀듯이 들어오는 남한 드라마 영상물들이 전국에 퍼져 나가면서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진 남조선 사회의 분위기에 북한 여성들이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부드럽고 세련된 말을 하는 드라마 속 서울 남자들의 매너가 북한여성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 탈북자는 "최근 북한여성들이 남한드라마를 보면서 여자가 남자의 뺨을 때리는 것과 같은 충격적인 모습을 보면서 억눌려 살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는 아프가니스탄과 비교될 만큼 최악이다. 경제난으로 집안 살림은 여성의 몫이 됐고, 여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가족은 모두 굶어 죽어야 할 판인데도 남자들의 권위는 높기만 하다.

최근 경제난으로 아버지들이 직장에 나가 벌어오는 월급으로는 하루 쌀값도 안 돼 여성들의 경제적 권한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들의 역할에 비해 권리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결국 남조선 드라마로 폭발한 여심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