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상징 전남도청 별관을 어찌할까
한겨레 | 기사입력 2008.11.23 21:47
[한겨레] 아시아 문화전당 들어설땐 철거 불가피
5월단체 "절대 반대" 맞서 대립 장기화
5·18 광주 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의 항전지 가운데 하나인 옛 전남도청 별관의 보존을 둘러싸고 광주시에서 반년째 '냉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 일대에는 2012년 5월까지 7984억원을 들여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을 짓기로 돼 있으나, 지난 6월 착공식을 마친 뒤 5월 단체들이 별관 보존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면서 공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18일 시민대토론회까지 열렸으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 전남도청 별관은
광주 도심에 있는 옛 전남도청 전면부 건물은 본관·민원동·별관 등 3곳이다. 일제 때 지어져 문화재청의 등록 문화재로 돼 있는 본관과 민원동의 보존을 두고는 다툼이 없다. 다만 1970년대 사무공간 확장 필요에 따라 본관에 덧대어 증축한 길이 54m, 너비 16m, 높이 12m의 지상 4층 별관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아시아 문화전당 설계안에는 별관을 해체한 자리에 24m 깊이로 지하통로를 만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건물의 개방성을 확보하는 핵심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구상에 대해 5월 단체들은 "역사의식이 없는 건축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 5월 단체 "벽돌 한 장 뺄 수 없다"
5월 단체 4곳은 문화전당 착공 직후인 지난 6월 말 '전남도청 원형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년 남짓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공대위는 별관을 헐면 도청 앞쪽의 5분의 3이 사라져 역사성·상징성·장소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공대위는 "전남도청 일대는 시민군이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 사망 15명, 부상 47명의 희생을 당한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며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원형대로 보존해야 마땅하다"는 태도다. 윤광장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별관을 보존하는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5·18 사적지를 막무가내로 해체하려는 몰역사적인 행위를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문화부 "계승할 것은 건물이 아니라 정신"
문화부는 설계 때부터 5월 단체들의 동의를 받았는데 뒤늦게 발목을 잡는다며 볼멘소리를 해 왔다. 18개월 동안 220억원을 들인 설계안을 바꾸려면 이와 맞먹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공사 차질로 인해 올해 예산 1000억원이 그대로 내년으로 넘겨지고 개관 일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토론회에서는 △해체 뒤 파편을 전국에 분산 보존 △랜드마크에 해체된 별관의 역사성 표현 △본관 내부에 별관 축소모형 전시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이병훈 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은 "전남도청 일대의 5·18 관련 공간 8곳 가운데 7곳을 보존하고 별관 1곳만 철거한다"며 "별관을 존치하면 앞쪽 건물의 길이가 103m에 이르러 접근과 소통에 장애가 되고 미관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건축가인 정기용씨는 "5·18을 문화로 승화하려는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지 말자"며 "여러 곳에 상징 공간을 확보했으니 미래지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침묵
20여년 남짓 5월 단체와 한목소리를 내온 시민단체들은 원형 보존이라는 명분이 선명한데도 5월 단체들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이 사업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만큼 문화전당 사업이 일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5월 단체들에 반대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여론조사나 시민투표 등으로 매듭지어지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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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단체 "절대 반대" 맞서 대립 장기화
5·18 광주 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의 항전지 가운데 하나인 옛 전남도청 별관의 보존을 둘러싸고 광주시에서 반년째 '냉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 일대에는 2012년 5월까지 7984억원을 들여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을 짓기로 돼 있으나, 지난 6월 착공식을 마친 뒤 5월 단체들이 별관 보존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면서 공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18일 시민대토론회까지 열렸으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 전남도청 별관은
■ 5월 단체 "벽돌 한 장 뺄 수 없다"
5월 단체 4곳은 문화전당 착공 직후인 지난 6월 말 '전남도청 원형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년 남짓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공대위는 별관을 헐면 도청 앞쪽의 5분의 3이 사라져 역사성·상징성·장소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공대위는 "전남도청 일대는 시민군이 계엄군과 맞서 싸우다 사망 15명, 부상 47명의 희생을 당한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며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원형대로 보존해야 마땅하다"는 태도다. 윤광장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별관을 보존하는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5·18 사적지를 막무가내로 해체하려는 몰역사적인 행위를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문화부 "계승할 것은 건물이 아니라 정신"
문화부는 설계 때부터 5월 단체들의 동의를 받았는데 뒤늦게 발목을 잡는다며 볼멘소리를 해 왔다. 18개월 동안 220억원을 들인 설계안을 바꾸려면 이와 맞먹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공사 차질로 인해 올해 예산 1000억원이 그대로 내년으로 넘겨지고 개관 일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토론회에서는 △해체 뒤 파편을 전국에 분산 보존 △랜드마크에 해체된 별관의 역사성 표현 △본관 내부에 별관 축소모형 전시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이병훈 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은 "전남도청 일대의 5·18 관련 공간 8곳 가운데 7곳을 보존하고 별관 1곳만 철거한다"며 "별관을 존치하면 앞쪽 건물의 길이가 103m에 이르러 접근과 소통에 장애가 되고 미관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건축가인 정기용씨는 "5·18을 문화로 승화하려는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지 말자"며 "여러 곳에 상징 공간을 확보했으니 미래지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침묵
20여년 남짓 5월 단체와 한목소리를 내온 시민단체들은 원형 보존이라는 명분이 선명한데도 5월 단체들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이 사업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만큼 문화전당 사업이 일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5월 단체들에 반대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여론조사나 시민투표 등으로 매듭지어지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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