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정치, 외교.

혼돈의 민주당 ‘계파전쟁’ 터질까

화이트보스 2008. 12. 11. 09:35

혼돈의 민주당 ‘계파전쟁’ 터질까
'민주연대' 발족 계기 민주당 '정체성 논란'
 
이보배 기자

 
혼돈의 민주당 ‘계파전쟁’ 터질까
'민주연대' 발족 계기 민주당 '정체성 논란'
 
이보배 기자
민주당 개혁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연대’가 지난 12월2일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 활동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에 8%대까지 하락해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연대’의 등장은 당내 세력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민주연대’ 창립대회 전인 지난 11월25일에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9인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민주연대’의 본격 활동에 따라 이미 구성되어 있던 ‘신정치 문화원’, ‘10인회’, ‘민주 시니어’ 등 정치적 성향이 서로 다른 당내 모임들의 움직임 또한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내 개혁성향 모임 ‘민주연대’ 12월2일 창립대회 열고 활동 본격화
정당과 비슷한 조직체계로 ‘야당 내 야당’ 색깔 내며 현 지도부와 대립각


민주당 내 개혁그룹을 자처하는 ‘민주연대’가 지난 12월2일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했다.

김근태 전 의원, 천정배 의원 등 개혁세력 주축으로 결성된 ‘민주연대’는 정세균 대표가 내건 ‘합리적 야당상’을 비판하고 ‘선명한 야당’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연대’ 출범…역할은?
 
‘민주연대’는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중심으로 한 ‘민생평화국민연대’가 주축을 이뤘고, 여기에 천정배 의원이 이끈 ‘민생모임’이 가세해 전·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80여 명이 참여한 당내 최대 비주류 모임이다. 여기에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계도 상당수 참여했고 정 전 장관은 지도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야당 내 야당 역할 톡톡히"   민주당 개혁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연대'각 지난 12월2일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 활동을 선언했다. 사진은 민주당 홈페이지 발췌.     © 이보배 기자
그런가 하면 김근태 전 장관, 정동영 전 장관, 천정배 의원측 인사들이 주축이 된 모임답게 각 계파의 대표자격으로 최규성·최규식·이종걸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또 문병호 전 의원이 사무총장, 이목희 전 의원이 정책위원장, 노영민 의원과 설훈·정성호 전 의원이 조직위원장, 우원식 전 의원이 대변인을 맡는 등 정당과 비슷한 체계로 운영될 예정이다.

12월2일 창립대회를 통해 본격 활동을 선언한 ‘민주연대’는 ‘중도적 진보노선에 입각한 개혁주의’를 표방, ‘중도개혁주의’를 내세운 정세균 민주당 대표보다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 당내·외 현안 대응 및 노선에서 현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여 마찰이 예상된다.

‘민주연대’는 이날 창립대회에서 창립선언문을 통해 “집단 무기력증과 좌절감만이 당 안팎을 뒤덮고 있다”면서 “현안에 대해 분명한 색깔을 갖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 명백한 오류다. 선명한 야당의 깃발을 높이 들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투쟁해야 한다”고 밝히고, ‘야당 내 야당’ 역할을 선언했다.

이어 김근태 전 장관은 격려사에서 “민주연대는 야성 회복을 위해 모였다”고 말했고, 천정배 의원은 “관성에서 벗어나 소통과 자기쇄신에 앞장서는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종걸 의원은 “김 전 장관과 천 의원 등 과거 개혁세력은 자신들의 헌신과 부정 속에 민주연대를 만들어 나에게 대표직을 허용했다”면서 “민주당도 그래야 하고 정세균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은 민주당에 새로운 지도세력의 탄생을 갈망하고 있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과 함께하는 9인 모임
 
‘민주연대’의 본격적인 활동은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쏟아져 나온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에 기인한다.

▲"침착하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월1일 국회에서 경제위기상황극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침착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홈페이지 발췌.     
그동안 쉬쉬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최근 정 대표에 대한 비판이 꼬리를 물면서 당내 주요 인사들의 경우에는 언론에 드러내놓고 반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공통된 지적은 정 대표가 ‘중도개혁’을 내세우면서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것.

야당의 생존 방식인 투쟁력과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연대’와 끈을 맺은 9명의 현직 의원들이 가칭 ‘국민과 함께하는 9인 모임(이하 9인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중심으로 현 지도부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9인 모임은 지난 11월25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장세환·최문순·안규백·이춘석·김재균 의원 등 초선의원 5명에 강창일·문학진·주승용 의원 등 재선의원 3명과 3선인 이종걸 의원이 가세한 9인 모임은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매주 정례적으로 모임을 갖고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또 당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현안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발 빠르게 모여 지도부에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실제 9인 모임의 대표 격인 이종걸 의원은 9인 모임을 결성하기 무섭게 정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지난 11월2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세균 대표는 아주 미약한 장점이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야당 대표로서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다”면서 “리더로서의 책임, 지도력 부재 등은 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현 시점의 ‘지도부 흔들기’ 이론에 대해서는 다소 누그러진 입장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이탈된 계층으로부터도 민주당은 전혀 주목의 대상이 못 되고 있다”면서 “5개월도 안 된 민주당 선장으로서의 깃발을 내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좀 더 선명한 대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 것.

이어 9인 모임의 한 의원 또한 “당 지도부가 대북문제 등 여러 현안에 쫓아다니는 느낌을 준 것은 사실이다. 향후 토론을 거쳐 지도부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도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도부 흔들기’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9인 모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정세균 대표의 지도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사퇴론을 주장하고 있어 정기국회 이후 ‘지도부 총사퇴론’ 등을 주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편 ‘9인 모임’이라는 명칭은 가칭이며, 앞으로도 참석할 의향이 있는 의원들이 더 있는 만큼 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25일에는 현역의원 중심의 ‘국민과 함께 하는 9인 모임’ 발족
기타 ‘10인회’, ‘민주 시니어’, ‘신정치 문화원’ 등 당내 계파모임도 ‘꿈틀’


‘보수야당’도 필요하다?
 
이렇듯 민주당 내 진보개혁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중도보수 성향의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보수야당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하면 ‘좌파’라는 용어까지 섞어가며 민주노동당과의 연대 거부 의사를 밝히는 의원까지 등장한 것.

이는 당내 개혁그룹인 ‘민주연대’가 공식 출범하자 그동안 정국 상황을 지켜보던 중도보수 세력 또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12월1일 민주당 원내 60세 이상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 시니어’ 오찬 회동 자리에서는 의원들의 ‘보수 선언’이 잇따랐다. 

▲"보수야당도 있을 수 있어"   민주당 원내 60세 이상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 시니어'는 지난 12월1일 오찬 회동을 갖고 민주당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은 민주당 홈페이지 발췌.     
 
이날 홍재형 의원은 “민주당은 결사반대하는 것이 많은데 만날 결사반대만 하지 말고 반대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균형을 맞추자”면서 “남북 문제도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만 잘못한 것으로 몰지 말고, 북한도 잘못한 점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시종 의원은 “당에 정확한 포지션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민주당은 입지가 어정쩡한 상태다. 야당이 반드시 진보만 있다고 보지 않으며, 보수 야당도 있을 수 있다”면서 당의 보수화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인기 의원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민주노동당과의 공조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서 당 정체성의 이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강봉균 의원도 한 목소리를 냈다. 강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이 민주노동당과 손잡은 것과 관련, “민노당 등 스스로 좌파라고 공언하는 정당과 공조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면서 “모든 정치 사안에 대해 민노당과 손잡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것.

이어 강 의원은 “민주당 내부를 보면 야당은 대정부 투쟁성을 강화해야만 국민의 지지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나는 이를 안타깝게 생각 한다”고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의 강경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이어 강 의원은 “국민들이 야당에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은 투쟁성이 아니라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줄이는 데 앞장서 일을 푸는 것인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새로운 지지층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내년 예산안에 대해 “보완할 점은 있지만 야당이라고 미룰 수만은 없다”면서 당 지도부가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관련 모임은 ‘민주연대’, ‘9인 모임’, ‘민주 시니어’ 외에도 전병헌 의원 등이 주축인 온건성향의 ‘10인회’와 신계륜 전 의원 중심의 ‘신정치 문화원’ 등이 있다.

‘신정치 문화원’은 신계륜 전 의원 중심으로 이인영·우상호 전 의원 등 서울지역 낙선 386의원들의 모임으로 간판론과 인물론, 선명 야당론을 주장하고 있다. 신 전 의원은 “깃발이 선명해야 사람이 모인다”면서 중산층,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와 반대로 문희상 국회부의장, 김진표 최고의원 등 옛 열린우리당 출신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전병현 의원 등 40~50대 의원들의 모임인 ‘10인회’는 지도부가 제시하는 야당상을 지지하고 있다.

‘10인회’는 특히 소속 의원 대부분이 당 요직을 맡고 있거나 시·도당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어 당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정치적 성향이 서로 다른 계파모임이 당내에 잇따라 구성되고 있어 당 지도부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계파모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면서 “결국 계파 정치가 되는 것이고, 지분 다툼밖에 더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 뛰고 정책을 만들어 야당성을 보여야지 이 같은 세력 모으기 식 계파 모임은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는 내주 당내 원로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당의 진로에 관한 조언을 듣기 시작했다. 내부 전열을 추스르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는 등 위기극복에 나서는 행보로 해석된다.

우선 정 대표는 12월1일 60세 이상 의원 모임인 ‘민주 시니어’와 토론회를 갖고 이어 3일에는 전직 국회의장, 총리, 당 대표 등으로 이뤄진 상임고문단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3일 모임은 상임고문단이 지난 9월 구성된 뒤 처음으로 상임고문단·최고위원회의 연석회의 형식으로 마련됐다.

정세균 대표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민주당의 계파모임. 어쨌든 ‘민주연대’의 출범과 기타 모임들의 ‘제 목소리 내기’로 민주당이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지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