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겨례의 지도자

남해 노량해전 승첩제 11월19일(음)은 충무공께서 전사하신 날

화이트보스 2008. 12. 13. 12:55

남해 노량해전 승첩제 & 금산

12월은 참 썰렁한 달이다. 숲은 헐벗었으나 폭설은 이르고, 얼음이 꽝꽝 언 것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전국적으로 12월에 열리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마지막 날인 31일에 해넘이 축제가 있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려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렇다면 올 12월엔 따뜻한 저 남쪽 바다로 내려가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 중순 무렵, 남해 노량 앞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바다를 기리는 노량해전 승첩제가 열린다. 내친김에 38경으로 소문만 남해 금산도 오른다면 한 해의 마무리가 참 뿌듯할 듯하다.


▲ 노량 앞바다에서 해군함정들이 노량해전 전투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노량해전 승첩제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다.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12월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남해대교 일원에서 개최


1545년 4월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다. 그렇다면 1598년 11월19일은 무슨 날일까? 바로 이순신 장군께서 노량 앞바다에서 전투를 벌이다 세상을 떠나신 날이다. 물론 모두 음력이다.


우리나라엔 민족의 성웅인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많은 행사들이 있는데, 매년 경상남도 남해에서 열리는 노량해전 승첩제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기리는 행사다. 2001년에 처음 시작했으니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다지 연륜이 오래된 축제는 아니지만,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라는 극적인 상징성 때문인지 매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운구 행렬 재현. 장군은 노량의 관음포 입구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그런데, 가만히 연혁을 살펴보면 제1회부터 제3회까지는 4월28일 무렵에, 제4회부터 지난해의 제7회까지는 11월19일을 전후해서 열렸다. 바로 이순신 장군이 태어나신 날과 돌아가신 날에 축제일을 맞췄음을 알 수 있다. 노량해전 승첩제가 진정으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기리는 행사라면 4월28일이 아니라 분명히 11월19일이 더 어울린다. 그렇지만 이것도 허전하다. 왜냐하면 전쟁 기록은 모두 음력인데, 이를 간편하게 그냥 양력으로만 바꿨기 때문이다.


▲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활쏘기 체험.

노량해전 승첩제가 올해는 12월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11월19일(음)을 양력으로 계산하면 12월16일(화)이 되는데, 이 날을 전후한 주말에 날짜를 잡은 것이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축제위원회측도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날짜일 테지만, 어차피 양력으로 해도 방문객을 위해 주말에 일정을 맞춰야 하고, 11월엔 전국에 수많은 축제가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그나마 큰 행사가 많지 않은 12월이 훨씬 낫지 않을까. 우리나라 12월의 대표적인 축제인 해넘이 감상은 모두 12월31일에 집중되어 있으니 말이다. 또 계절적으로 12월 중순이면 중부지방은 한창 겨울이지만, 동백꽃 피고 지는 남해는 여행하기 좋은 시절이기 때문이다.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남해대교 근처에서 펼쳐져


노량해전 승첩제의 주 행사장은 남해대교 근처의 설천면 남해 충렬사와 노량공원 일원이다. 이번 승첩제의 주제는 ‘이 충무공의 환생’. 첫날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오전 11시에 충렬사에서 열리는 고유제. 이보다 1시간 앞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노량부두에서 해군함정 입항 환영식도 펼쳐진다. 이 함정은 이튿날 열리는 노량해전 재현 등의 행사에 투입된다. 이순신영상관에서는 역사전문가들로부터 노량해전의 역사적 의미를 들어 볼 수 있는 학술심포지엄(15:30~17:30)이 열린다.


▲ 조·명·일 참전 장졸 위령대제. 침략자인 왜군까지 포함시킨 데서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축제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 날인 13일(토)의 첫 행사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라는 뜻을 살리기 위해 ‘제’의 의미에 비중을 둔 조·명·일 참전장졸 위령대제(11:00~12:00). 조선과 명나라 수군뿐만 아니라 침략자인 왜군까지 포함시킨 데서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축제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이어 남해 전통매구 시연(12:00~13:00), 해군 군악대 연주(13:00~14:30), 천자·지자·현자총통 발사시범(14:30~15:00), 난타공연(15:00~16:00)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이어 오후 4시부터 4시30분까지는 1598년 노량해전 출정식, ‘임란 7년사’ 발간 봉고식, 동북아 평화제 선포, 해군의장대 시범 등의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 노량해전 승첩제 기간 중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이 날의 가장 큰 행사는 바로 노량해전 재현(16:30~17:30).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주제로 1시간 동안 노량해협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는 승첩제의 메인 행사이기도 하다. 해군 함정들이 펼치는 노량해전 전투 광경은 짜릿한 전율을 선사할 것이다. 이 행사가 끝나면 곧이어 충렬사 근처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운구 행렬(17:30~18:00)이 이어진다. 해가 진 다음엔 ‘칼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는 주제로 진행되는 승첩기념공연(18:00~19:30)이 이 날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마지막 날인 14일(일)은 선박 해상퍼레이드(11:00~12:00), 우리가락 한마당(13:00~14:00), 선구줄끊기 재현(14:00~15:00) 등의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눈길 끄는 행사는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같은 제목의 연극 공연(15:00~16:00)이다. 일요일 오후라 수도권이나 강원도 지역에서 참여한 관람객들이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소설에서 감동을 느낀 독자라면 큰 흥미를 느낄 듯하다.


▲ 노량해전 승첩제는 축제의 성격상 해군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노량해전 승첩제에 참가한 해군 함정.

이밖에 어린이 대상 활만들기 체험, 활쏘기 체험, 조선 수군이 먹었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충무공 밥상’ 등은 어린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또 거북선과 판옥선 조립, 나전칠기, 가면·탈 만들기 등 관람객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명나라, 왜군의 복장을 선보이는 코스프레 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마련된다.

충무공  장군의 마지막 바다 노량 관음포


임진왜란 당시 23전 23승 무패로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면서 겨레의 신화가 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 장군의 마지막 바다는 정확히 노량 관음포다. 장군은 1598년(선조 31) 11월19일(음력) 아침 9시경 적의 유탄을 왼쪽 가슴에 맞았고, 1시간 뒤인 10시경 세상을 떠나고 만다.


최근 전문가들은 장군이 생을 마친 정확한 지점을 찾았는데, 당시 전투 상황과 조수, 지형지물, 충무공의 전략전술, 우리나라와 중국 및 일본의 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현지 조사를 거친 결과, 관음포 해안 이내기 끝과 어서리 끝 사이의 바다라고 결론지었다. 즉 장군은 관음포 입구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신 것이다.


“전쟁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장군의 유언은 장군의 유해가 맨 처음 닿은 곳에 세운 이락사(李落祠) 입구의 비석에 ‘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라는 한자로 새겨져 있다.


▲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맨 처음 닿은 곳에 세운 이락사.

장군의 유해는 관음포 해안에 내린 뒤 지금의 충렬사 자리에 임시로 안치되었다. 그리고 20일 뒤인 12월10일 고향인 충남 아산으로 옮겨졌다. 1632년(인조 10) 이곳 유림들은 장군이 묻혀있던 옛터에 작은 집을 짓고 제사를 지냈던 것이 남해 충렬사의 시초다. 사당 뒤쪽엔 장군의 허묘가 남아있다.


노량해전 승첩제를 보러 남해까지 갔다면 섬 드라이브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서는 2003년에 새로 놓인 창선-삼천포대교로 접근해 섬을 둘러보면서 남해대교 근처의 축제 행사장으로 찾아가는 코스로 소개한다.


삼천포항에서 쪽빛 바다에 떠있는 남해의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해안도로를 달리면 곧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폭 500m, 길이 3km)을 연결하는 창선교가 반긴다. 전통 고기잡이 시설인 죽방렴(竹防簾)으로 유명한 곳이다. 죽방렴이란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말뚝)을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갯벌에 V자로 벌려 박고, 모서리에 원통형 발통을 만든 원시어장. 거센 조류 따라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썰물 때 사도를 통해 들어선 뒤 발통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전통 어법인 죽방렴이  남아있는 고장


▲ 남해 충렬사. 1632년 장군이 묻혀있던 옛 터에 작은 집을 짓고 제사를 지냈던 것이 시초다.

죽방멸치는 생김새가 납작하고, 은백색의 빛깔과 금색을 띠고 있어 여느 멸치와는 구분된다. 이렇듯 비늘 하나 상하지 않고 곱게 건져 올린 죽방렴 멸치는 물살이 빠른 곳에서 잡힌 것들이라 기름기가 적고 쫄깃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그래서 일반 멸치보다 몇 곱절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창선교를 건너 3번 국도를 타고 시계바늘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남해군의 ‘녹색 보물’인 물건리 방풍림이 반긴다. 물건리 방풍림은 350여 년 전 심은 팽나무·상수리나무·수리나무·이팝나무·후박나무·때죽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룬 곳이다. 활시위처럼 굽은 해변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이 숲은 거센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면서 고기떼를 유인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충렬사지나면 길은 남해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앵강만을 왼쪽에 끼고 이어진다. 물건리에서 미조면까지 이어지는 물미해안도로는 해안을 굽이돌 때마다 한려수도의 절경이 연이어 펼쳐져 좋고, 앵강만 해안도로는 부드러운 바다 곡선이 포근하게 다가와서 좋다.


금산의 보리암으로 가려면 이동면 신전리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된다. 곧장 달리면 서포 김만중이 유배 왔던 노도를 비롯해 신전·두곡·월포 같은 아기자기한 해안, 석방렴을 관광자원화한 홍현 해라우지 마을, 그리고 다랑논이 돋보이는 가천 다랭이 마을까지 이어진다.


해안선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다랑논(계단식논)으로 유명한 가천 마을은 경사가 45도나 되는 산비탈에 남향으로 터를 잡고 있다. 다랑논은 파도 몰아치는 해변에서 설흘산 중턱까지 척박한 경사면에 모두 120계단. 여기에 500여 개의 논밭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았다. 이 가천 마을에서 노량해전 승첩제가 펼쳐지는 남해대교까지는 승용차로 약 40~50분 정도 걸린다.


<사진제공=남해군청>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8601, 노량해전 승첩제 대표전화 055-864-
0904, 홈페이지 www.leesunsin.net


▲ 남해안의 전통 고기잡이 시설인 죽방렴. 이곳에서 잡은 멸치는 고깃배에서 그물로 잡은 멸치보다 몇 곱절이나 비싼 값에 팔린다.

여행정보


숙박 남해대교 아래의 충렬사 주변엔 남해비치텔(055-863-5505), 베니스(862-2800), 조은모텔(862-345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어부방조림이 있는 물건리 주변에 남송가족호텔(867-4710~2), 하이델베르그독일마을(867-7783), 아름다운날들펜션(867-696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두곡·월포 해수욕장 주변에도 가족휴양촌(863-0548), 가천 다랭이 마을에 조약돌집(862-8166), 섬이보이는집(862-9024) 등의 민박집이 있다.


별미 남해대교 충렬사 주변에 대구횟집(055-862-3747), 부산횟집(862-2817), 생선횟집(862-2627), 제일횟집(862-2484) 등의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 남해 읍내의 미담(864-2277)은 상차림이 푸짐한 한정식집(1인분 7,000원). 창선교 근처의 우리식당(867-0074), 죽방렴횟집(867-7715) 등에서 12월 중순까지는 죽방렴 멸치회를 맛볼 수 있다. 아쉽게도 갈치회는 제철이 아니다. 멸치회·멸치찌개 소(2~3인분) 20,000원, 멸치쌈밥 1인분 7,000원.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비룡 분기점→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고속도로)→진주 분기점→남해고속도로→하동 나들목→19번 국도(남해 방면)→남해대교→행사장 <수도권 기준 4시간30분 소요>


서울→남해 남부터미널(ARS 521-8550)에서 매일 8회(08:30~19:00) 운행. 4시간40분 소요, 요금 22,200원.


부산→남해 서부터미널(051-322-8301~2)에서 매일 19회(06:20~19:20) 운행. 2시간30분 소요, 요금 10,400원.


진주→남해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매일 20~30분 간격 27회(06:40~20:0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4,800원.


순천→남해 공용정류장(061-744-6565)에서 매일 4회(09:20, 13:40, 16:00, 19:30) 운행. 1시간10분 소요, 요금 5,100원.


         

신선이 사는 섬을 빛내주는 38경 일품
상주~쌍홍문~보리암~정상~상사바위~쌍홍문~상주 4시간 소요


 

조선 전기 4대 서예가의 한 사람인 자암(自菴) 김구(金銶·1488-1534)는 남해도로 유배왔다가 이곳을 '일점선도(一點仙島)'라고 찬탄했다. ‘한 점 신선이 사는 섬’이란 뜻이다. 한반도에서 네번째로 큰 섬인 남해도의 최고봉은 금산(701m). 조물주는 남해도 해안 곳곳에 수많은 절경을 펼쳐놓았지만, 이 금산이 없었다면 자암 김구의 찬탄도 허탈한 과장에 불과했을 것이다. 김구가 남해도를 신선이 사는 섬이라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금산이 일등공신 아닐까?


 

이성계가 소원성취하고 금산으로 이름 바꿔


 

우리나라엔 섬이 많고 그 섬엔 산도 많지만, 남해 금산처럼 바위와 숲이 조화를 이뤄 자태가 빼어나며, 해안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바위 포인트를 곳곳에 지니고 있는 산은 흔치 않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연도 제법 깊다. 아주 오랜 옛날 중국의 진시황이 보낸 서불(徐市, 徐福)은 이곳에서 불로초를 구하려 했고, 신라의 원효는 도를 깨달으려 보리암을 지었다. 또 고려 말기엔 이성계가 큰 뜻을 품고 이곳에서 산신께 제사를 올렸다. 그는 왕위에 등극하게 되자 보은을 위해 영구불멸의 비단을 두른다는 뜻의 ‘비단 금’자를 써 금산(錦山)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 머슴과 과수댁 안주인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상사바위. <사진=김영훈 부장>

금산은 주봉인 망대를 중심으로 왼쪽에 문장봉·대장봉·형사암, 오른쪽에 삼불암·천구암 등의 암봉이 솟아 있다. 또 이성계가 산신령께 기도했다는 이씨기단을 비롯하여, 문장암·사자암·촉대봉·향로봉·음성굴 등 금산38경을 이루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그리고 눈 아래로 보이는 바다와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다. 정상 부근엔 한국 3대 관음기도처의 하나로 꼽히는 보리암도 깃들어 있다.


금산의 산행 코스는 상주 탐방지원센터~쌍홍문~보리암~정상~금산산장~상주 탐방지원센터 원점회귀 코스(3시간 소요)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조망이 빼어난 상사바위와 부소암을 들르려면 1시간 정도 더 잡으면 된다. 이외에도 상주 탐방지원센터~쌍홍문~보리암~정상~보리암~제2주차장~마을버스~제1주차장~복곡 탐방지원센터 코스(2시간30분 소요), 복곡 탐방지원센터~제1주차장~마을버스~제2주차장~보리암~정상~마을버스~제2주차장 코스(2시간 소요) 등이 있다.


▲ 금산 정상의 봉수대. 고려시대 왜구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복곡 탐방지원센터 앞 제1주차장에서 보리암 매표소가 있는 제2주차장까지의 거리는 약 3km. 지난 2006년 도로확포장 공사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일반 차량은 통행할 수 없었지만, 최근인 11월 중순에 공사가 끝나면서 다시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제2주차장은 약 4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밖에 없다. 따라서 제2주차장이 만차일 경우 제1주차장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기다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제1주차장에 주차하고, 마을버스(편도 1,000원)를 이용해 오르는 게 낫다. 제2주차장에서 15분쯤 걸어 오르면 보리암이다. 주차비는 승용차 기준 4,000원.


일석이조 산행을 할 수 있는 상주 탐방지원센터 코스


이처럼 금산은 정상 근처까지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남해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차량을 이용하여 제2주차장까지 올라 보리암에 들렀다 다시 내려온다. 이 경우 2시간 정도면 힘 안 들이고 웬만한 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축제 때 노약자와 동행했다면 이 코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일정상 시간이 촉박할 때도 이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보려고 남해까지 왔다고 해도 장딴지가 근질근질하는 산꾼이라면 당연히 금산 남쪽 19번 국도변의 상주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도 3~4시간 정도면 금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게다가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문화재관람료(1,000원)를 절약할 수 있으니 산꾼 입장에선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 정상 바로 옆의 문장암. 조선 중종 때 주세붕 선생이 금산의 절경에 반해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라는 글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상주 탐방지원센터 왼쪽엔 승용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승용차 4,000원)이 있다. 이곳에 차를 대고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한동안은 완만한 경사의 널찍한 돌길이 이어진다. 이어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을 지난 뒤 계류를 건너면 경사는 제법 가팔라진다. 급경사 돌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숲은 짙은 상록수들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오르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이면 돌거북 두 마리가 물을 내뿜는 샘터가 나타난다. 잠시 숨을 고르며 목젖을 적신 뒤 수통에 물을 채운다. 남해 금산은 바위산이긴 해도 덩치가 아기자기하고 계곡과 암자가 있어 물을 구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물을 확보하는 게 좋다.


샘터에서 잠시 땀을 들인 뒤 다시 길을 나선다. 계속 가파른 길을 한 발씩 오르면 금산은 자신의 우락부락한 모습을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한다. 가끔 뒤돌아보면 상주 해수욕장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가 아득하다. 나무계단도 지나면서 20분쯤 오르면 사선대·장군암 지나 공룡을 닮은 커다란 쌍바위굴이 앞을 가로막는다. 금산 비경을 대표하는 쌍홍문(雙虹門)이다. 위쪽이 무지개처럼 원을 그리고 있는 홍예문이 두 개라는 뜻이다. 산길은 바위굴을 통해 이어진다. 굴 안에서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미조 앞바다가 아련하다.

금산38경을 대표하는 쌍홍문


쌍홍문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금산산장을 거쳐 상사바위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남해 금산의 대표 암자인 보리암을 거쳐 금산 정상으로 곧장 연결된다. 어느 길로 가든지 금산 능선을 한 바퀴 돌면서 다시 쌍홍문 앞에서 만나게 된다.


상사바위보다 정상을 먼저 오르고 싶다면 오른쪽 길을 따른다. 이 길로 10여 분 오르면 보리암(菩提庵)이다. 보리암은 683년(신문왕 3) 원효가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보광사라 했다. 조선시대엔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에 감사하는 뜻에서 1660년(현종 1)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절이름을 보리암이라고 바꾸었다.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 강화 석모도의 보문사와 함께 한국 3대 관세음보살 성지로 꼽힌다.


▲ 보리암 삼층석탑. 이 탑 근처에서는 나침반의 N극이 북쪽을 가리키지 못하고 방황한다.

보리암에서 화엄봉을 거쳐 15~20분 정도 오르면 금산 정상에 닿는다. 금산38경의 하나로서 버선바위·문장암·명필암 등으로 불리는 바위 바로 옆이 정상이다. 정상엔 봉수대가 있다. 고려시대 때 왜구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쌓은 것이다. 미조만 앞바다에 떠있는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다시 삼거리. 여기서 단군성전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길을 따른다. 단군성전 앞 갈림길에서 금산산장과 제석봉을 거쳐 쌍홍문을 바로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남해 금산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상사바위를 빼놓을 수는 없는 일. 바위 사이로 곧장 이어진 능선길을 따른다. 이어 헬기장을 지나면 부소암 가는 갈림길이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이 길로 들어서서 허공다리를 건너면 우람한 바윗덩이가 우뚝 서있다. 진시황의 아들인 부소(扶蘇)가 귀양을 살았다는 부소암이다. 바위 뒤쪽으로 돌아가면 작은 암자도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앵강만 조망이 일품이다.


금산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난 상사바위


▲ 우락부락한 바윗덩이 사이에 안겨있는 금산산장.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금산 일출을 즐기려는 등산인들이 애용한다.

부소암과 그 주변을 둘러본 뒤 이전의 부소암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능선길을 따르면 상사바위, 곧 상사암(相思岩)이다. 상사바위는 금산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돌아보면, 금산 정상부터 대장봉, 가파른 절벽 위엔 보리암이 아슬아슬 앉아있고, 이어 쌍홍문·만장대·사선대·향로봉 등 눈을 놀라게 하는 기암들이 펼쳐진다. 이곳엔 한 머슴이 홀로 된 과수댁 주인을 사랑하여 상사병에 걸려 죽어가게 되자 보다 못한 과수댁이 사람 없는 금산의 이 바위벼랑 아래에서 원을 풀게 해주었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상사바위에서 눈요기를 실컷 했다면 이제 안전하게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상사바위에서 쌍홍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갔던 길은 150m 정도 되돌아와야 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좌선대를 지나 금산산장에 닿는다.


▲ 금산의 비경을 대표하는 쌍홍문. 굴을 통과하는 등산인들 뒤로 미조 앞바다가 아련하다. <사진=김영훈 부장> / 진시황의 아들인 부소가 귀양을 살았다는 부소암.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앵강만 조망이 일품이다.<사진=김영훈 부장>

이 산장은 남해 금산 일출을 찍거나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50여 년 전부터 애용해오던 곳이다. 따라서 노량해전 승첩제를 구경하기 전후에 금산 일출을 감상할 요량으로 일정을 짰다면 이곳에서 숙박하는 것도 괜찮다. 산채정식(6,000원) 등 식사도 가능하다.


금산산장부터는 계속 급한 내리막길이다. 50m만에 제석봉을 지나고 다시 50m를 내려서면 쌍홍문 앞에 닿는다. 산장에서 이곳까지는 5~1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 상사바위는 조망처 많은 금산에서도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 금산의 거친 바윗덩이들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보리암.

쌍홍문을 통과하고부터는 처음에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하산하면 된다. 쌍홍문에서 15분쯤 내려서면 샘터가 나오고, 다시 20분 정도면 처음에 출발했던 상주 탐방지원센터에 닿는다. 이렇게 해서 남해 금산을 한 바퀴 도는 데 총 4시간 정도 걸린다.<지도=특별부록 참조>


여행정보


산행길잡이 남해 금산(錦山·701m)의 산행 코스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상주 탐방지원센터~쌍홍문~보리암~정상~단군성전~금산산장~쌍홍문~상주 탐방지원센터 원점회귀 코스(3시간 소요)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상사바위와 부소암을 들르려면 1시간 정도 더 잡으면 된다.


이외에도 상주 탐방지원센터~쌍홍문~보리암~정상~보리암~제2주차장~마을버스~제1주차장~복곡 탐방지원센터 코스(2시간30분 소요), 복곡 탐방지원센터~제1주차장~마을버스~제2주차장(보리암매표소)~보리암~정상~마을버스~제2주차장 코스(2시간 소요) 등이 있다. 서불과차문이 있는 부소암~두모골 코스는 현재 생태계 보호를 위해 탐방이 금지되어 있다.


주차료 4,000원, 문화재관람료 1,000원. 마을버스 편도 1,000원. 한려수도 국립공원 복곡 탐방지원센터 055-863-3525, 상주 탐방지원센터 055-863-3524.


교통 유남해→상주 버스터미널에서 매일 20여 회(06:30~20:20) 운행. 상주 35분 소요, 요금 2,000원.


남해→복곡 탐방지원센터 버스터미널에서 매일 2회(08:00, 17:10) 운행. 30분 소요, 요금 1,300원. 남해 버스터미널 055-864-7101~2
숙식 금산 보리암 근처엔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금산산장(055-862-6060)이 있다. 일출 광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식사도 가능하다. 2인 1실 기준 1박에 30,000원, 산채정식 6,000원.


금산 남쪽의 상주 해수욕장과 금산 탐방지원센터 주변에 숙박시설이 많다. 금산 동쪽의 남해편백 자연휴양림(055-867-7881, www.huyang.go.kr)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숲속의 집 5인실(26㎡) 비수기·주중 32,000원, 성수기·주말 55,000원, 휴양관 6인실(33㎡) 40,000/70,000원, 휴양관 8인실(39㎡) 50,000/85,000원, 휴양관 10인실(49㎡) 60,000/98,000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는 승용차 3,000원.


/ 글·사진 민병준 르포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