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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문화의 꽃이요, 산으로 말하면 최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의학이 동무 이제마 선생으로부터 창시된 지 어언 백 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난치병을 치료하고 국민보건에 기여한 공이 크지만, 과연 체질을 정확히 감정하여 옳은 약을 처방하느냐에 최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체질감별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창시자 자신도 체질을 알기 위해서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옷을 벗어보라고 하여 요즘 같으면 성추행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지나가는 여인네의 치마폭을 걷어보다가 동네사람들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요즘도 체질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각종 체질진단법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체질을 분류하는 기준표를 이제마 선생이 꼼꼼히 적어놓았으니 그것을 기초로 하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앞에 가는 사람의 뒷모습만 보고도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미혼인지 기혼인지, 20대인지 30대인지를 두세 살 된 유아들은 알 수 없다. 최소한 20대 성인은 되어야 알듯이 연륜과 경험을 지닌 사람만이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다. 한두 가지 테스트 방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방법들이 체질을 아는 한 방편은 되나 완벽한 진단은 못 된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가 오랜 경험 끝에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중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만들었다. 등산하는 방식이나 대상지도 체질에 따라 달라지므로 자신의 체질부터 정확히 아는 것이 급선무다.
육식이 체질적으로 맞고 냉수욕 금물…태음인
태음인의 기본정의는 간장이 크고 폐장이 작으며(肝大肺小), 인(仁)을 버리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으로 탐욕스런 사람이 되기 쉽다. 예(禮)는 많으나 인(仁)이 적다.
- ▲ 그림·안영태
- 외형은 허리 부위가 굵고 충실하며 서있는 기운이 왕성해 전체적으로 자세가 굳건하고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걸음걸이에 무게가 있고 상대방에게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준다. 그러나 배가 나와 거만해 보이기도 하며, 허리가 굵어 잘 구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목덜미의 곧추서는 기운이 약해 보여 목이 몸통에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며, 목소리가 굵은 편이다. 골격이 굵고 손발이 커서 상대적으로 튼튼한 느낌을 준다. 겨울에는 피부가 잘 튼다.
심성은 항상 조용히 있으려 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에는 매우 민첩하다. 항상 내부를 지키려고만 하고 밖으로 나가려하지 않기 때문에 욕심에 빠지게 된다. 시작한 일은 반드시 성취해내는 장점이 있다. 어느 곳에서나 분위기를 잘 파악해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는 데 능하다.
자기 일을 잘 이루고 자기 것을 잘 지키는 것은 좋으나 애착이 지나쳐 탐욕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건강 측면에서 보면 땀이 고루 잘 나오면 몸이 상쾌해지고 건강한 상태다. 허약해져 식은땀을 흘리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피부가 야무지고 단단해 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몸이 나빠지는 단계다. 설사가 심해지면 뒤가 묵직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몸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태음인에게 이로운 음식은 곡류로는 콩, 통밀, 우리밀, 수수, 율무, 들깨 등이고, 채소류는 호박, 무, 열무, 도라지, 연근, 우엉, 더덕, 버섯, 마늘, 감자, 고구마, 토란, 죽순, 양파, 콩나물, 당근 등 대부분 뿌리채소다. 육류나 어류는 특히 쇠고기, 장어, 미꾸라지, 메기 등 고단백 식품이 좋고, 과일류로는 사과, 배, 수박, 살구, 호두, 밤, 잣, 은행 등 견과류가 좋다. 약물로는 비타민A·D, 녹용, 마, 스쿠알렌, 간유구 등이 좋으며, 우유(단, 대장이 약한 사람은 주의), 두부, 황설탕, 칡차, 알칼리성 물, 치즈, 버터 등 유제품도 좋다.
육식이 체질적으로 잘 맞으나 등 푸른 생선과 잎채소는 피하는 게 좋다. 단전호흡을 할 때는 들이마시기를 길게 한다. 냉수욕이나 찬물에서 수영하는 것은 나쁘다.
잘 융합하지만 조바심 내지 말아야…소음인
소음인의 기본정의는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으며(腎大脾小), 의(義)를 버리고 안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게으른 사람이 되기 쉽다. 소양인과 반대로 선을 옳게 여기고 악을 그르게 여기는 지(智)가 많고, 의(義)가 상대적으로 적다.
외형은 엉덩이의 기운이 왕성해 앉은 모습이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반면 가슴부위의 기운은 약해 약간 움츠린 듯한 느낌을 준다. 상체보다는 하체에 기운이 있어 보이며, 걸음을 걸을 때 몸을 앞으로 수그리고 힘없이 걷는다. 체격이 작고 말라 약한 듯한 느낌을 주며, 이목구비가 크지 않고 다소곳한 인상을 준다. 피부가 부드럽고 땀이 적으며, 말할 때 눈웃음을 잘 짓고 보조개가 잘 패는 경향이 있다.
심성은 가급적 현실에 순응하며 밖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늘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적 기질을 좋아하고 남성적 기질을 싫어하기 때문에 안일한 마음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유순하고 침착해 매사에 조심하므로 남과 잘 융화되는 장점이 있다. 사람을 조직하는 데 능하다.
소심하고 꼼꼼하지만 별일도 아닌데 항상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다. 평소 마음을 느긋하고 편안하게 쓰면 소화기능이 살아나 건강이 좋아진다. 항상 일보전진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대처하도록 수양해야 한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 지나쳐 안일에 빠지기 쉽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크게 성취할 수 있는데도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매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건강 측면에서 보면 밥맛이 좋고 소화가 잘 되면 건강한 상태다. 그러나 몸이 식었는데도 식은땀을 흘리면 몸이 나빠지는 단계다. 흔히 손발은 차가운데 끈끈한 땀이 나거나 평소 사타구니가 축축하고 잠을 잘 때 진땀을 흘려 등이 축축하거나 베개가 젖고, 설사가 멎지 않고 아랫배가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소음인에게 이로운 음식은 곡류로는 쌀, 현미, 찹쌀, 차조, 흰콩, 옥수수 등이고, 채소류로는 시금치, 감자, 고구마, 무, 연근, 우엉, 후추, 카레, 참기름, 생강, 마늘, 고추, 파, 가지, 호박, 쑥, 토마토 등이다. 미역, 김, 다시마, 파래 등의 해조류와 개고기, 닭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뱀, 미꾸라지, 뱀장어, 명태, 흰 살생선 등의 육류와 사과, 귤, 오렌지, 자몽, 복숭아 등의 과일류가 몸에 좋다. 대추, 인삼, 꿀, 사이다, 비타민B·C도 좋다.
섭생법은 항상 소식을 하고 찬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꼼꼼히 생각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 일 추진 잘하나 화내면 병 심해져…소양인
소양인의 기본정의는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으며(脾大腎小), 지(智)를 버리고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는 사람으로 천박한 사람이 되기 쉽다. 자기의 나쁜 짓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나쁜 짓을 미워하는 의(義)는 많으나 상대적으로 선을 옳게 여기고 악을 그르게 여기는 지(智)가 적다.
외형은 가슴과 어깨 부위가 충실하고 포용하는 기운이 왕성해 전체적으로 독수리가 날개를 편 것과 같다. 따라서 걸을 때는 어깨를 흔드는 경우가 많아 건방져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엉덩이가 상체에 비해 빈약해 앉은 모습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눈매가 날카롭고 살결은 희고 윤기가 적으며, 땀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흘리지 않는다. 몸가짐이 민첩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어 경솔해 보일 수 있다.
심성은 항상 일을 벌이려고만 하고 거두어 정리하려는 마음이 적다. 겉으로는 시원시원하게 일을 꾸미고 추진을 잘 하나 바깥일에 치중하고 안의 일은 등한히 하기 쉬워 스스로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기분에 따라 일하게 되어 한쪽으로 치우치는 마음에 빠지기 쉽다. 잔정이 많아 인정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굳고 재빨라 용맹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 평소 마음을 편안하고 조용하게 쓰면 좋지만, 만약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점점 일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면 공포심이 생긴다. 이 상태가 심해지면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이 생기며 건강도 나빠진다. 따라서 항상 안을 살펴 두려운 마음이 없도록 수양해야 한다. 급격히 슬퍼하거나 깊이 화를 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일을 공정하게 하지 않으며 사사로운 정에 치우친다. 슬픈 일을 당하면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경향이 있으며, 정에 이끌려 큰 일을 그르치기 쉽다.
건강 측면에서 보면 변비 없이 대변소통이 좋으면 건강한 상태다. 만약 변비가 심해지면 몸이 나빠지는 단계고, 이것이 더 진전되어 가슴에 불덩이가 있는 듯 갑갑하게 느껴지면 병이 심해진 것이다. 대부분의 증상이 화나 열로 인한 것들이 많다.
소양인에게 이로운 음식은 곡류로는 쌀, 녹두, 보리, 검은팥, 색이 있는 콩, 메밀, 검은깨, 들깨, 땅콩 등이고, 채소류로는 배추, 양배추, 푸른 야채, 시금치, 열무, 미나리, 셀러리, 취나물, 오이, 상추, 두릅, 무, 연근, 토란, 우엉, 가지, 숙주, 호박, 참외, 수박, 딸기, 멜론 등이다.
돼지고기, 오리고기, 가물치, 굴, 오징어, 낙지, 대부분의 어패류 등의 육류와 감, 곶감, 포도,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과일류, 기타 영지, 결명자, 구기자, 비타민E, 황설탕 등이 몸에 좋다.
섭생법은 성격을 느긋하게 갖고, 술과 냉수욕을 금하는 것이 좋다.
육식 완전히 끊고 느긋하게 행동해야…태양인
태양인의 기본정의는 폐장이 크고 간장이 작으며(肺大肝小), 예(禮)를 버리고 방종한 사람으로 행동이나 성격이 너절하고 더럽기 쉽다. 가엽게 여기는 인(仁)이 많으나 상대적으로 사양하는 예(禮)가 적다.
외형은 가슴 윗부분이 발달하고 목덜미의 곧추서는 기운이 왕성해 전체적으로 기운이 위로 뻗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면 허리의 서있는 기운은 빈약하고, 엉덩이가 상대적으로 작고 다리가 약한 듯한 느낌을 주므로 서있는 모습이 안정돼 보이지 않는다. 얼굴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화가 났을 때는 눈동자가 위로 쏠리며 머리를 드는 경향이 있다. 다른 체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적다.
심성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뿐 물러서지 않으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급박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언제나 남성적인 성격을 취하고 여성적인 성격을 싫어하는데, 이로 인해 매사에 급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막힌 일을 과단성 있게 뚫어 소통시키는 장점이 있으며, 다른 사람과 사귀는 행동에 능하다.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행동하면 간혈기능이 좋아져 몸이 편안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따라서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매사에 대처하도록 수양해야 한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을 하는 데 계획성이 적고 치밀하지 못하며, 거침없이 행동하고 실수를 해도 반성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기합리화에 능하다.
건강 측면에서 보면 소변이 잘 나오면 건강한 상태다. 대변이 매끄럽게 나와야 하며 양이 많아야 좋다. 소변은 자주 많이 보는 것이 좋다. 얼굴색이 검으면 좋지 않고 약간 마른 듯한 것이 좋다. 명치 밑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입에 침이나 거품이 자주 고이면 몸이 나빠진 상태다. 음식물을 넘기기 어렵고 넘어갔다 해도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고 마는 증상이 나타나면 병이 심각해진 것이다.
태양인에게 이로운 음식은 곡류로는 쌀, 보리, 검은콩, 호밀, 검은깨, 메밀 등이고, 채소류로는 배추, 양배추, 케일, 푸른 야채, 취나물, 가지, 오이, 토마토, 딸기 등 대부분의 잎채소다. 김, 미역, 다시마, 기타 해조류, 어패류, 조개, 게, 굴, 잉어, 붕어, 해삼, 오징어, 고등어, 대부분의 비늘이 있는 생선 등이 몸에 좋고, 배, 감, 곶감, 포도, 귤, 오렌지, 복숭아, 키위,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과일류와 오가피, 녹차, 비타민C, 포도당, 초콜릿 등도 좋다.
섭생법은 육식을 완전히 끊고 채식 위주 식생활을 하며, 단전호흡을 할 때는 내뱉는 숨을 길게 한다. 일광욕과 사우나는 좋지 않다.
/ 최형주 한의학 박사·영등포 명성한의원 원장. 한국체질의학연구회 회장.
< 에언(豫言)>, <비방(秘方)>, <산해경(山海經)> 등 저술.
- 일 추진 잘하나 화내면 병 심해져…소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