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빠진 대우조선 해법은?
한화"전대미문 금융위기로 6조대 자금조달 난항"호소
실패땐 모두가 피해…
잔금기한 재조정등 상생지혜 절실
올해 재계의 '핫이슈'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막판에 표류하고 있다. 자칫하면 좌초할 분위기다.
대우조선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인 한화는 세계 금융 위기로 자금줄이 얼어붙으면서 지난 11월 산업은행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내년 3월말까지 완납해야 하는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MOU에 따라 대금이 완납되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편으로 선협상ㆍ후실사 방침을 내건 대우조선 노조의 저지 탓에 인수ㆍ합병(M & A)의 가장 중요한 작업인 실사는 아직 이뤄지지도 않았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본계약을 6일 앞둔 지난 23일 산업은행과 한화, 대우조선 노조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건물에서 처음으로 3자 대면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협상 자체가 파기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대우조선 매각 작업이 참여자 모두 패자가 되는 파국으로 끝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다보면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 속에서 급변한 대우조선 매각 상황=금융 시장 경색으로 한화측은 지난 9월 대우조선 예비입찰 참가 당시 제출한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 계획서는 현재 상황에선 이행 불가능으로 판정했다. 외국에서 단기 자금을 끌어들여 오는 29일 본입찰에 납입할 3000억원 등을 마련코자 했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해졌다.
한화측은 23일 산은에 본계약 시기, 인수대금 최종 납부시기 등 주요 조항을 재조정해줄 것을 23일 3자 회동에서 요구했다. 산은은 그러나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본계약을 앞두고 잔금납부일을 연기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기존에 고수해 온 ▷인적구조조정 반대 및 노동조합ㆍ단협승계 등 고용보장 ▷종업원 보상 ▷일정기간 주요자산 처분금지 등 회사발전에 관한 사항 ▷투기자본으로의 매각 금지 등 기타 매매에 대한 사항으로 압축되는 4가지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매각 실패 때에는 모두가 '패자'=한화가 현금으로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은 지난해 그룹 전체 순이익 1조원의 30%에 달하는 액수다. 만약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한다면 이행보증금을 잃는 것을 비롯, 대우조선을 중심축에 놓고 짠 미래 경영 계획을 모두 새로 짜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산업은행도 상처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경기 불황, 특히 조선업 경기가 향후 4~5년간은 침체에 빠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화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되고 새로 매각절차를 밟았을 경우 한화가 쓴 것으로 알려진 6조원 중반대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주당 5만원을 넘었던 대우조선의 주가는 24일 현재 1만8000원대로 내려앉았다. 또 매각이 지연되고 무효화된다면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차기 매물을 매각하는 데도 지장을 받을 뿐더러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배치된다는 부담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대우조선이다.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한화로의) 매각작업이 늦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ㆍ인사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해외 수주 등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매각작업이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윈-윈 하려면 '솔로몬의 지혜' 필요해=M & A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한국 경제에서 세계 3위의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금 납부 기한 유예 및 벌칙성 금리 부과 ▷산업은행이 풋옵션을 갖고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 ▷ 산업은행 보유 지분의 분할 매각 등이 최근 거론되고 있는 방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러나 이 같은 방안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주식을 1만5000원대에 매입했으므로 6만원대에 풋옵션을 갖는다면 매각을 깨지 않고 실리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기업의 매각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M & A 전문가는 "공개 매각의 경우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산업은행이 금융 위기 및 사안의 중요성을 판단해 때 자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 외의 방안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상현ㆍ이문환ㆍ서은정 기자/mh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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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땐 모두가 피해…
잔금기한 재조정등 상생지혜 절실
올해 재계의 '핫이슈'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막판에 표류하고 있다. 자칫하면 좌초할 분위기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본계약을 6일 앞둔 지난 23일 산업은행과 한화, 대우조선 노조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건물에서 처음으로 3자 대면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협상 자체가 파기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대우조선 매각 작업이 참여자 모두 패자가 되는 파국으로 끝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다보면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 속에서 급변한 대우조선 매각 상황=금융 시장 경색으로 한화측은 지난 9월 대우조선 예비입찰 참가 당시 제출한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 계획서는 현재 상황에선 이행 불가능으로 판정했다. 외국에서 단기 자금을 끌어들여 오는 29일 본입찰에 납입할 3000억원 등을 마련코자 했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해졌다.
한화측은 23일 산은에 본계약 시기, 인수대금 최종 납부시기 등 주요 조항을 재조정해줄 것을 23일 3자 회동에서 요구했다. 산은은 그러나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본계약을 앞두고 잔금납부일을 연기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기존에 고수해 온 ▷인적구조조정 반대 및 노동조합ㆍ단협승계 등 고용보장 ▷종업원 보상 ▷일정기간 주요자산 처분금지 등 회사발전에 관한 사항 ▷투기자본으로의 매각 금지 등 기타 매매에 대한 사항으로 압축되는 4가지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매각 실패 때에는 모두가 '패자'=한화가 현금으로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은 지난해 그룹 전체 순이익 1조원의 30%에 달하는 액수다. 만약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한다면 이행보증금을 잃는 것을 비롯, 대우조선을 중심축에 놓고 짠 미래 경영 계획을 모두 새로 짜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산업은행도 상처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경기 불황, 특히 조선업 경기가 향후 4~5년간은 침체에 빠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화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되고 새로 매각절차를 밟았을 경우 한화가 쓴 것으로 알려진 6조원 중반대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주당 5만원을 넘었던 대우조선의 주가는 24일 현재 1만8000원대로 내려앉았다. 또 매각이 지연되고 무효화된다면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차기 매물을 매각하는 데도 지장을 받을 뿐더러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배치된다는 부담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대우조선이다.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한화로의) 매각작업이 늦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ㆍ인사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해외 수주 등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매각작업이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윈-윈 하려면 '솔로몬의 지혜' 필요해=M & A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한국 경제에서 세계 3위의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금 납부 기한 유예 및 벌칙성 금리 부과 ▷산업은행이 풋옵션을 갖고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 ▷ 산업은행 보유 지분의 분할 매각 등이 최근 거론되고 있는 방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러나 이 같은 방안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주식을 1만5000원대에 매입했으므로 6만원대에 풋옵션을 갖는다면 매각을 깨지 않고 실리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기업의 매각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M & A 전문가는 "공개 매각의 경우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산업은행이 금융 위기 및 사안의 중요성을 판단해 때 자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 외의 방안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상현ㆍ이문환ㆍ서은정 기자/mh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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