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중국 사업 자료

SK네트웍스의 중국 공략

화이트보스 2008. 12. 28. 19:47

SK네트웍스의 중국 공략

카센터·복합터미널·휴대폰… 생활을 파고들다
중국인도 마음 열고 “OK! SK!”
SK그룹은 수년 전부터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적극 공략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에 ‘제2의 SK’를 세우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바탕에 깔려 있다. SK네트웍스는 그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속의 한국 기업을 찾기 위해 지난 11월 25일 밤에 방문한 상하이(上海)의 스피드메이트 은도점은 야간정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외국이라서 그런지 눈에 띄는 ‘SK’ 간판이 반갑다. 한쪽엔 새 차인 듯 말끔하게 정비된 차량 서너 대가 서있고, 맞은편에선 고장난 승용차 한 대의 보닛을 연 중국 수리공 두 명의 점검이 한창이다. 30여분 후 배선계통 정비와 함께 차량은 힘찬 엔진 소리를 냈고 차를 맡긴 고객 차오쭝썽(喬宗勝·46)씨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다. 그는 “이곳은 수리시간이 적게 걸린다. 또 다른 카센터는 오후 5~6시면 문을 닫는데 이곳은 밤 9시에도 해서 퇴근길에 들렀다”고 말했다. 2005년 중국 자동차 정비용 장비생산업체인 위엔정(元征)과의 합자로 이곳에 중국 1호점을 연 스피드메이트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중국 현지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SK네트웍스의 자동차 경정비 브랜드 스피드메이트는 현재 상하이 지역에서 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DBM(데이터베이스마케팅)과 CRM(고객관계관리) 등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는 선진 마케팅 기업이 중국인을 사로잡았다는 의견. 이러한 역량에 힘입어 최근엔 중국 전역에 3만여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 최대 정유사인 시노펙(Sinopec·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SK네트웍스는 톈진을 비롯해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주요 거점의 시노펙 주유소 내에 스피드메이트 매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 중국 선양의 SK네트웍스 가스 충전소 / SK네트웍스의 중국 휴대폰 매장
SK네트웍스 상하이위엔정 SK기차복무유한공사 이태환 총경리는 “시노텍과의 제휴를 통해 향후 중국에서 자동차 관련 종합서비스회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버스터미널 225억 투자 막바지 공사 한창
교통·쇼핑·생활공간 묶은 최대 상권 기대


다음날인 26일 아침 중국 선양(瀋陽)시 중심가에 위치한 상가·오피스 복합 버스터미널 공사 현장. 매서운 바람과 뿌연 연기 사이로 보이는 웅장한 크기의 건물 주변엔 건설기구의 굉음과 중국 인부들의 시끌벅적한 음성이 가득했다. 알아들을 만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SK네트웍스’ 마크가 붙은 공사모를 쓴 한국인 몇 명이 열띤 회의를 벌이는 중이다. SK네트웍스가 이곳에서도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5월 1억8700만위안(당시 환율로 약 225억원)을 투자, ‘선양SK버스터미널(瀋陽SK汽車客運站)’로 이름 붙인 고층 복합 버스터미널에 대한 70%의 지분을 확보하고 건설에서부터 사업운영에 이르는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이 건물은 중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센트럴시티’식 버스터미널로 상가(1~4층), 오피스(5~24층)가 하나로 이어진 원스톱 교통·쇼핑·생활 공간의 구조로 건축됐다. 지상 24층 지하 2층 연면적 약 8만㎡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하는 선양SK버스터미널 공사는 이제 막바지에 이른 상태. 벌써부터 중국 내외에선 동북 3성의 핵심도시인 선양시의 랜드마크로 여기고 있다. SK네트웍스로선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는 동시에 중국 현지의 유통·물류사업 전개를 위한 기반을 확고히 마련한 셈이다. SK네트웍스 중국투자유한공사 박신호 대표는 “이 건물이 위치한 타이웨엔가 지역은 향후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전철이 연계된 선양시 최대 상권으로 부상할 곳”이라며 “상가·오피스 분양과 터미널 운영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매장은 2년 안돼 100호점 오픈
“5조원 가치” 유력 광산기업 지분도 인수


선양 복합버스터미널 건축현장 인근에 위치해 있는 휴대폰 매장 ‘SK슈상(數尙)’ 선양점 중 한 곳을 찾았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중국인 점원. 세련된 인테리어의 매장 안으로 휴대폰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한 셀프체험공간, 대기 고객을 위한 게임공간 등이 눈에 띄었다. 벨소리를 비롯한 콘텐츠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SK네트웍스의 중국 현지 휴대폰 유통매장인 SK슈상은 이 같은 고객 서비스를 기반으로 지난 8월 100호점을 오픈했다. 2006년 9월 선양시에 1호점을 연 이래 불과 1년10개월 만에 이뤄낸 것. 그 기간 동안 유통거점을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확장했음은 물론이다. 기존 중국 휴대폰 유통업체들이 판매 확대에만 치중해 고객서비스와 AS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반면, SK네트웍스는 국내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축적해 온 고객응대·AS·CS(고객서비스) 등을 중국에서도 시행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의 중국시장 진출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속 제 2의 SK네트웍스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2005년 중국지주회사를 설립한 이후 패션, 에너지 유통,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현지화에 성공했다. 아이겐포스트(eigenpost) 매장 운영 및 리처드 최(Richard Chai) 투자 등이 이어졌으며 2006년부턴 포스코와 합작한 중국 핑후 지역을 비롯, 동관과 장가항에 코일센터를 여는 등 화학·철강 생산 분야의 현지화에도 성공했다. 이와 함께 중국 압록강변 현대화와 같은 부동산 사업도 한창이다.

SK네트웍스는 올 들어 중국에서 또 한 건의 놀라운 성과를 터뜨렸다.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광산기업인 북방동업의 지분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국내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금속복합기업의 지분 인수사업 가운데 최대규모의 투자사업으로 이를 통해 SK네트웍스는 약 5조원에 이르는 자원가치를 확보했다. 함기수 자원에너지본부장은 “투자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전문 인력육성을 통해 2012년 비석유 자원개발 분야 세계 50대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협상테이블 ‘情’으로 공략해 성공 이끌어
불어터진 국수 먹는 모습에 경계심 풀기도


외국 기업의 진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SK네트웍스는 ‘우리나라만큼 중국 문화에 친숙함을 가지는 나라는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중국 현지에서 북방동업 지분인수를 주도했던 SK네트웍스 중국본부장 박성문 상무는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2005년 처음 중조산그룹(북방동업 대주주)과의 만남이 있었던 날 박 상무와 일행 1명은 밤 늦게야 산시성 현지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 도착한 손님들에게 딱히 접대할 게 없어 난감해하던 북방동업 관계자들. “요기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박 상무의 말에 나온 음식이 다 식어서 불어버린 산시면(山西麵)이었다. 중국 측 인사들은 쩝쩝 소리를 내가며 가뿐히 그릇을 비워버린 두 사람을 보며 경계의 눈빛을 풀었다. 그 후 순풍에 돛 단 듯이 합작 협상이 이어졌다.

문화적 특성을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 진출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했다는 점도 SK네트웍스가 꼽는 성공요인 중 하나다. SK네트웍스는 무역 부문의 수출입 업무를 통해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정보를 수집했으며 경영지원 부문은 맨몸으로 부딪치며 중국의 법률·회계지식을 축적했다. 2005년 이후 정보통신, 에너지, 프레스티지 부문별로 중국 내수 시장에 진입하며 중앙 및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지속 개선, SK네트웍스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들어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선양SK버스터미널 건설이 없었으면 북방동업 지분 투자도 이뤄질 수 없었단 얘기다. 현재 중국에 위치한 SK네트웍스의 거점은 28개의 법인과 9개의 본부 및 지사. SK네트웍스는 정보통신·에너지·무역 전 영역에 걸친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수행하며 ‘중국 속 제2의 SK네트웍스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