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산업스파이 대비해야
- ▲ 김승규 前국가정보원장
과거에 정보기관에서 했던 불법적인 감청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05년 8월 5일 국정원은 과거 불법감청에 대해 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이는 다시는 불법감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당시 국정원은 통비법에 따라 국회에 감청장비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에 보유했던 모든 불법감청에 쓰일 수 있는 장비들을 모두 2002년 3월 용광로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리고 국회에 더 이상의 불법감청을 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당시 17대 국회의 여야 의원들은 십여 개 통비법 개정안을 잇따라 국회에 제출했고, 여야가 합의하여 최종안을 만들었으나 정치적 상황에 밀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2002년 3월 이후 수사·정보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 감청장비는 이제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지시나 명령에 의해 과거와 같은 감청장비를 만들지도 사용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수사·정보기관을 감청할 수 없도록 해놓고, 날로 흉악해지고 있는 유괴·납치 등 민생치안은 물론 테러·산업스파이 등 국익과 국가안보 위해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는 수사·정보기관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즉 투명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인 감청이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시급히 보완해 주어야 한다.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선진국들은 1990년대에 통신환경의 변화와 정보환경의 급변에 대비하여 수사·정보기관의 합법적인 감청을 보장해 주기 위해 통신업체로 하여금 감청에 필요한 장비 등 협조설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통비법 개정안은 제17대 국회 때 여야가 합의하여 만든 법사위 통합대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과거와 같이 수사·정보기관이 독자적으로 감청장비를 운영하게 되면 불법감청을 자행할 우려가 다시 생길 수 있으므로 통신업체에 감청에 필요한 협조설비를 구비토록 한 후 통신업체의 협조를 통해서만 감청을 수행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토록 하였다. 또한 통신업체에 의한 오·남용 방지를 위해 모든 감청협조설비의 사용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관토록 하고 인가받지 않은 사람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까지 법에 명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불법 감청을 한 국가기관 또는 통신업체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의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오·남용 방지대책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조항이 있는데도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는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감청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신감을 볼모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기관의 정상적 활동마저 위축시키려 하는 것은 민주사회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중범죄는 물론 테러의 위협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서는 수사·정보기관에 합법감청이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장(戰場)에서 국익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군인에게 정녕 총은 주지 않고 계속 싸우라고 독려만 할 것인가?
입력 : 2008.12.28 22:56 / 수정 : 2008.12.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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