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무자년을 보내며 |
입력시간 : 2008. 12.30. 00:00 |
2008년 무자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이같은 세태를 함축하듯 얼마전 ‘교수신문’이 ‘護疾忌醫(호질기의)’를 올해의 한자성어로 내놓았다. 그 뜻을 그대로 풀자면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말이다. 즉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함’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2008년 한국사회를 이 보다 정확하게 나타내는 사자성어가 있을까 싶다.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잘 알다시피 ‘호질기의’는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가 ‘통서’에서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며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병을 감싸 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 라고 말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올해를 돌이켜보면, 정치와 경제적으로 참 어려운 한해를 보냈으면서도 정치권은 국민의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부족했다. 문제가 더 커지기전에 얼른 귀를 열고 국민과 전문가들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했는데, 그렇질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올해의 ‘호질기의’가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국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예상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같은 사자성어가 나와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는 무자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 시간 앞에 서 있다. 올 한해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일랑 훌훌 털어내고, 몇 시간 남지않은 무자년을 뜻있게 갈무리하자.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수도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혹여 자신이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대못으로 박히지나 않았는지 반추해 볼 일이다. 만약 그러한 사례가 있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와 용서를 구하자. 그것이 사람사는 진정한 모습이며, 우리 사회를 추동하는 동력이다. 한해동안 열심히 뛰어온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지역 정론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남도일보에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보내준 독자 제위께도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