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8>통상·자원외교로 살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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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 EU FTA 지렛대 삼아 한미 FTA 비준 자극
G20 공동의장국 지위 활용 유리한 이슈 선점을”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난해 말 결렬됐다. 한국이 각국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최근 들어 잇따라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각국에서 자국(自國)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무역액)가 70%를 넘는 한국으로서는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수출 영토’를 넓혀야 하는 과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빈약한 내수시장 탓에 무역이 없으면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2009년은 한국의 통상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한국은 주요 20개국 모임인 G20 공동의장국이자 한중일 3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참여하는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 공동의장국이라는 책임까지 졌다.
한국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국제사회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려면 국제 통상 전략을 좀 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높아지는 보호무역 장벽
글로벌 경기침체는 한국 경제에 외환위기 때 못지않은 고통을 주고 있다.
경기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마저 빠르게 위축되는 실정이다. 한국의 수출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여파로 강화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한국 수출의 기반을 뒤흔들 새로운 위협요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내놓을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미국 철강업계는 벌써부터 ‘경제회생 프로그램 중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미국산 철강제품만 써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KOTRA의 ‘2008년 수입규제 동향과 2009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자동차 관련 환경 규제와 철강제품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최저수입가 제도를 확대하고 있으며, 터키도 최근 통관조건을 까다롭게 바꿨다.
○ “공격적 FTA 전략 펼쳐야”
한미 FTA를 한국 국회가 조기에 비준동의해 미국 의회의 비준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FTA는 배구 경기의 ‘속공’에 비유된다. 경제규모가 큰 나라와 먼저 FTA를 맺을수록 시장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은 한국의 2대 수출 시장.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71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판매를 늘린다면 글로벌 불황의 파고를 한결 수월하게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여야가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이른 시일 안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협의 처리’하기로 했지만 실제 비준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한미 FTA는 뒤편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통상 전문가들은 거대 경제권인 EU와의 FTA 협상이 한미 FTA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U와의 FTA가 성사되면 미국 정부와 의회도 한미 FTA 비준을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는 내년 1월 발효를 목표로 한-EU FTA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 원장은 “한-EU FTA를 지렛대 삼아 한미 FTA 비준을 자극하는 한편 교착상태에 빠진 나머지 FTA 협상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G20의 어젠다를 선점하라”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노력 강화 △금융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규제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보호무역주의 거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회의에서 한국은 G20 정상회의 공동의장국이 됐다. 이에 따라 각국이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하고, 4월 열릴 2차 정상회의에 보고할 금융시장 개혁 세부 실천방안을 작성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G20 의장국 선임을 계기로 선진국과 신흥개발국의 의견 차를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한국의 국익(國益)에 부합되는 이슈를 선점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정인교(경제학과) 교수는 “G20 공동의장국으로 선출되면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며 “각국 의견을 조율하고 교류를 늘리는 한편 답보 상태에 빠진 DDA와 FTA를 재추진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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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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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줄게, 자원 다오’ ▼
日- 中등 에너지 확보 발빠른 행보
한국, 패키지 딜 - 자원외교 강화를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니켈 생산회사인 진촨(金川)은 호주의 니켈 생산업체 알비돈의 지분 18%를 인수했다. 12월에는 중국 3대 아연 생산기업인 중진(中金)이 호주의 아연 채굴업체 페릴야 지분 50.1%를 3200만 달러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해양 에너지 광물자원 개발계획’ 초안을 마련해 해저자원 확보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지난해 7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던 원자재 가격은 세계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말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자원을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자원 부존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국의 성장이 계속되면 원자재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자원 빈국인 일본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지금을 자원개발의 적기(適期)로 보고 ‘해외자원 사냥’에 나서고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이들의 무기다.
에너지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자체 생산량 대비 소비량)은 5.7%, 유연탄 철 구리 아연 니켈 우라늄 등 6대 전략 광물의 자주개발률은 2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국내 물가가 치솟고 경상수지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부터 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 에너지·자원기업의 인수합병(M&A)과 생산광구 인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이 에너지 자립의 꿈을 실현하려면 ‘정상급 자원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자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몇 년간 막대한 돈을 투입해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도 중국 정부 수뇌부가 한 번 방문하고 나면 물거품이 되는 일이 다반사”라며 “우리도 자원 확보를 위한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자원 확보를 연계한 ‘패키지 딜’ 모델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경제발전은 더딘 국가를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하거나 경제개발 경험을 전수해 원자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
최근 지식경제부가 주력 수출상품인 해상 원유생산설비(FPSO)와 자원 확보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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