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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논할거면 의원 그만두라" 국민들, 민주당 골프외유에 분통

화이트보스 2009. 1. 13. 11:05

사생활 논할거면 의원 그만두라" 국민들, 민주당 골프외유에 분통
해당 의원들 서둘러 귀국… 반성 없이 '합리화' 급급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민주당은 당 소속 의원 9명의 해외 골프여행 파문과 관련, 12일 원혜영 원내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관련 의원 중 4명이 새벽에 급히 귀국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귀국한 의원들은 "개인 일정으로 나간 것" "워크숍을 하러 간 것" 등 제각기 보도 내용과 다른 해명만 하고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아 화난 민심에 또다시 기름을 붓고 있다. '폭력국회'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도 동료 의원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를 다시 열고 외유에 이어 해외 골프여행까지 하고는 반성의 기미는 없이 자기 합리화에만 급급한 것이다.

4명 귀국, "개인 일정" 등 합리화 급급

해외 골프여행을 나갔던 9명의 의원 중 박기춘(경기 남양주을·국토해양위) 박영선(서울 구로을·법사위) 우윤근(전남 광양·법사위) 전병헌(서울 동작갑·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의원 등 4명은 상임위 회의에 참석한다며 이날 새벽 급히 귀국했다. 그러나 국회 운영위 소속 양승조 의원(충남 천안갑)은 귀국하지 않아 국회법 개정안 등을 논의할 법안 소위에 불참했다. 양 의원과 이강래(전북 남원·순창) 최규식(서울 강북을) 노영민(충북 청주흥덕을)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 등 5명은 화요일인 13일 새벽 항공편으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귀국한 의원들은 공식적인 경위 설명이나 사과는 없이 저마다 "업무에 지장이 없는 개인 일정" 등의 이유를 대며 억울하다고만 했다. 이들은 "박영선 의원 남편의 생일이어서 축하 파티를 했다" "재선 의원끼리 당내 진로와 관련한 워크숍을 했다" "골프는 일부 의원만 나가 한두 번밖에 안 쳤다"고 했다. 그러나 누가 라운딩을 했고 누구는 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않고 흐렸다. 이들 의원들은 자신들이 묵었던 휴양시설은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5성급 호텔이 함께 있는 고급 휴양시설'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숙소는 1인당 숙식비가 3만5000원 정도로 여인숙보다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술 더 떠 "정권이 항공사와 국정원 등을 통해 야당 의원들의 사적인 동선을 체크했다"는 '야당 탄압론'까지 제기했다. 온 국민이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해외 골프여행을 한 데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이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자기 변명에만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귀국한 의원 중 한 사람이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국민 정서도 고려해야 했다"고 자성한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민주당은 여론이 심상치 않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지난번 여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막은 것에 대한 자축 분위기가 지나쳐 긴장을 잃었던 것 같다" "조금 회복되던 지지율을 다 까먹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의원들은 "의원들의 사적 활동에 대해 공식 대응할 필요 있느냐" "여기서 꺾이면 정권의 2월 입법 추진에 휘말리게 된다"는 주장을 폈다.

"정신 나갔나" 비난 거세져

이날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매일 싸우다 그 틈새에 해외 골프까지 가냐" "서민들은 어려운데 달러 쓰면서 놀다니…" "자비로 주말에 여행한 것은 괜찮다는 '개인의 자유' 논할 거면 국회의원 그만두라"는 글이 수백 건 올랐다. 지지자라고 밝힌 이들조차 "벌써 승리감에 도취됐나" "며칠 밤 새우며 본회의장에서 투쟁한 명분이 어디로 가겠냐"며 질책했다.

다른 정당들도 비난 공세를 강화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못사는 사람들의 정당이라더니 생일 파티 한다며 방콕까지 가서 골프치고…"라고 했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법에 앞서 염치와 분별의 문제다. 18대 국회에서 정풍운동, 도덕 재무장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09.01.13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