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치료 병실 태부족
‘요오드병실’ 전국 32개병원에 63개뿐
환자들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대기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이지혜 기자 wise@chosun.com
입력 : 2007.09.17 00:13
지난 8월 김모(여·47)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집도 의사는 암세포가 주변 림프절에도 전이됐으니 남아 있는 갑상선 조직을 모조리 없애는 갑상선 요오드 치료를 3개월 안에 받으라고 했다. 치료 예약을 잡으려고 병원을 방문한 김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병원 직원으로부터 요오드 치료 병실이 없어서 내년 7월 말에나 치료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11개월을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전국 병원에 갑상선암 치료 병실이 턱없이 부족해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본지 의료팀이 서울시내 주요 대학병원에 전화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자들의 대기 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 후 2~3개월 안에 반드시 갑상선 요오드(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남아 있는 갑상선 조직을 제거해 암이 재발할 불씨를 없애고 다른 곳으로 전이된 암을 소탕하기 위해서다. 갑상선 요오드 치료는 방사선(放射線)이 방출되는 요오드 약물을 환자가 먹으면 약물이 피를 타고 온몸에 남아 있는 갑상선 세포에 달라붙어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환자 몸에서 고(高)농도의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납으로 밀폐된 특수 병실에 2~4일 입원해야 한다.
문제는 밀폐 병실을 만드는 데 약 4억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들기 때문에 한 병원이 1~3개 정도만 운영하는 데 있다. 이 병실은 화장실과 지하 정화조까지의 모든 통로를 납으로 막는 특수 설비도 갖춰야 한다. 환자의 분변이나 소변에서도 방사선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원무과장은 “환자가 ‘독방(1인실)’을 쓰지만 국민건강보험 규정상 병실료는 6인실 기준으로 받게 돼 병실당 하루 최소 15만원씩 손해를 본다”며 “요오드 치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말했다. 요오드 치료 병실은 현재 전국 32개 병원에 63개만 있다.
국립서울대병원조차 갑상선암 치료 병실은 하나뿐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에서는 한 달 평균 100건 이상의 갑상선암 수술이 이뤄지지만, 갑상선 요오드 치료는 한 달에 20건을 넘지 못한다. 서울시내 모든 주요 종합병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갑상선암 환자들은 자신이 수술받은 병원에서 적절한 때에 요오드 치료를 받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반면 갑상선암 환자는 최근 대폭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2년에는 5041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했으나. 2005년엔 1만1157명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갑상선암 수술도 2002년 4602건이던 것이 2006년에는 1만4851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요오드 치료 환자’는 쏟아지고 병실은 태부족인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요오드 치료 적체 환자는 3147명이다(대한핵의학회 조사).
이런 상황 때문에 갑상선암 환자 환우회인 ‘나비의 꿈’측은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 밀폐 병실을 늘려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팀 박인석 팀장은 “모든 질병에 대한 진찰료와 입원료에 대한 재평가가 내년 상반기에 끝나면 요오드 치료 병실료를 올릴 수 있을지도 결정된다”고 말했다. 갑상선 요오드 치료가 다른 치료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의료 수가가 낮게 책정됐다고 판단돼야만 수가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핵의학회 김성훈(가톨릭의대 교수) 이사장은 “갑상선암이 비록 재발이 적은 암이라고는 하지만 치료받는 시기가 늦어지면 환자는 불안에 떨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밀폐 병실의 시설비나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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