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가다]길에 대한 짧은 명상
그길에 눈 내리고 궂은 비 뿌렸다. 때론 발 푸는 곳이 아득한 절벽일 때도 있었다.
그 길엔 철쭉, 함박, 쥐오줌풀, 솜다리, 미나리아재비, 산벚…, 길섶에 자리한 온갖 꽃들이 몸을 한 쪽으로 살짝 비켜 길에게 길을 내주고 있었다.
그 길위에 핀 봄꽃은 한결같이 은은했으며, 겨울 문턱에서 속살을 드러낸 것들 또한 모두 아름다웠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선 앞사람의 실루엣도 길이었다. 고단함이 밴 앞사람의 어슴푸레한 발자국이 일행을 이끌었다.
낙엽 수북한 내리막에선 미끄러지지 않게 손을 내밀어 주던 여린 나뭇가지가 길잡이가 되기도 했다.
무더운 날, 비오듯 쏟아져 내리던 땀방울들도 몸의 길을 통해 세상으로 나왔다.
길은 그렇게 지리산에서 소백산을 잇고, 다시 태백을 들러 백두로 몸을 틀었다.
대한민국의 등뼈, 백두대간은 실핏줄 같은 길의 연속이었다.
대간길은 흰옷의 어머니를 키웠고, 솜털 가득한 오누이의 생명을 다독였다.
그 길을 오르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으며, 민족의 혼을 느낀다’면 그리 큰 허풍은 아닐 것이다.
오광록 기자 kroh@namd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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