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核과학이 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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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류의 핵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깊이 파고들어와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의 특성을 이용한 핵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환부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첨단 의료영상 장비로 많이 사용된다. 핵붕괴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는 암세포를 파괴하여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매우 요긴하다.
특히 최근에는 중이온 가속기를 이용하여 주변의 정상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인체 내에 깊숙이 위치한 암세포만 파괴하는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악성 종양치료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또 핵 가속기를 이용할 경우 1조 분의 1m 이하 크기의 미세 구조물 가공이 가능하므로 차세대 반도체 공정 및 광집적회로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석연료 및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 개발과 함께 핵폐기물의 처리방법을 찾아내는 일 또한 핵 과학 분야에서 담당해야 할 몫이다.
방사선 기술로 대표되는 핵 과학 시장의 특징은 선진국일수록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장규모가 커진다는 점과 원자력 발전 대비 비(非)발전 방사선 기술시장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최근에 수행된 정책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은 GDP 대비 전체 방사선 시장규모가 150%에 이른다. 일본도 100%에 가까운데 우리나라는 겨우 3%에 불과하다. 또 미국은 원자력 발전 대비 비발전 분야의 방사선 기술시장 규모가 약 400%이고 일본이 150%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할 경우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 방사선 분야의 시장규모가 현재의 수십 배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함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는 1970년대에 섬유산업이, 1980, 90년대에 가전과 자동차, 철강이 주축을 이루었고 현재는 반도체와 정보통신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미국과 일본의 예에서 보았듯이 핵 과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선진국의 핵 이용 기술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여러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래전 부터 이 분야의 다양한 응용성에 주목하여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갖추고 연구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핵 이용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1989년에 란저우 핵과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중이온 가속기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도는 가변에너지 사이클로트론센터 및 바바 원자핵 연구센터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노력이 미미했다. 현재 우리 경제규모는 GDP를 기준으로 세계 13위인데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앞서는 국가 중 핵과학 관련 가속기 및 기초연구소를 갖지 않은 나라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정부가 구상 중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칭)에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고 중이온 가속기를 건설한다는 최근 발표는 미래를 위해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홍병식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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