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이색마을]440년 이어온 대동계, 공동체로 한마음
[전라도이색마을]<27> 영암 군서면 구림
향약의‘4대 덕목’지역실정 맞게 꾸려
재산관리 투명성 확보위해 소회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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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햇살이 노거수들의 푸른 잎사귀에 부딪쳤다. 잘게 부서졌다. 바람이 이를 흐트렸다. 고목과 고택, 새롭게 지어진 건축물들 사이사이로 흩어졌다. 마을 나들목의 고샅들이 가지런하다. 들어섰다. 웬만한 첨단 건물이나 계획도시보다 정갈하다. 아침저녁으로 일꾼들을 동원, 빗자루질을 쉼없이 하면 이 정도 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고목의 키가 어지간하다. 녹음의 깊이도 예사롭지 않다. 한수 시를 읊어도 ‘시원찮다 하지마라’할 이가 없을 지경이다. 사뿐히 걸었다. 발걸음이 그렇다기보다 길이 발걸음을 그렇게 움직이게 했다.
소란스럽거나 번잡하지 않은 기품이 사방에서 풍겼다.
#그림1중앙#
천년, 그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전남 영암 군서면 구림.
마을이 생긴 이래 수많은 문객과 명승, 문화유산, 역사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갖고 있어 호남의 명촌을 넘어서 우리나라 3대 명촌이라 불린다.
이를 모두 건사하기란 지면이 좁고, 쓰는 이의 힘이 너무 미약하다.
400년 넘게 이어온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전통부분인 계(契)만을 짚어보기로 했다. 조금 더 지나 무언가 쌓이면 다시 한번 찾을 것을 다짐했다.
구림 대동계는 1565년(조선시대 명종 20년)부터 시작됐다. 내용은 향약에서 비롯됐다. 화민성속(化民成俗·백성을 교화해 아름다운 풍속을 만든다)을 목적으로 지역실정에 맞게 꾸렸다. 구림 대동계는 부침은 있었으나 계가 만들어진후 현재까지 440여년동안 운영돼온 유일한 계이다.
#그림2중앙#
대동계에는 동장 1명을 비롯해 부동장 2명, 계수 1명, 공사원 1명, 유사 2명이 핵심 구성원이다. 집회는 춘추강신(정기총회)이 있고 정월에 예회, 6월에 별회, 7월에 자복, 10월에 제석 등의 임시회의가 주요 일정이다.
특히 재산을 관리하는 제도가 있어 문서사정과 대차금 정산 등의 소회의를 뒀으며 유사 교체때는 사정위원을 별도로 선출하고 회계문서 사정때 유사의 입회를 금지했다. 의문점이 있으면 유사가 해명하기위해서만 입실할수 있다.
실제, 유사를 잘 치르지 못한 계원은 자기 소유 논밭을 팔아 변상하는 예가 있었을 정도로 엄격했다. 이같은 원칙이 있어 400여년동안 성쇠와 기복은 있었으나 지금까지 계가 온전히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동계에 입회하고자 하는 이는 구림을 중심으로 20리 안에 거주하면서 덕망이 있어야 한다. 20리 규정은 대동계에 공이 많았던 조행립이 미암면 선황리이고 임호의 후손이 서호면 청용리, 현건의 자손이 학산면 광암리에 거주함에 따라 편의상 설정됐다고 보면 될성싶다.
또 입계원서를 낸 후보는 흑과 백의 바둑알 무기명 투표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예납금을 완납해야 비로소 계원명부에 등재됐다. 이같은 과정이 400여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대동계의 민주주의 원책을 새삼 일깨워준다.
#그림3오른쪽#
반면 대동계가 구림을 비롯한 인근 마을 미풍양속의 전통을 보듬어 오고 있음에도 급속도로 변화해가는 시대에 적극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대동계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큰 명제에 어떻게 보탬을 줄 수 있을까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구림대동계에는 낭주 최씨와 함양 박씨, 해주 최씨, 창녕 조씨, 함평 이씨, 전주 이씨. 선산 임씨, 연주 현씨, 천안 전씨, 청주 곽씨, 통천 최씨 등이 계원으로 등재돼 있다.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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