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요격은 자신있고 '요격후(後)'는 자신없는 '미(美)의 딜레마'

화이트보스 2009. 2. 28. 23:15

요격은 자신있고 '요격후(後)'는 자신없는 '미(美)의 딜레마'
● '北미사일 요격' 3차례 실험… 美, 정말 쏠까?
미사일 1기당 5발씩 요격… 美 "자신 있다"
"美·동맹국 보호위해 MD체제 활용" 강경론
"北에 핵무장 구실 줘 6자회담 중단" 신중론도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워싱턴=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미군이 작년 12월5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가정해 지상배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
북한이 대포동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미국이 이를 요격하는 시나리오가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 미 국방부는 15일 의회 증언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비해 세 차례 요격실험을 실시했으며,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격 이후의 북한측이 취할 수 있는 6자회담 탈퇴, 적대행위 강화 등과 같은 반응을 고려해 북한 미사일 요격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세 차례 북 미사일 요격실험 실시"

미 국방부의 패트릭 오라일리(O'Reilly) 미사일방어국 국장은 25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비록 제한적이고 초보적이기는 하나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알래스카에서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세 차례 요격실험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오라일리 국장은 미국이 요격미사일 수(數)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상당수의 요격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해 요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훈련을 통해 현재의 미사일 방어(MD)체제로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격실험은 통상 적(敵)의 미사일 1기에 5기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화당의 마이클 터너(Turner) 하원 의원은 MD체제 구축을 격려하며 "북한이 만약 오늘 대포동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안보 전문가를 중심으로 신중론이 제기된다. 워싱턴 포스트도 미국의 북한 미사일 요격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다니엘 핑크스톤(Pinkston)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면 북한은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을 드러낸 것인데, 왜 우리가 비핵화를 해야 하느냐'고 말할 것"이라며 6자회담을 중단하는 구실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Klingner) 선임 연구원도 북 미사일이 미국이나 동맹국들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 미사일의 요격 방정식

북한의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공식 발표는 '요격'을 공언해온 미국의 대응 방정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위성 파괴'로 인해 주권 침해라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이 발사체가 미사일로 판명되는 시점 이후에야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발사체가 최대 사정거리인 6700km를 날아가 미국 알래스카 인근에 떨어지는 미사일이라면 기술적으로 미국의 요격은 3단계로 이뤄질 수 있다.

우선 대포동2호가 발사 직후 날아 올라가는 상승 단계에서 동해상이나 일본 근해에 배치된 미국 이지스함들의 SM-3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이다. SM-3는 최대 500km 고도까지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2단계는 대포동2호가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 공간까지 날아 올라갔다가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떨어지는 중간 단계. 이때에는 알래스카주의 포트 그릴리기지에 배치된 지상요격미사일(GBI)을 사용한다. GBI는 2500km 고도까지 날아간다. 마지막 3단계는 대포동2호가 알래스카에 근접할 경우 알래스카 인근에 배치된 이지스함들이 다시 SM-3를 발사하는 것이다.

또 위성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중간 단계에서 일본과 알래스카에 배치된 탐지거리 5000km의 X밴드 레이더 등으로 북한이 쏜 것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중간 단계에서부터 알래스카의 GBI나 주변 이지스함의 SM-3로 요격할 수 있게 된다.

대포동2호 탄두(彈頭)가 알래스카의 내륙이나 알래스카주 아주 가까이 떨어진다면 일종의 전쟁 도발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 스스로 이런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최대 사정거리보다 짧은 3000~4000km 정도만 날아가도록 해 북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지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럴 경우 대포동2호 탄두가 GBI나 SM-3의 사정권 밖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실제로 요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또 미국으로선 요격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경우의 '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MD 계획 자체에 거센 비판이 일게 된다.
▲ 그래픽=신용선기자 ysshin@chosun.com
▲ 그래픽=신용선기자 yss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