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모 ‘존 스테니스’호가 11일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 부두로 들어오고 있다. [송봉근 기자] | |
키 리졸브 합동 군사연습 참석차 11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모습을 드러낸 미 핵 추진 항모 존 스테니스(CVN 74)는 마치 거대한 강철 요새를 보는 듯했다. 1995년 취역한 스테니스는 갑판 길이 332m에 폭 78m, 높이는 24층 건물에 해당하는 74m다. 9만7000t에 이르는 육중한 몸집의 이 함정에는 철강 6만t이 쓰였다. 그렇지만 20년간 작동 가능한 2개의 원자로에서 나오는 수십만 마력의 추진 동력으로 30노트(시속 56㎞)의 최고속력을 낼 수 있다.
축구장 면적 3배에 해당하는 1만8200㎡의 갑판 바닥에는 긴 레일 모양의 캐터펄트라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활주로가 짧은 항모의 특성상 고압증기를 이용해 항공기를 새총으로 쏘듯이 날려 올려주는 장치다. 채드 드럭(39) 소위는 “캐터펄트 4개의 도움으로 19초마다 한 대의 전투기를 이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니스는 70여 대의 함재기를 싣고 다닌다. 격납고에 해당하는 하부 갑판에 차곡차곡 들어차 있던 항공기는 4대의 항공기 엘리베이터에 실려 위로 올라간 뒤 출격한다. 착륙 때는 활주로에 설치된 로프에 전투기에서 갈고리를 내뻗어 순식간에 멈추도록 하는 방식을 쓴다.
키 리졸브 연습 때마다 참가하는 스테니스 등 미 핵추진 항모는 유사시 동해 또는 서해에서 함재기를 띄워 북한의 군사시설과 전투력을 파괴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남침으로 전시상황이 되면 미 항모가 최대 5척까지 한반도에 증강된다”고 전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 등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스테니스의 출현이 주목받자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스테니스가 소속된 제3항모강습단장 마크 빈스 제독은 “우리가 한국에 온 것은 몇 달 전부터 예정돼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테니스가 자리 잡은 작전사령부기지 바로 옆에 정박한 미 7함대 기함(Flag Ship)인 ‘블루리지’함은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의 긴장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존 버드 7함대사령관이 타고 있는 이 지휘함 갑판에는 헬기가 부산하게 오갔다. 이곳의 한·미연합해군구성군사령부와 경기도 오산의 공군구성군사령부 등이 혼연일체가 돼 20일까지 키 리졸브 합동 군사연습을 펼친다.
스테니스 선상에서=이영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