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개성공단 왕래를 처음 차단했다. 10일에는 통행을 허용했다가 13일에 다시 차단했다. 국내외적으로 인질극이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16일에는 남측으로의 귀환만 허용하더니 17일에는 다시 쌍방통행을 허용했다. 한마디로 헷갈리는 행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물론 우리 정부도 장난하는 듯한 북한의 태도에 당혹감과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밀한 전략과 계획대로 움직이는 북한이 최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물론 우리 정부도 장난하는 듯한 북한의 태도에 당혹감과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밀한 전략과 계획대로 움직이는 북한이 최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 북한이 18일 개성공단 육로통행을 이틀째 허용하자 남측 출입 사무소에서 공단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조선일보 DB
현재 북한 내부 갈등은 군부 내 의견 대립과 체제를 수호하려는 국가안전부와 내각경제를 책임진 경제관료들과의 대립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보이지 않는 권력누수(漏水) 현상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군부 내 의견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군부를 틀어쥔 실력자들이 대부분 70대를 중반을 넘기면서 군(軍)수뇌부가 경로당으로 변했다는 내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경험하면서 극도로 반동화된 이들은 대남정책에서도 강경일변도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반면 40~50대 신진 군관(장교)들은 남측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압박할 수단은 많은데 다양한 전략을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 내부에서 금강산 관광 비용은 대부분 인민군 총정치국을 포함한 군 핵심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는데 쓸데없이 관광객을 사살하면서 군대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부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성공단도 당초 김정일이 승인할 때에는 유사시에 남측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사용할 목적도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파국적인 경제난 속에서는 그 지렛대 역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군부와 함께 개성공단을 감시하는 국가보위부도 오래 전부터 개성공단으로부터 나오는 체제 와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보위부의 경고는 내각을 비롯한 대외관계 부서들과의 마찰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상주하는 경제관료 출신의 북한인은 "개성공단은 북한에서도 마지막 기대를 거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나진·선봉 무역지대를 신설하고 외자 유치를 통해 홍콩식 경제특구로 만들려고 했지만 보위부의 감시와 통제로 영세 중국 보따리상만 남은 동네시장으로 전락한 상태다.
지금까지 평양과 남포 등 많은 외국합영회사와 합작회사들이 생겨났지만 대부분 망하거나 외국기업들이 떠났다. 노동당과 보위부의 경직된 간섭과 통제 때문에 기업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경제관료들은 개성이 실패하면 북한 경제는 김정일이 있는 한 영원히 끝장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입국한 평양 출신 탈북자는 "개성에서 근무하는 4만명의 북측 노동자는 평양과 개성의 핵심계층인데 남측 기업에 근무하면서 남한에 대한 환상 때문에 사상적으로 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적 와해와 함께 개성공단이 핵심계층 4만명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핵심 계층 밑바닥에서는 남한과 경제교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급도 일반 기업보다 많고 의류 공급이 파격적이며 생산 물품을 몰래 내다 파는 게 상상외의 수입이어서 개성공단에 지원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실정이다. 개성공단 파산은 핵심계층 4만 근로자의 파산을 뜻한다.
최근 입국하는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대북방송을 청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남한 기업들이 근로자 1인당 60~70달러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북한당국이 모두 가로채고 노동자에게는 2~3달러(5000~6000)밖에 주지 않는다는 소식도 개성 근로자들 속에 퍼지고 있어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해줄 능력 없는 김정일 정권이 남한 기업에 행패를 부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밑바닥 노동자들까지 미치고 있다. 북한당국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상대로 남측 기업인과 개별접촉 한 경우 수시로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2일 당(黨)생활총화까지 단행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생활총화는 사상적 변질이 심한 문화계와 개성공단 등이 현재 이틀에 한번씩 하고 있으며 보통은 1주일에 한번씩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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