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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은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다. 북한에서 자기 부모의 생일은 잊어도 수령의 생일은 잊을 수 없다. 공휴일에 술과 고기를 공급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일 년에 한번 먹기 힘든 사탕ㆍ과자를 선물로 내려준다.
북한에서 오늘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김일성이 사망하고 김정일 시대에 들어섰지만, 아버지에게 효성을 다하는 김정일은 아버지 생일을 자신의 생일 못지않게 추겨세우고 있다.
김정일은 아버지 생일을 태양절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북한사람들은 모두 오늘을 태양절이라 부른다. 한 인간으로서 김일성은 성공한 사람이다. 반세기 동안 한 나라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김일성 시대에는 굶어 죽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북한사람들은 아직도 김일성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 않았다.
= 김일성과 김정일, 어느 협동농장을 찾아 환담하고 있다.
김일성은 김정일과 달리 자신의 포악성을 숨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항상 어린이들과 밝게 웃는 사진이며 농촌을 다니며 농민들과 대화하는 사진들은 지도자로서 겸손하고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오늘의 김정일 폭압 체제는 김일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함께 혁명한 동지라도 김일성계가 아닌 자들은 무참하게 처단했다.
남로당계가 몰락하고 연안파가 몰락하면서 김일성을 견제하는 그 어떤 세력도 존재하지 않게 됐다.
김정일이 혁명 1세들을 찾아다니며 로비한 끝에 원로들의 추대로 김일성은 장남인 김정일을 내세웠지만 둘째 부인의 아들인 김평일을 더 총애하고 그를 내세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김정일은 아버지의 부인인 김성애와 그의 남동생 김성갑, 그리고 이복동생들을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만수무강을 위해 젊은 여자들을 부쳐 김일성의 혼을 빼놓고 편하게 쉬도록 했다. 하지만 그런 김일성도 인생 막판에 김정일이 경제를 말아먹어 인민들이 굶어 죽는다는 측근의 비밀 보고를 받고는 노발대발했다.
김일성 사망 직전에 묘향산에서 열렸다는 경제대책회의는 아버지가 아들을 질책하는 자리였다.
김일성이 자신의 빼앗긴 권력을 되찾기 위해 남한의 김영삼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김정일은 그를 노망 난 늙은이라고 깎아내렸다.
아직 인민들에게 절대적 신임을 받았던 아버지가 김정일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숨죽이고 살아있던 김일성 절대 충성파들이 김정일 측근들을 제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일성의 최대 실수이자 어처구니없는 일은 김정일에게 바치는 송시를 쓴 것이다.
보통 동양 예의는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고 스승을 칭송하는 것이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칭송한다는 것은 낯부끄러운 짓이다.
같은 공산당원이지만 위대한 업적을 세우고도 묘비조차 없는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가 있다. 그는 평생을 이인자로 살면서 검소하고 자신을 낮추고 인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죽어서도 그는 자신의 몸을 모두 태워 전 중국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베트남의 호찌민 주석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평생을 인민을 위해 헌신한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공산당이지만 세습독재는 꿈도 꾸지 못한 것은 그들의 사람됨과 그릇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 줌의 권력이 아쉬워 끝내 세습의 길을 택한 김일성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인간이요. 오늘의 김정일을 만든 장본인이다.
해마다 4월 15일 명절이었지만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은 적어도 북한인민들에게는 태양절로 떠받들리는 날이다.
이제 그런 추접스러운 우상숭배도 머지않아 웃으며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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