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의 3억 아파트에서 압록강을 내려보다
중여동(중국여행동호회)란 중국 여행사이트가 있다.
이곳에 가면 중국 거의 모든 지역의 민박집을 찾아볼 수가 있다.
문제는 검증이 안된다는 점이다.
단동의 민박집을 수소문하면서도 이 점이 제일 고민이었다.
사실 제대로 된 민박집을 구하는 일은 1박2일 복걸복에 나오는 수준이었다.
5여개의 민박집 주소를 잡아들고
단동으로 향하다.
어느 하나라도 걸리는 곳으로 가겠다는 계산이었다.
그 가운데 이런 광고가 눈에 띈다.
=====================한국모텔(민박)=====================
요녕성 단동 동강시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집 민박을 소개 드립니다.
단동동강시는 한국분들이 배낭여행.사업가 등 배를 타고 중국 요녕성으로 제일 많이 오시는 곳이지요.
단동은 북조선 신이주와 한강차이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예요.
그리고 옛날의 고구려때의 유전지인 도시 지안 통화 등 곳에 가기는
교통도 아주 편리한 곳이지요^-^
많은 여행자들이 단동으로 거쳐서 가거든요.
............
저의 집은 민박을 운영한지 만5 년이 되였어요.
운영하는 아바트 두채입니다.
최고급 인테리어 장식 따뜻하고 분이기 좋는 방
중국 평수로 140평(한국 평수 43평), 120평(한국 평수 35평) 이렇게 아바트 두채를 사서 민박집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동에서 제일 깨끗하고 한국분들이 중국에 요서서 제일 편안하게 쉴수있는민박집이라고 보장할수 있습니다.
단동으로 배를 타로 오실때 자주 타는 분들에게 물어보시면 저의 집을 아실거예요
특이 어머님이 맛이 좋은 한국음식을 3식 재공하고 커피 과일도 재공하지요. 그리고 매개 방마다 위성 방송도 설치 했구요. 하루종일 따듯한물 잘나오고 24시간 손님이 필요하시는 대로 문앞까지 택시도 대기하고 특히 손님들 신변 안전은 일부러 사고 치지 않는 이상 확실하게 책임집니다~ ^^
.....................
이 광고의 마지막에는 이런 대목도 있었다.
"압록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경치"
과연 진짤까?
단동역에서 불과 500m 정도 향하니 곧장 압록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게 압록강이라니...
5개의 민박집 주소를 갖고 있었다지만 3개는 이미 끊긴 전화였다.
이 곳의 경기도 그리 안정적이지 못함을 보여준다.
결국 고민끝에 위에 광고에 나온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사실 과장 광고라는 의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전화를 받은 사람은 거친 목소리의 성인 남성이었다.
애당초 광고에는 젋은이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는데.....당황했지마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설명에 따라 택시를 타고 어느 아파트로 향했다.
한참 개발중인 단동시내 압록강변
택시를 타고 단동을 가로질러 가는 길은 조금은 으스스했다.
아무래도 눈이 내린 탓도 있겠지만, 겨울철 중국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마치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게다가 중국 아파트들은 딱히 관리실이 있는 것도,
제대로 된 대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택시에 내리고 나니 한 아주머니가 나를 맞이한다.
그를 따라 십삽층 아파트로 올라가다.
와.... 대박이다.
사상 처음으로 맞이하는 대박 아파트, 대박 민박집이었다.
육십평. 오호라. 압록강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이런 대박이....
3일간 못씻은 몸을 깨끗이 닦아 내다.
선양의 같은 가격 민박집과 비교하니 마치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점심밥을 차려주시는데... 이 또한 꿀맞이다.
이 때 민박집 아들이 도착한다. 아들까지 훈남이다.
이 친구가 광고글을 올린 주인공이구나. 말이 통할 것 같다.
방이 5개인 대형 아파트.
방음이나 난방은 시원치 않았지만 인테리어는 최신으로 꾸민 집이었다.
놀랍게도 이 집의 위성방송에서는 성인방송까지 나와 투숙객들을 기쁘게 했다.
광고 그대로였던 압록강 전경.
날씨가 좋지 않아 멀리 보이진 않았지만
아파트에서 북한의 모습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는 광경은 마치 전망대를 연상케 했다.
압록강의 규모는 한강과 비슷했다.
아니 조금 작았을까?
대신 만주의 광활함이 느껴지는 풍광은 조금은 허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압록강이 이리 평범할 줄이야...
민박집에 비치된 망원경을 가지고 이리저리 압록강 주변을 관찰하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강변 풍경.
위성방송 안테나가 인상적이다.
"그거 알아요? 동북3성에선 위성방송 안테나가 달려 있으면 바로 조선족이 거주한다는 얘기에요.
조선족이라면 모두들 한국 방송 보려고 위성 안테나를 달았거든요."
때문에 아파트를 겉면에 설치된 위성방송 안테나 만으로 조선족 비율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아파트 뒷편으로는 '한국성'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단동시내의 모습이 기대했던 것보다
무척 깨끗했고 도회적이었다.
한국모텔의 젊은 사장 A모씨.
그는 생김새와 달리 20대 후반의 쾌남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민박업과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인인지 그는 연신 인테리어 검색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단동에 자리잡고 집안이나 인근 고구려 유적 전문 가이드였다.
방송은 물론 여러 언론사 기자들을 데리고 가이들르 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람들 거의 안와요. 와서도 싸다는 말 더 이상 안하네요."
그가 먼저 선수를 치자 내가 머쓱해졌다.
내가 단동에 도착한 날은 1위엔에 260원이 깨진 날이었다.(지금은 190원 이하)
자연스럽게 화두는 경제가 됐다.
그는 위안화에 투자해 떼 돈을 번 한국 사람이나 조선족도 많다고 얘기했다.
자신도 이렇게 오를줄 몰랐다고 아쉬운 목소리다.
"아파트값 여기 단동만 해도 백만위안 가까이 해요. 평당 만 원짜리 아파트도 등장했고요.
우리가 사는 200평 아파트요? 이거 백만위안 훨씬 넘죠."
허걱. 중국의 가장 변방인 단동의 아파트가 (물론 60평대이긴 하지만, 환율 크리가 있긴 하지만)
2억 6천을 넘어 3억원에 이르다니.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와의 얘기는 인근 양로추알 집으로 이어졌다.
사진에 보이는 조개는 압록강변에서만 난다는 단동특산 조개였다.
그는 여느 조선족 젊은이 처럼 단 한번도 한국에 와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큰 흐름 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조선족 경제가 한국 경제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한국이 잘살아야 조선족도 잘산다"는 것
그의 가족은 완전하게 한국사람을 상대로 한 것이었고
10년간 누렸던 호황이 장기불황으로 이어질까 걱정하고 있었다.
때문에 여행업 의존도를 줄이고, 본격적인 무역업으로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도 북한하고는 거래 안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여기 단동에서
북한사람 신뢰하는 중국사업가 하나도 없습니다. 조금 무역하다가도 결국은 다 사기치고 잠수타거든요.
일단 북한에 가서 돈받아올 재주 있는 중국 사업가는 단 하나도 없지요.
중국인을 상대로 돈떼어먹는 사람은 전 세계에 북한 사람이 유일할 겁네다.
나도 중국이나 한국과 사업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의 얘기를 듣고 나니 북한 사업가들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이 맑게 개었다.
압록강이 더욱 아릅답게 빛이 났다.
어찌저찌 글을 쓰다보니 무슨 광고글처럼 됐는데,
나에게 이번 단동행은 일종의 보너스 같았다.
운이 좋게 깨끗한 민박집에서 편히 쉬게 됐음을 감사히 생각하며
조근조근 압록강을 구경하기로 마음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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